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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남편 상사가 성폭행…필름 끊겼는데 '동의' 했다며 무혐의"

"반항 안해 '동의' 간주 억울…극단 선택 충동" 靑 청원
상사 "피해자 가슴·성기 애무만…성관계 안했다" 주장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21-08-06 09:25 송고
© News1 DB

신혼집에서 남편의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억울하다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남편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준강간) 당했다. 너무 억울하다'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30대 여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몇 개월 전 남편, 남편의 직장 상사와 함께 집 근처 가게에서 1차로 반주 겸 저녁을 먹었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2차로 저희 집에서 간단히 술을 마셨다가 필름이 끊겼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남편의 직장 상사인 B씨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중요시해 평소에도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의 배우자들을 자주 불렀다. A씨도 이전에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함께 술을 마셨다가 블랙아웃(음주 후 일시적인 기억 상실 현상) 상태가 된 것.

그러나 다음 날 아침, A씨는 평소와 다른 상황에 당황했다. 그는 "평소 제가 옷을 벗는 방식과 다르게 속옷과 바지는 뒤집힌 채 거실 한쪽에 널브러져 있었고 화장실에서는 알 수 없는 휴지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A씨가 남편의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뉴스1

성폭행을 의심한 A씨의 남편은 직장 내 높은 위치의 인사권을 가진 B씨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는 '피해자의 가슴과 성기 부위를 애무했지만, 성관계를 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면서 "B씨가 자백을 했으니 강제 추행으로라도 재판에 넘겨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검찰에서는 가해자의 주장대로 동의 하에 이뤄진 관계라고 단정,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술에 취한 상태지만 거실에서 남편이 잠을 자는 상황이었다. 상호 동의 없이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면 피해자가 반항하거나 소리를 질러 범행이 발각될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필름이 끊긴 제가 반항하거나 소리 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동의'의 표시로 봤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해당 사건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 측이 항고해 관할 고등검찰청으로 넘어간 상태다.

청원인은 "사건 다음 주에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예약이 돼 있었으며 임신을 하려고 노력 중이었다"며 "이런 신혼부부가 회식 때 남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몇 번 만난 것이 전부인 남편의 직장 상사와 유사 성행위를 상호 동의하에 한다는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B씨는 수천만 원짜리 대형 로펌 변호사까지 선임해서 대응하고 있다"며 "B씨는 거짓말 탐지기도 거부한 채 남편에게 저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더라. 제가 블랙아웃 상태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것을 '합의가 있었다'는 진술로 번복해달라고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의 시아버지가 가해자의 집 앞에서 1인 시위도 했다며 공개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A씨는 "마치 제가 합의를 노린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저는 단 한 번도 합의를 언급한 적도, 합의할 생각조차 없다"며 "B씨는 자녀가 두 명이나 있는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원과 고등학생까지 건드려 성추행, 성희롱 혐의로 추가 고소까지 당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이 사건 이후 매일이 지옥 같다. 최근에는 극단 선택 충동을 느꼈고 극심한 우울증에 정신과에 다니며 약물치료를 받는 상태"라며 "저희 가족은 정상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시아버지는 B씨와 제가 한 지역에서 계속 살며 마주치게 할 수 없다면서 이 폭염 속에서 B씨 집 앞에서 1인 시위도 하셨다. 그제야 B씨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간다고 한다"며 "가해자 의견만 듣고 피해자 의견은 듣지 않은 경찰과 검찰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 정말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다음 달 3일 마감되는 해당 청원은 6일 오전 8시 기준 2만4907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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