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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에 빠진 내 집…공감에서 오는 소소한 위로 [N리뷰]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2021-08-12 10:00 송고
'싱크홀' 스틸컷/쇼박스 제공 © 뉴스1
'싱크홀' 스틸컷/쇼박스 제공 © 뉴스1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2주 만에 지하 500m 아래로 사라진다면. 생활 밀착형 이야기와 낯선 재난 형태가 만나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이들의 울고, 웃기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영화 '싱크홀'이다.

11일 개봉한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땅꺼짐)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재난 버스터다. '타워'의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11년 만에 서울 입성과 함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동원(김성균)이 한 빌라로 이사 오면서 시작된다. 동원은 첫날부터 얽힌 같은 빌라 주민 만수(차승원)와 사사건건 부딪히기도 하고, 직장 동료 김대리(이광수)의 얄미운 시샘을 받기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 와중에 기울어진 바닥, 뻑뻑한 창문을 보면서 건물 하자를 의심하지만, 그럼에도 동원은 직장 동료들을 불러 집들이를 하며 자가를 마련한 것에 대한 뿌듯함을 드러낸다.

기쁨도 잠시, 집들이를 즐기던 동원과 김대리, 인턴 은주(김혜준)는 다음날 갑자기 들이닥친 싱크홀이라는 재난 상황에 함께 맞닥뜨리게 된다. 동원은 자신의 집과 아끼던 물건이 한순간에 붕괴됐다는 상실감에 빠지고, 만수, 김대리와 은주 역시 허탈함에 좌절한다. 보이는 것은 멀리 아득한 빛뿐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지하 500m 아래에서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하고, 지상에서 투닥거렸던 것을 잊고 어느새 힘을 합치며 따뜻한 동료애를 드러낸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자가 마련'이라는 생활 밀착형 소재에 싱크홀이라는 재난을 결합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소시민들을 주인공으로 해 더욱 '짠한' 느낌을 준다. 돋보이는 것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인턴 은주, 만수의 아들이자 백수인 승태(남다름)가 재난 상황에서 뜻밖의 능력치를 발휘하는 모습이다. 싱크홀 밖에서는 무시당했던 이들이 싱크홀 안에서는 예상 못한 저력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영화는 재난물임에도 불구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하여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인물들의 '평범한' 일상을 하나하나 소개한 뒤, 이들을 얽히게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구성하다 보니 극 초반이 느리게 이어진다. 지하 500m에 빠진 이후 본격적인 탈출기가 그려지면서 속도감이 붙지만, 구조대원들의 애매한 역할, 또 다른 빌라 주민들의 이야기가 섞여 영화의 집중도를 낮춘다.

배우들의 연기 합은 무겁지 않은 재난물을 그려내는 데 일조했다. 차승원과 김성균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미디로 합을 맞추고, 이광수는 얄미운 캐릭터로 웃음을 안긴다. 김혜준과 남다름은 열심히 고군분투하여 드라마를 부여한다. 이렇듯 '싱크홀'은 가벼운 웃음과 눈물이 오가며 소소한 위로를 안기는 영화다. 러닝타임 113분. 11일 개봉.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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