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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마약예방교육 금기시 말아야…美·英은 학교서 가르치고 부모와 대화"

[2021 마약 리포트]⑧ 해외사례…학교·가정 연계 지원
한국 예산확대·프로그램 개발 필요…"위험성 교육해야"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이승환 기자 | 2021-07-03 07:00 송고 | 2021-07-03 07:43 최종수정
편집자주 경찰의 대대적 단속에도 마약류 범죄가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뉴스1>은 마약 회복자와 상담가, 수사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재활센터, 병원 등을 취재해 그 원인과 해법을 진단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한국에서 자란 친구들은 마약 한 번 했다고 중독됐다고 생각 안 해요. 외국에서 자란 친구들은 본인이 100% 중독됐다고 하는데 말이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기소유예된 마약사범들을 교육한다는 최진묵씨(46)는 한국의 '마약예방교육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왜 마약을 하면 안 되는지 만화 등을 통해 눈높이에 맞게 교육한다"며 "한국에서는 초등학교·중학교 예방교육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영국선 2000년대부터 학교 차원 예방교육 실시

미국·영국 등 해외에서는 국가 주도 하에 청소년 대상으로 교내 예방 교육이 일찍부터 이뤄지는 곳이 많다. 마약중독 재활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마약에 손을 뻗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국가마약퇴치 전략과 소년형사정책' 논문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1998년 국가전략 이후 2004년에 이미 초등학생의 80%, 중등학교의 96%가 마약예방교육을 교과과정에 포함시켰고 이후 더 확대됐다. 영국 지역의 80%에는 청소년마약상담실이 설치될 정도다.

1990년대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한 미국에서도 2002년 국가가 나서서 청소년 마약 예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교육부와 협력해 각급 학교에서 프로그램 활동을 실시하도록 했다.

◇학교로는 부족…가정·지역사회까지 연계해 '마약 교육'

눈여겨볼 점은 마약 교육을 학교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의회와 지역사회봉사연합 지원을 받는 '학부모마약예방단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문가인 '부모지도자'가 학부모에게 자녀들이 처한 마약 위험과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학교, 지역사회, 대중매체 등이 모두 참여하는 '스타(STAR)프로젝트'처럼 청소년들이 또래집단으로부터 마약의 유혹을 뿌리치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젝트를 거친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보다 고등학교 진학 후 대마초 흡연 비율이 30% 더 낮았다고 한다.

또 지역 주민들이 청소년 마약남용 예방을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지역공동체연합 등에도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영국 역시 마약 예방 교육에 있어서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부모 참여 등을 강조하고, 초·중·고이상부터는 경찰, 지역문화센터, 근로현장 등 지역사회로부터 지원을 받도록 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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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눈높이 '맞춤형' 교육·캠페인으로 효과 배가

마약예방 교육이 청소년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려면 청소년 친화적이어야 한다. 청소년과 가족들에게 구체적인 마약 관련 정보를 전달하려던 영국의 프랭크(FRANK)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2003년부터 진행된 프랭크 캠페인은 이전 교육처럼 마약 중독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설교하듯' 교육한 게 아니라,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머 등을 활용해 소통했다.

또 학교나 지역사회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많이 드나드는 클럽 화장실도 캠페인 장소로 활용하는 등 기존의 교육 틀을 깨면서 호평받았다.

미국 헤즐턴 베티포드 재단 소속 글로벌비영리기구인 FCD예방기구의 교육도 주목할 만하다.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마약예방교육을 중시하는 이 단체는 학생간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학생들은 전문강사들과 PT, 토론, 멀티미디어, 역할극 등을 하면서 최신 정보를 얻을 뿐 아니라 '마약을 하지 않기로 선택한 학생들'의 증언을 직접 들으며 더 와닿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강남경찰청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유통·투약한 10대 41명을 검거했다. ‘펜타닐 패치’ 사진.(경남경찰청 제공)2021.5.20.© 뉴스1
최근 강남경찰청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유통·투약한 10대 41명을 검거했다. ‘펜타닐 패치’ 사진.(경남경찰청 제공)2021.5.20.© 뉴스1

◇한국 '마약교육 필요성' 인식해…"국가가 나서서 확대해야"

한국에서도 청소년 대상 마약예방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019년12월부터 한달간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와 아주대학교가 경기도 내 보건교사·약물오남용예방강사·학부모·대학생 등 성인남녀 5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약류 관련 인식도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6%는 청소년에게 예방교육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19년 12월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 오남용 예방도 의무보건교육에 포함됐지만 외부 강사들의 강의 위주 수업인데다 교육 시간 자체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김모씨(28)는 "1년에 한번 강사를 초청해 마약예방교육을 하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듣지 않는다"며 "강의실이 좁아 강사 강의를 방송으로 송출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교육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근 경기도 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과 문승완 사무국장도 '청소년 대상 마약류 예방교육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고찰'(2020) 논문에서 "강당 교육·방송 교육 위주가 아니라 학생 참여형 수업, 소그룹 실습, 체험학습 등이 전개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예방교육 표준 교재 개발·보급 △교사 직무 연수 △마약류 예방교육 예산확대 △마약류 교육 의무시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약 중독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교육이 필수가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는 오히려 마약 때문에 호기심만 더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마약을 금기시하지만 말고 국가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위험성을 빨리 고지해주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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