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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중견건설사 새 주인 설에 '술렁'…"시너지는커녕 기업가치 '뚝'"

"기존 사업·향후 수주에 '중견업체' 딱지…경영 능력도 의문"
졸속·밀실 매각 비판…금호 부실인수 '악몽' 재현 우려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2021-06-25 14:32 송고 | 2021-06-25 14:35 최종수정
대우건설 사옥. © 뉴스1
대우건설 사옥. © 뉴스1

"어떤 조합에서는 '중흥이 인수하면 대우와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본사에 항의 방문까지 했어요. 중흥, 호반은 중견회사라는 인식이 콱 박혀있습니다. 그쪽에서 인수하면 대우건설이 정비업계에서 쌓은 네임밸류가 뚝 떨어질 텐데 걱정입니다." (대우건설 직원 A씨)

25일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중견건설사인 중흥건설과 호반건설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인수 시 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근심 섞인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이다.
중흥건설과 호반건설은 같은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건설사로, 시공능력 평가 기준은 10위권 밖이다. 서울 정비사업을 대형 건설사가 독식하는 상황에서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전국구 브랜드로 주택 사업을 확장하고 해외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 직원들은 이들 기업의 사업 운영 역량을 의심하고 있다. 지방이나 수도권 주택 사업에 치중해 서울 내 주택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경험이 없는 플랜트·해외 사업에서는 방향성 제시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하는 사업 중 아주 일부분(주택 사업)에서도 마이너였던 회사가 해외 사업, 플랜트 사업 같은 미경험 부분에서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시너지 효과는커녕 대우가 쌓아온 건설 명가로서의 가치까지 끌어내릴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7년 진행된 대우건설 매각 당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도 국내외 수주 현장에서 애로가 컸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렇게 회사 입지가 흔들릴 경우 내부 고급 인력이 타 기업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경쟁업체들이 '중견 건설사가 되면 격이 떨어진다' '리스크가 크다'면서 흑색선전을 하는 탓에 일거리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한편에선 "당장 영업도 지장을 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스트레스받아 이직하고 싶다'는 직원들도 많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우건설엔 악몽으로 남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인수 실패 사례도 거론된다.

금호그룹은 당시 대우건설을 합병할 만한 규모나 재무적 건전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인수를 강행했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로 인한 후유증과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결국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매물로 내놨다. 2006~2008년 시공능력평가 1위를 자랑했던 대우건설은 그 여파로 인력 손실 등 어려움을 겪으며 뒷순위로 주저앉았다.

한 직원은 "빚을 내서 인수하면 그 빚을 갚으려 인수한 회사의 알짜 자산을 팔고 회사와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된다"며 "지금은 자금을 빌리지 않고도 자기자본으로 충분히 인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실제로 대우건설에 매각에 몰방할 수 있는 재무적 상황이 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매각을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이어진다. 한 대우건설 관계자는 "회사 체질이 개선되고 있고 전망도 좋은데 왜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당사자인 대우건설은 매각 절차 전부에서 배제돼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도 앞서 '밀실 매각' '졸속 매각'이라며 이번 인수 상황을 비판한 바 있다.

직원들은 기업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곳에 대우건설이 매각되길 바라고 있다. 노조는 앞서 매각 절차를 앞두고 "정부 보유·관리 기업의 지분 매각은 관리기관의 이익이 아닌 미래가치를 고려해 이뤄져야 하고 매각에 대한 평가는 '기업의 정상적인 지속경영 여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며 "잘못된 매각으로 '기업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건 무책임한 행위"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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