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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점검·미비한 규정…제주 요양원 노인 학대 화 키웠다

전문기관 '인권침해·방임·학대' 판정…경찰 사실확인 중
두 차례 노인 학대 전력도…제주도의회 조례 제정 착수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021-05-28 08:0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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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한 요양원에서 발생한 입소자 학대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난 것만 이번이 벌써 세 번째라는 점에서 미비한 법 규정과 허술한 관리·점검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제주도와 서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현재 서귀포시에 있는 모 요양원은 입소자들에게 밥과 국, 반찬을 잡탕처럼 섞어 배식하고, 치매와 파킨슨 증후군을 앓고 있는 70대 입소자 A씨가 당한 여러 낙상사고를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A씨 가족의 신고를 접수한 제주도 서귀포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난 21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노인 학대 사례 판정위원회'를 열고 최종적으로 노인 인권침해·방임·학대 판정을 내려 서귀포시에 통보했다.

서귀포시는 이를 토대로 조만간 형사 고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지난 25일 A씨 가족으로부터 고소장을 받은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문제는 해당 요양원의 입소자 학대 행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요양원은 지난 2018년 치매를 앓던 입소자를 폭행한 요양 보호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자 서귀포시로부터 1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 요양원은 이듬해인 지난 2019년에도 입소자 방임·학대 의혹을 낳으면서 서귀포시로부터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과 함께 원장 교체 처분까지 받았다. 이후 이 사건은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인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두 차례의 입소자 학대 전력이 있는 요양원인 만큼 강도 높은 사후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했지만 행정당국의 감시는 다소 허술했다.

서귀포시청 전경© News1
서귀포시청 전경© News1

서귀포시는 달 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점검을 벌였으나 학대 발생 여부에 집중하기 보다는 위생·방역·시설·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데 목적을 두고 요양원 관계자들이 작성한 기록지 등을 바탕으로 점검을 벌였다.

이번 달만 해도 두 차례의 소위 '잡탕 배식'과 입소자 A씨의 세 번째 낙상사고가 있었음에도 지난 10일 점검에서 아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노인요양시설 인권지킴이들이 매달 실시하던 현장 방문 모니터링도 지난해 10월부터 비대면으로 전환된 상태다.

이에 서귀포시 관계자는 "학대 발생 여부를 감지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행정 입장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요양원에서 생활하지 않는 이상 잡아내지 못하는 상황도 있고,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노인 학대 관련 제도가 미비한 것도 사실이다.

학대 행위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CCTV 설치는 현재 의무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권고사항인 데다 설령 CCTV가 설치돼 있다고 하더라도 얼마간 영상을 보관해야 한다는 법률상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될 만한 CCTV 영상은 지우면 그만이다.

이 같은 문제로 2019년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 노인요양시설 CCTV 설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이와 관련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국회에서 2년 가까이 잠자고 있다.

양영식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위원장은 "미비한 제도로 이 같은 범죄행위가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즉각 조례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며 "별도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등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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