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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발치서 '임을위한행진곡' 제창…5·18기념식 찾은 시민들

경남서 새벽 첫차 타고 온 자매부터 편지 적어온 대학생까지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2021-05-18 12:44 송고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1.5.18/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1.5.18/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오월 영령을 추모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열린 기념식 '우리들의 오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제한된 초청 인원만이 참석할 수 있었다.
기념식 관람을 위해 민주묘지를 찾았던 시민들은 식장 밖에서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로 기념식을 지켜봤다.

행사 말미 전체 참석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때에는 멀리서 들려오는 반주 소리에 맞춰 작게 노래를 읊조리는 한 시민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전 6시 첫차를 타고 경남 김해에서 왔다는 한 자매는 기념식을 마치고 입장 제한 펜스가 치워지자마자 빠른 발걸음으로 민주묘지에 들어섰다.
이선미(29)·이나윤(25) 자매의 손에는 흰 국화꽃이 들려있다.

이선미씨는 "우리는 세월호 세대다. 세월호를 경험한 이후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에 관심이 생겨 5·18까지 공부하게 됐다"며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꼭 광주에 오고 싶어서 동생과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5·18민주화운동 관련 내용이 있었지만 깊이 배우지 못했다"며 "유튜브와 영화에서 80년대 민주화운동을 공부한 뒤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가 저희에게 '너희가 그때 태어났으면 민주화운동 하다가 죽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시는데 그 말이 무섭기보다 멋지고 뿌듯하다"며 "제가 당시 대학생 세대라면 정말로 민주화를 위해 시내로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생인 나윤씨 역시 "아무래도 경상남도에서 여기까지 오면서 '지역감정' 등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것 없다. 5·18민주화운동은 광주 만의 역사가 아닌 우리의 역사다"고 말했다.

기념식장을 나서는 정치인과 유족들을 반갑게 알아보는 시민도 있었다.

"어머, 김부겸 총리가 왔어!", "저분은 지난해 봤던 그 어머니시네? 어쩜 더 등이 굽으셨다. 어떡해…"

이들은 몇 년째 매년 5월18일만 되면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을 찾는다는 70대의 정만석·박종례 부부.

부부는 모두 광주시민이지만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에 참여하지는 않아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정만석씨는 "(그러나) 광주시민이라면 늘 마음속에 5·18이 있다. 그리움과 미안함을 갖고 있다"며 "매년 이날만 되면 이곳에 올 뿐 아니라 평소에도 아내와 종종 민주묘지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정치인을 비롯해 유족들, 학생들까지 많은 사람이 오월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이날만이 아니라 우리처럼 늘 마음속에 5·18을 품고 자주들 오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분홍색 편지지를 손에 꼭 쥔 채 민주묘지로 들어서는 한 청년은 박관현 열사의 묘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전남대학교 사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강인균씨(24)는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관현 열사는 나의 우상"이라며 "재학생으로서 선배를 기억하고, 존경하는 마음에서 편지를 써왔다"고 밝혔다.

강인균씨는 박관현 열사 묘 앞에서 직접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씨는 "노예와 같은 삶을 거부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장렬히 하늘로 가신 박관현 선배님을 기억합니다"라며 "전남대학교 학생임을, 광주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겨 5월 광주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린 이 날 기념식은 코로나19 여파로 5·18민주유공자와 유족을 비롯해 정부 인사, 각계대표, 학생 등 99명으로 참석자가 제한된 가운데 진행됐다.

기념식은 헌화와 분향, 국민 의례, 경과보고, 기념공연 1·2막, 기념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순으로 45분간 열렸다.

99명의 초청 인원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은 기념장 밖에서 대기한 후 행사가 모두 마친 후에 개별적으로 오월 영령을 추모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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