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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ESG,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까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1-04-19 07:01 송고 | 2021-04-19 08:48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들에게 큰 과제다. ESG를 기업지배구조에 반영하고 사업을 조정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더 큰 움직임은 ‘모색’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어려운 숙제다. ESG를 공부하거나 교육하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필자를 포함한 연구자들은 생각과 콘텐츠를 정리해서 전달하느라 바쁘다.

ESG는 사회의 진보를 재산적 가치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G(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ESG는 결국 사기업의 조직과 운영에 정치적 민주주의 원칙을 도입하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아무런 이론이 없는 E와 S가 그 기초를 제공하고 동력을 부여한다.
현재의 큰 조류를 대하면서 드는 가장 큰 의문은 ESG가 신흥종교처럼 한때의 유행으로 왔다가 가지는 않겠는지다. ESG는 글로벌 자본시장과 사회적 영역에서 영향력이 큰 몇몇 진보적 인물들이 출발시켰고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유럽이 화답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이념이 아닐 수도 있다. 회사에 자본적 기초를 제공한 주주들의 이익과 그 전제인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중심으로 100년이 넘게 주식회사가 경영되고 자본시장이 발전되어 왔는데 과연 방향 전환이 가능할까. 기존의 틀은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인류의 생활과 건강,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의문은 ESG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평가 기준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데도 기인한다. ESG가 지속가능한 데 필요한 비재무적 성과 측정을 위해 기존의 회계학에 비견되는 거대한 새 지식체계가 탄생할 수 있을까. 아니면 회계학이 ESG 이념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까. ESG처럼 국가와 문화권별로, 그리고 산업별로 상이할 수밖에 없고 가변적으로 진화할 것이 분명한 기준이 국제적인 통일 기준으로 발전될 수 있을까.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ESG 메트릭스를 반영한 기업공시가 어렵고 기업공시가 자리잡히지 않으면 기업 이사회와 경영자의 새로운 법률적 의무와 책임이 정비되지 않아 결국 ESG는 정치적, 사회적 이념에 그치게 될 것이다.  

미국 SEC의 커미셔너 헤스터 피어스는 ESG를 반영한 공시체계가 만들어진다 해도 지금까지만큼 성공적인 자본시장이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고 우려한다. 기존의 자본시장법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되면 그에 대해 시장참가자들이 보일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감독과 그에 소요되는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고 가장 우려되는 것은 자본이 자본시장을 이탈해서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 것이다.
ESG 자체는 다분히 추상적인 기준이다. 기업경영과 자본시장의 운영에 지침의 역할을 하겠지만 자산운용과 기업의 경영은 재무적 역량의 재배치라는 ‘실전’을 치루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ESG의 근저인 인본주의가 지향하는 궁극적 가치인 ‘사람’의 행동과 사람이 만드는 물건, 서비스가 변화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에 따라 투자자들의 행동도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을 크게 보는’ 큰손들이 ESG 투자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과연 하루하루 주가만 쳐다보는 대다수 투자자들이 그에 부응할까. 최근 프랑스에서 ESG 전도사로 통하던 다논의 경영자가 재무실적 부진으로 교체된 사건은 시사적이다.

ESG가 지속가능성 개념의 핵심인 사회적 책임(CSR)의 연장에 불과하다면 딱히 회의적일 이유는 없는데 그렇다면 큰 의미도 없게 된다. 그 이상의 무엇일지는 결국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ESG가 한국적 특수성, 즉, 정치와 시민사회가 기업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향을 촉진하고 정치적 이념이 기업경영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통로로 활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고 싶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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