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N인터뷰]① '괴물' 허성태 "악역인데 웃기다는 반응 신기…난 운 좋은 놈"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1-04-15 07:00 송고
배우 허성태/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 허성태/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 허성태는 호평 속에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괴물'로 '러꺼비(러시아 두꺼비)'라는 애칭을 얻었다. 극 중 문주시를 개발하려는 JL건설 사장이자 빌런 이창진 역을 맡아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종종 구사하는 러시아어 대사와 코믹한 대사로 시청자들에게 '미워할 수 없는 악역' '귀여운 악역'이라는 호평을 듣기도 했다. 또 극 중 주인공 이동식(신하균 분)이 이창진에게 '두꺼비상'이라 말하면서 러시아 두꺼비라는 뜻의 '러꺼비'가 됐고, 허성태는 시청자들이 붙여준 애칭을 너무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만족스러워 했다.

허성태의 필모그래피에는 다양한 악역 캐릭터로 가득하지만, '괴물'의 이창진은 특별했다. 오지화(김신록 분)의 전 남편이라는 반전 과거부터 문주시 개발만을 목표로 두는 비정한 사업가로서의 현재를 보여주는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또 여유롭고 능글 맞은 모습 뒤에 광기를 드러내는 이면이 있었고, 때때로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도 줬다. 실제로 대학 시절 러시아어를 전공한 데다 회사원 시절 러시아에서 영업을 했던 만큼, 모처럼 특기를 살릴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이 과정들을 두고 허성태는 "난 참 운이 좋은 놈이구나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지속적인 악역 캐릭터로 차별화된 연기를 보여주는 도전이 쉽지 않았음에도 "작가님의 대사 덕분"이라며 공을 제작진에게 돌리기도 했다. 신하균 여진구 천호진 최진호 김신록 등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 가운데서도 단연 빛났지만, '러꺼비' 애칭을 얻은 것이 가장 기뻐 보였다. 허성태는 "나쁜 놈인데 미워할 수 없다는 반응이 신기했다"거나 "절 무서워 해야 하는데 웃기다는 반응이 너무 재밌었다"며 시청자들의 반응에 재차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괴물'은 분명 그에게 인생작이었다. 허성태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허성태/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 허성태/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마지막 방송은 어떻게 봤나.

▶흔한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좋았다. 특히나 좋았던 게 죄를 지은 사람들이 다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결말이 좋았다. 단순하게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재이(최성은 분)가 정제(최대훈 분)에게 '꼭 처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기억에 남더라. 정제도 재이 때문에 처벌 받겠다는 게 아니라 이미 각오를 하고 있었고 그런 결말이 참 좋았다.

-'괴물'이 정말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런 작품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뜻깊을 것 같다.
▶'난 참 운이 좋은 놈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께서 글을 잘 써주셨고 감독님도, 다른 배우 분들도 배려를 잘 해주셔서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작가님 감독님 배우들까지 3박자가 다 잘 맞아서 정말 행복했다.

-이창진 역할도 정말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이 있었나.

▶이창진이 분명히 나쁜 놈인데, 웃기다고 하시더라. 방송 중에 실시간 톡이 올라오는 걸 보고 있었는데 저만 나오면 'ㅋㅋㅋㅋ' 하시더라. (웃음) 제 장면에 'ㅋㅋㅋㅋ'이 많아서 신기했다. 나쁜 놈인데 미워할 수 없다는 반응이 신기했다.

허성태/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허성태/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창진 역할에 어떻게 합류했나.

▶작가님하고 감독님께서 먼저 만나자고 해주셨다. 감독님은 단역 시절인 '하녀들' 때 뵀었는데 그때 제 모습이 좋았다고 하시더라. 그때 이후에 제 성장 과정을 봐주셨고 기회가 돼서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으시다고 말씀해주셨다. 만약 당시 현장에서 제가 좋지 않은 인상을 보여드렸다면 이런 자리도 없었을 텐데, 저도 감독님께 좋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선택하게 된 이유도 컸다. 작가님은 제가 러시아어를 전공했다는 걸 아시고 제안해주셨다. '내가 전공한 게 이렇게 쓰이는구나' 했다.

-단순히 러시아어가 가능해서 출연 제안을 받은 것은 아닐텐데.

▶작가님께서 제 전작인 '사이코패스 다이어리'가 너무 좋았다고 하셨다. 계속 악역만 했었는데 거기서 찌질하면서도 웃기고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보면서 다양한 색깔을 연기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하시더라. 러시아어는 조미료였다.

-러시아어는 허성태 배우가 준비했나.

▶러시아 친구가 있다. 그 친구한테 이런 표현이 맞냐고 물어보거나, 그 친구가 발음해준 녹음본을 받아서 대사를 연습했다. 제작진이 가편집을 해서 한글로 해석해서 보내주시면 어색함이 없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직역을 할 수 없었던 대사들이었고 우리 정서에 맞게 바꾸는 과정도 필요해서 다시 정리해서 넘겨주기도 했다.

-러시아어를 꽤 오래 안 했을 텐데.

▶대학 전공을 4년 했고, 과거 (대기업 근무 시절) 러시아에서 영업부서에서 4년간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썼던 언어들이 기억이 났다. 사실 드라마에서 보여드린 건 그리 복잡한 표현이 아니었다. 욕을 하거나 재밌는 현지 표현들이 대부분이었다.

-러시아 팬들에게도 반응이 좋았는데.

▶팔로워가 몇 명 안 되는데 댓글로 '발음 좋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더러 있으셨다. 한국에 계신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창진 좋다'고 칭찬해주신 분들도 계셨다.

-이창진이 결과적으로 또 다른 악역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캐릭터를 선보이기 전에는 부담감도 컸겠다.

▶이번 작업은 신기한게 부담감이 없었다. 작가님이 글을 잘 써주시고, 현장에서 감독님이 배우들 배려를 많이 해주시는 분이셨다. 정말 오픈 마인드로 잘 받아주셨다. 무엇보다 작가님께서 대사를 잘 써주시고,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시니까 저는 그에 맞춰 표현만 잘 하면 편하게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저는 러시아어 준비한 것 밖에 없다. (웃음) 또 오랜만에 나오니까 설렘이 컸다. 그동안 계속 연기를 해왔지만 영화나 넷플릭스 작품은 바로 노출이 안 되다 보니까 오랜만에 시청자 분들과 만나게 돼서 설렘이 크게 작용했다.

-이창진이 밉지 않은 악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작가님의 힘인 것 같다. 보통 악역을 귀엽다고 표현을 잘 안 하는데 대사와 대화 안에서 다양한 모습이 표현될 수 있도록 작가님께서 대사를 잘 써주셨다. 대사를 그렇게 써주셔서 할 수 있었지 제가 만들어서 하기엔 능력도 안 된다.

-이창진은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보다 문주 개발이라는 목표 자체가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모든 악행의 이유였던 문주 개발은 이창진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게 20대의 창진을 보여주는 과거 신에서 나온다. 어쨌든 창진은 부유하지 못한 어린시절 보내면서 그런 어린 시절 때문에 성공하고 싶은 욕망과 꿈이 명확히 명시돼 있었던 인물이었다. 단순히 아파트를 갖는 게 아니라 마을 하나를 세우는, 그런 꿈을 갖고 있었다. 부유하지 못한 환경에서 꿈이 돌파구였던 것 같다.

-오지화의 전 남편이라는 반전도 있었다.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지화를 처음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 과정이 대사로 나오는데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게 어떻게 보면 단순한 과정이다. 작가님과 만났을 때는 김신록 배우가 연기하고 이창진에게 전처가 있다는 것만 들었다. 지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대사를 보면서 알았다. 얼만큼 좋아했는지 이런 부분은 듣지 못했다. 저도 그 시절 창진이 '순수하게 좋아했겠거니' 했다.

<【N인터뷰】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