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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해고' 조용히 정년맞은 해고노동자…"미복직자 나 하나로 충분"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2021-04-04 08:00 송고 | 2021-04-04 09:18 최종수정
공공운수 사회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한국발전노조 장기 해고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전노조 장기 해고자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의 직접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윤유식 전 발전노조 동서발전 위원장의 모습. 2021.3.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공공운수 사회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한국발전노조 장기 해고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전노조 장기 해고자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의 직접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윤유식 전 발전노조 동서발전 위원장의 모습. 2021.3.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코레일 98명, 국민건강보험공단 6명, 서울교통공사 34명, 인천지하철공사 5명, 전교조 34명.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들어 현장으로 복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현장으로 복직하지 못한 공공기관 해고자들은 발전노조 6명이 유일하다. 이 중 한명이 결국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년을 맞았다. 윤유식 전 발전노조 동서발전 위원장이다.
윤 전 위원장은 4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 정년퇴직이 남은 해고자 5명이 아직 있다"라며 "노사가 서로 양보해 대타협 정신을 발휘해 반드시 복직돼야 한다. 해고자는 저 하나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해고 후 2003년 복직, 2006년 다시 해고돼 두번이나 타의에 의해 일터를 떠나야 했던 윤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정년을 맞이한 순간에도 복직하지 못한 나머지 5명을 먼저 생각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 있기도 했으나 담담했다.

윤 전 위원장은 "해고자들의 카톡방이 있는데, 이렇게 떠나보내게 돼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 제2의 인생은 형님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라는 말을 들었는데,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공공기관과도 비교해 더는 복직 안될 이유도 없고, 형평성을 고려해서도 복직돼야 했는데, 남은 해고자들에게도 그런 희망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결과가 좋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매일 1인 시위하는 모습을 보면 먹먹하고 답답하다. 그 서운함은 나를 마지막으로 끝나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남은 발전노조 해고자 5명은 김동성 전 전력노조 태안화력지부장, 조준성 전 발전노조 삼천포화력지부 대표대의원, 이호동 전 발전노조위원장, 전승욱 전 발전노조 조직쟁의실장, 남성화 발전노조 영흥화력지부장이다.

이들은 지난 2002년 발전소 매각반대 저지 투쟁, 2006년 민영화 반대 및 발전사 통합요구의 노조활동 과정에서 해고됐다. 해고 시기는 각기 다르나 짧게는 11년, 길게는 21년째 해고 상태다.

윤 전 위원장은 지난 2006년 발전사의 민영화 움직임을 감지해, 파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시 사측의 고위 관계자와의 물리적 충돌이 문제가 해고의 빌미가 됐다. 고위 관계자가 몸싸움으로 인해 전치 2주 진단서를 받아온 것이다.

당시 경찰에서는 무혐의 의견을 냈지만, 검찰에서 재조사한 결과, 윤 전 위원장은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윤 전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재판까지 갔으나, 대법원까지 가서도 선고는 그대로 유지됐다.

윤 전 위원장은 "당시 사측의 관리자로부터 부적절한 언행이 있어 실랑이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서운하기 짝이없다. 노사관계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났던 일인데, 솔직한 심정으로 회사가 괘씸하기도 하다"라고 서운해했다.

그러면서 "화해로 명예롭게 퇴직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섭섭하다"며 "가족들로부터, 제2의 인생도, 해고생활하며 가졌던 철학과 가치관이 당당해질 수 있었지만, 회사의 마지막 배려가 없었던 것이 참 아쉽다"라고 부연했다.

공공운수 사회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한국발전노조 장기 해고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전노조 장기 해고자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의 직접 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3.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공공운수 사회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한국발전노조 장기 해고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전노조 장기 해고자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의 직접 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3.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복직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불과 최근까지도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 3사는 노동조합, 회사,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19년 10월24일 제1차 회의부터 지난해 9월23일까지 총 12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결국 최종 합의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외부전문위원들의 복직 권고안과 올해 2월 국회의원의 중재안도 발전회사 측에서 모두 거부한 상태다.

당시 외부전문가로 참여한 장종오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2018년 6월 남동발전의 경우 2명의 해고자를 복직시켰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남은 해고자를 복직시킬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먼저 복직한 2명은 노조 위원장과 사무국장이었는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기업에서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일반 조합원들에게는 손해의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라며 "회사의 부담을 감안해 복직 시기 등에서 사측이 충분한 재량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고했지만, 자신들의 기준만 고집했고 회의가 무한 반복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전 위원장은 "결국은 희망고문이었다.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 싶으면 결국 무산되더라. 인내하고 교섭으로 풀려고 노력했다"며 "어찌됐든 대법원에서 나를 해고를 시켰기 때문에 다툴 여지가 없었고 결국 구제를 호소했었다"라고 전했다.

이미 복직된 다른 공공기관 해고자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지만 자괴감이나 비애감도 느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위원장은 "해고가 부당하다고 회사와 다투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지탄을 받는 중대범죄자가 아님에도 복직되지 못한 것에 자괴감이나 비애감이 있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정년을 맞긴 했으나 말이라도 '명예 복직'을 해준다고 하면 그 이상의 바람은 없겠다"라고 말했다.

윤 전 위원장은 발전적인 노사관계가 구축되길 희망했다.

윤 전 위원장은 "회사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도 이제는 변화를 꾀해야 된다고 본다. 특히 노사관계는 일정부분 대립적 관계가 불가피하다"며 "이제는 노동조합의 투쟁도 일반 국민들과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전환에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측 또한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부당한 개입을 하지 않고, 지배적인 사고를 버려 노사관계를 동등한 수평적 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선진적 노사관계문화로의 '통 큰' 노사관계를 가져갔으면 한다"라고 희망했다.

끝으로 정년이 임박할 때까지 발전해고자들의 복직을 위해 혼신을 힘을 쏟은 윤 전 위원장은 '정년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윤 전 위원장은 향후 행보에 대해 "당분간 유유자적하며 쉬면서 고민해봐야겠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바쁘게 살아와 인생2막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하던 일을 내려놓기도 쉽지 않아 심적으로 힘들었다"며 "어떻게 준비할지도 마음이 복잡해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제2의 인생을 위해 당분간 쉬면서 고민해봐야겠다"라고 말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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