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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독립·상업 경계 없어졌으면" '정말 먼곳' 신인 홍경의 소신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1-03-27 09:00 송고
홍경/그린나래미디어 © 뉴스1
홍경/그린나래미디어 © 뉴스1

영화 '정말 먼 곳'에서 만난 한 특별한 신인배우가 있다. 극 중 시인 현민 역을 맡은 배우 홍경이다. 홍경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지난 2017년 KBS 2TV '학교 2017'을 통해 데뷔했다. 이후 '저글러스' '라이브' '라이프 온 마스'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등 드라마로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D.P.'에도 캐스팅되는 등 심상찮은 기대주 행보로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홍경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결백'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후 주연으로 나선 '정말 먼 곳'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 18일 개봉한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강길우 분)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은 영화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와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4회 탈린블랙나이츠영화제 등 국내외 수많은 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호평을 이끌어냈다. 
홍경은 단 두 편의 영화를 선보였지만 '결백'에선 자폐성 장애를 가진 정수 역으로, '정말 먼 곳'에선 성소수자 시인 현민 역으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갖춘 신인인 것은 물론, 단단한 소신이 있는 신인이기도 했다. 영화가 좋아 배우가 됐다는 그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나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지금 제가 신인이라 아무 것도 아닌 배우이지만 이 경계가 없어져야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고 생각된다"는 말로 영화에 대한 애정을 엿보게 했다. 올해 더 많은 활약이 기대되는 신인, 홍경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경/그린나래미디어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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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으로 영화를 선보이는 소감은.

▶크게 마음가짐이 다른 건 없다. '결백'에 이어 '정말 먼 곳'을 보여드리게 됐는데 연기하거나 그런 것에 대한 마음가짐이 변한 건 없다. 크게 다른 게 없는 것 같다. 영화가 갖고 있는 의미가 있고 저희가 준비해온 기간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시국에 개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뜻 깊은 것 같고 좋은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먼 곳' 제안을 받았을 당시 어땠나.

▶책 받았을 때 잔잔하고 소소하고 그런 작은 이야기 같지만, 읽었을 때 큰 파장이 있었다. 잘 짜인 단편 소설 한편 읽은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그려질까 기대와 걱정을 하며 임했다. 영화제 때 보고나서 책에 쓰인 대로 영화가 잘 담기고 구현 된 것 같아 벅찼다.

-출연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18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주최한 배우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가 감독님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감독님께서 책을 주셨을 때 출연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감독님과 나눈 얘기도 좋았지만 책이 갖고 있던 힘이 컸던 것 같다. 우리 옆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고, 소소하고 잔잔하지만 큰 파동이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현민 역에 왜 캐스팅됐다고 생각하나.

▶최근에 언론배급시사회를 하고 GV가 있었다. 감독님께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백 연기를 봤을 때 때묻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좋았다고 하셨더라. 그런 점들이 현민과 맞닿아있다 생각해주신 것 같다.

-시인 현민을 연기하며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아무래도 직업적으로 시인이라는 특성도 있지만 중점 둔 것은 진우와의 관계였다. 또 직업적인 측면에서 시 수업할 때 어떤 모습이 보이는지 관찰했다. 실제 시인분들이 어떻게 시를 쓰시고 낭독하시는지, 어떤 생활 하시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발견하고 노력해가려고 했다.

홍경/그린나래미디어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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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선 고민은 없었나.

▶진우와 현민을 거리감 있게 담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둘이 사랑을 나누는 신이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담기지 않았는데, 이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관객들이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다. 직접적인 것들이 없음으로 해서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았고 그런 점들이 좋았다. 이들이 사랑을 나누며 겪어나가는 어려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아픔들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겠다 생각했다.

-현민의 전사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홍경 배우는 현민의 전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했나.

▶저도 이 점 때문에 어려웠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와 있는지 나타나 있었다면 이해하기 수월했을 텐데 그런 것이 없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야 했다. 현민은 겉으로는 많이 웃고 긍정적이다. 저는 그런 사람에겐 어떤 아픔과 깊은 상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민에게 그런 점을 많이 봤던 것 같다. 그런 어려움과 고통과 힘든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걸 이겨내기 위해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생각했다. 감정을 드러내기 보다 숨기려 하지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친구 같았다.

-평소 시에 관심이 많았나.

▶사실 시에 문외한이었다. 영화 찍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와 거리가 멀었고 어려운 문학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시가 어려웠다. 시를 접하며 느꼈던 점 중 하나가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점이었다. 열린 마음으로 느끼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더라. 감독님께서 주신 레퍼런스를 보면서 시인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 많이 깨졌다. 이처럼 저 역시도 현민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했다.

-롱테이크 장면이 많았는데 긴 호흡으로 연기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은 없었나.

▶사실 오히려 저는 롱테이크가 좋았다. 다같이 한 호흡으로 달리는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순간에 확 들어가있는 느낌이 있더라. 그런 것이 끊어지지 않도록 순간순간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배우들 모두가 한 순간에 다 들어와 있는 느낌이 좋았다. 식사 장면에서도 모든 배우가 합이 맞아야 했다. 합이 전부 맞았을 때, 그럴 때 짜릿함을 느끼는 것 같다. 한 호흡으로 쭉 달리는 느낌이어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강길우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길우 형에 대해 말하자면 끝도 없다. 영화 찍는 한달 내내 같은 방에서 생활을 했다. 형 자체가 굉장히 열려있는 사람이다.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이야기를 나누는 데 있어 막힘이 없었다. 형 자체가 워낙 잘 들어줬다. 의견을 말씀드리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더라. 형은 정말 유연하고 차분하다. 또 큰 나무 같다. 그늘에 기대 쉴 수 있는 그런 나무 같은 사람이다. 굉장히 편안했다.

-현민과 홍경 배우간의 접점이 있었나.

▶어떤 연기든 저로부터 모든 게 시작한다 생각한다. 인물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제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현민이 왜 그렇게 밝고 상대를 이해하려 했는지 들여다보려 했고 그 이유를 찾으려 했다. 결과적으로 현민이 저보다 성숙했던 것 같다. 상대와 거리감을 지키면서도 이해하고 보듬어 주려 했던 면에서 그렇다.

홍경/그린나래미디어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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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메시지에 대한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해답을 정해서 연기하기 보다는 여러 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영화의 큰 매력이라 생각했다. 그런 점들에 있어 영화 작업이 좋았다. 영화에는 얽히고설킨 여러 관계들이 나온다. 그 관계 속에서 사랑을 나누며 겪는 어려움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다.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 현민이기 때문에 현민과 진우, 둘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다.

-'정말 먼 곳'이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너무 좋다. 저는 독립영화, 상업영화를 나누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처음 찍은 독립 장편영화가 영화제에서 사랑받았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 같다. 지금도 벅차오르고 정말 감사드린다. 영화제가 꼭 가야 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실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자리 같다. 그래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도 크다.

-배우는 어떻게 시작했나.

▶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간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갈 때였다.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했다. 드라마 연극도 봤지만 영화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러다 보이 자연스럽게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시나리오를 읽으며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 진로를 고민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예술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게 됐다. 처음부터 연기 학원을 찾아가서 발성 호흡을 깨우치기보다 배역을 이해하고 배워갔고 단편 영화와 독립 영화를 차근차근 찍게 됐다.

-홍경이 연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고민을 해보긴 했다. 그러다 왜 이걸 좋아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영화 좋아했을 때의 '덕후' 같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웃음)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연기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와 맞물려 있다. 연기를 하는 게 어렵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하다. 몰랐던 시각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몰랐던 것에 대한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 같다. 배워가는 과정은 물론 힘들지만 희열이나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기는.

▶10대 때 겪은 성장통이나 우리 세대들이 겪는 이야기를 영화에 잘 녹여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사실적이고 리얼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들을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홍경/그린나래미디어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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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나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어떤 이유에서 그랬나.

▶저는 이 경계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제가 신인이라 아무 것도 아니고 정말 어린 배우이지만, 이 경계가 없어져야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고 생각된다. 독립영화를 본다고 해서 더 적은 티켓 값을 내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영화는 모든 작품이 똑같은 가격을 내고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이런 시각에서 이야기하자면 똑같은 가격의 영화를 보는데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굳이 나눠야 할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말씀드리면서 스스로가 영화를 나누는 게 아닌지 조심스럽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려면 이렇게 나누는 것 자체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 'D.P.'에도 캐스팅되는 등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신인배우다. 기대주로 주목받는 소감은.

▶기대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대주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웃음) 'D.P.'라는 작품도 크랭크업을 했다. 군부대에 관한 이야기이고 20대 때 겪는 이야기다.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대중적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런 작품에 참여하게 돼 뜻깊고 감사하다.

-'정말 먼 곳'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또 다른 창문을 하나 더 열게 된 작품 같다. 가보지 못한 세계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열어보게 됐다. 24세~25세 나이대에 이런 역할 해본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20대 초반에 필모그래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 같다.

-'정말 먼 곳'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누군가를 이해하는 과정을 배운 것 같다. 현민이는 성급히 혹은 충동적으로 감정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도 거리감을 두고 알아가려 노력하는 친구라 생각한다. 그런 점을 배웠다는 의미에서 누군가를 이해하고 발견하고 다가가는 과정을 알려준 작품인 것 같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저희 영화는 아름다운 풍광의 화천이 주는 자연이 담겼다. 영화관에서 봤을 때 울림이 더 큰 것 같다. 지인들도 그렇게 말씀해주셨는데 극장을 찾아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면 개개인마다 생각하는 게 다른데 풍광들과 더불어 사회적인 것, 개인적인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다. 또 내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해, 아픔과 상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대해 생각하게끔 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극장에서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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