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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방송 "애틀랜타 총격, 인종혐오와 분리해 생각해선 안돼"

아시아계 여성 취약성 보여준다…결국은 인종 혐오 문제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2021-03-18 15:17 송고
미국 워싱턴DC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를 멈춰야 한다는 시위가 일어났다. © AFP=뉴스1
미국 워싱턴DC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를 멈춰야 한다는 시위가 일어났다. © AFP=뉴스1

미국 애틀랜타 지역 마사지 업소에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 8명을 살해한 로버트 애런 롱에 대한 정보가 밝혀지면서 미국내 아시아계 여성들이 얼마나 폭력에 취약한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NBC뉴스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용의자 롱이 인종적 동기를 갖고 범행을 벌였다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전문가들은 인종을 분리하고는 이번 사건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인종 혐오가 범행 동기가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성 중독자인 자신에게 유혹의 대상이 되는 마사지 업소를 제거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도 "이번 범행이 증오 범죄인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앞서 밝혔다.

이와 관련해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의 캐서린 세니자 초이 인종학 교수는 "이번 사태에서 인종을 감안하지 않는 것은 아시아계 여성이 미국에 처음 온 이후부터 100년 넘게 겪어온 폭력과 괴롭힘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이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 인종이 동기가 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경험하는 인종차별을 부정해온 그간의 미국 역사의 일부"라며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는 비극적이게도 지금도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경험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아시아계 여성을 겨냥한 범죄가 이번처럼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일은 드물지만 일어나지 않는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부터 아시아계 여성을 노린 증오범죄는 증가세에 있다.

비영리 단체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을 위한 증오 중단'(Stop AAPI Hate)이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퍼진 지난 1년간 미국에서 기록된 아시아계 겨냥 차별이나 범죄행위는 3800건에 육박했다. 이 중 68%가 여성 피해자였고 남성 피해자는 29%였다.

또한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한 번 이상 물리적 또는 성적 폭력을 당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 최대 55%에 달한다는 '아시아태평양 성별기반폭력 연구소'의 조사 결과도 있다.

'아시아태평양 미국인 여성포럼'의 성연 초이모로우 국장은 "아시아계 여성은 매우 구체적인 형태의 성차별을 겪고 있으며 백인 등 다른 인종의 여성들이 겪는 여성혐오와도 또 다르다"고 강조했다.

초이모로우 국장은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우리의 경험은 인종과 성별 때문에 더 특수하다"며 "백인 여성들은 왜 우리의 성차별 경험이 그들의 것과 다른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여성을 겨냥한 범죄는 이들이 이국적이고 순종적일 것이라는 그릇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초이모로우 국장의 설명이다. 

초이 교수도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아시아계 여성은 위협적이지 않고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다 맞서 싸우지도 않을 것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그는 "'남성의 유혹 요인을 제거하려면 아시아계 여성을 죽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역사가 그간 얼마나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취급해 왔는지를 말해준다"며 "이건 끔찍하다.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l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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