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첫 주인공은 현재까지도 코미디계 레전드로 꼽히는 심형래(63)다.

심형래는 얼마 전 방송된 JTBC '1호가 될 순 없어'에 출연했들 때, 설 무대를 잃어버린 코미디언 후배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그는 "좋은 리더가 돼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고백해 함께 있던 동료들을 뭉클하게 했다. 인터뷰에서도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삭막해진 사회에서 코미디까지 사라진 현실을 안타까워했다.최근 뉴스1과 만난 심형래는 "지금 K팝은 방탄소년단이 이끌어가는데 코미디는 이끌어가는 리더가 없다 보니까 와해된 것 같다"며 "누군가 중심이 돼서 끌고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일례로 그는 1980년대 전국민적 사랑을 받은 자신의 인생 캐릭터 영구를 꼽았다. 모두가 극장에서 "영구야"를 외치던 시절처럼, 영구와 같은 히어로가 코미디를 이끌고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구로 '역대 최고의 코미디언'이라는 명성을 누렸고 영화감독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지만 심형래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후배들과 코미디 콘텐츠 제작부터 트로트가수, '디워2', 테마파크 오픈까지 도전은 계속된다. 가장 잘 하는 코미디로 돌아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 도전을 지속하는 데는 "창조하는 게 좋다"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뭔가 남겨놓고 싶다"는 꿈을 늘 실현하고 싶다는 그다. 여전히 열정 넘치는 심형래. "그래도 난 영구로 남았으면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심형래/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최근 JTBC '1호가 될 순 없어'에 출연해 많은 화제가 됐다. 방송 출연을 다시 하게 됐나. ▶'1호가 될 순 없어'를 본 사람들이 문자를 보냈더라. '굉장히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친구들도 '형래야 많이 울었다'고 보냈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더라. 사실 코미디는 다 없어지고, 선배로서 책임감도 느꼈다. 이번에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촬영 때도 박승대, 엄영수(개명 전 엄영수), 임하룡, 이경애, 송영길, 곽범 등 이렇게 개그계 선후배들이 나와서 함께 녹화를 했는데, (촬영하는) 카메라맨들이 너무 재밌다는 거다. 역대 녹화 중에서 제일 재밌다고 하더라. 사실 우리 때 코미디가 슬랩스틱 코미디다 보니깐 부담없이 볼 수 있었다. 오늘도 어떤 아주머니도 제게 '제발 TV 좀 나와달라'고 하더라. '우리 때 코미디가 너무 그립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요즘같이 코로나19로 예민해지고 삭막해지고, 사람들이 나눠져 있는 시기에 정말 코미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영방송 KBS까지 '개그콘서트'를 21년 만에 폐지했다. 공개 코미디 무대들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제 (주된) 활동이 KBS(무대)였다. KBS에서도 '유머 일번지' '쇼비디오자키'에 이어서 '개그콘서트'까지 나왔는데 그게 전부 없어지다 보니깐 개그맨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선배로서 안타까웠고, 이럴 바에는 없어지지 않는 코미디 채널을 만들자고 해서 채널을 준비 중이다.

-코미디 채널을 준비 중이라 했는데 어떤 채널을 준비 중인가. 

▶사실 지금 적자 보는 케이블이 엄청 많다. 그런 케이블을 인수하려고 한다. 사실 놀 새가 없다. 굉장히 바쁘다. 내 힘은 미미하지만 코미디 채널을 만들어서 꾸준하게 코미디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거다. 우울할 때라도 이 채널만 보면 실컷 웃을 수 있는, 그런 걸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개그맨들이 거의 다 실업자가 됐다. 그러다 다들 유튜브로 돌아서고 그런 쪽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사실 유튜브도 (정통) 코미디가 아니다. 거기도 자극적인 것이 많다. 먹방에도 라면 50개씩 먹고 그런 걸 즐기는 장르가 되다보니깐. 물론, 그런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정통 코미디가 없어졌다는 거다.

-요즘 같은 시기에 코미디 그런 정통 코미디가 필요하다는 데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하고 있다. 

▶(예전) 우리나라에도 코미디가 사랑받을 때는 경기도 좋았다. 그때는 싸우다가도 '유머일번지'에 심형래 나오는 보고 그냥 웃는 사회였다. 보면 제가 옛날에 TV에 많이 나온 줄 아는데 사실 '유머일번지'에서 '변방의 북소리' 코너가 10분이었고, '쇼비디오자키'에서 '동물의 왕국' 속 펭귄이 10분이었다. 일주일에 20분 나온 거다. 그것 가지고 전국적으로 큰 웃음을 만들었다. 이후에 그 계기로 크리스마스 캐럴도 했었다. 사회가 웃음이 많을 때 경기도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웃음도 전파다. 학교에 가서 영구 흉내 내고, 펭귄 흉내내고 그랬던 거다.

그때는 저뿐만 아니라 이주일, 임하룡, 김형곤, 최양락씨부터 해서 코미디가 대세였다. 지금은 내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삭막하다. 물론 예민하니깐 그럴 수 있겠지만 너무 인심도 박하고, 뉴스를 봐도 누가 지나가다가 부딪히기만해도 싸운다고 그러지 않나. 저는 코미디가 꼭 코미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꼭 필요한 거다. 사회가 유지되려면 웃음이 없이는 유지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한다. KBS에서는 '개그콘서트'가 없어졌고 SBS는 '웃찾사'가 없어졌다. MBC도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졌다. 그러다보니깐 웃음을 느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요즘은 거의 다 자극적인 기사나 '누가 어떻게 됐다더라'에만 포커스가 가다보니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졌다.

심형래/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아직까지 심형래하면 '영구'라는 인식이 강한데, 과거의 인기는 어느 정도였나.

▶그때 당시 사진을 쭉 찾아보니깐 그 때 당시의 인기 순위가 나오더라. 당시 MBC가 코미디 대세였는데도 (MBC에 있던) 김병조씨가 2위고, (1위인) 나하고 득표 차이가 엄청 컸다. 그리고 이주일씨하고 나하고 비교한 자료도 있는데 그 때 무조건 1위는 심형래였다. 표차가 압도적이었다. 자료를 쭉 찾다보니깐 그때 당시에 사람들이 저를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웃음)

그만큼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준 거다. 우리 코미디를 보고 많이 웃어주고 스트레스도 날리는 그런 상황이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누군가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코미디언이 됐든 가수가 됐든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지금 방탄소년단이 아이돌을 이끌어 간다. 그전에도 빅뱅, 샤이니 등 이런 그룹들 이끌어갔으니 붐이 일어난 거다. 지금은 코미디가 많이 죽었다. 이끌어가는 리더가 없다보니깐 (코미디가) 와해된 것 같다. 그래서 TV 나가면서 느낀 건, 누군가 중심이 돼서 끌고 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보면 과거 코미디계의 BTS였던 건가.

▶그때는 정말 코미디 계의 방탄소년단이었다. 전국적으로 '달릴까 말까 달릴까 말까'하고 있었으니깐.(웃음) 옛날에 '영구와 땡칠이' 영화 할 때도 (영화 속에서) '여러분 영구를 불러봅시다'하면 다들 극장에서 '영구야' 외치기도 하지 않았나. 그런 것들이 하나의 문화였다. 극장 들어갈 때 다들 책받침, 아이스크림 콘 하나씩 들고 다녔다. 옛날 우뢰매도 있지 않나. 그때 내가 지구를 지켰기 때문에 다들 이렇게 살아있는 거다.(웃음) 지금 보면 그때는 영화를 떠나서 하나의 문화 같다. 그때 당시 어렸던 사람들이 자기가 처음 영화 봤던 게 '우뢰매'였다고 한다든가, '영구와 땡칠이' 처음 보고 너무 감동 받았다고 말해주는 게 정말 많다. 우리 때 코미디 팬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지금도 다른 사람 팬들도 많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정통 코미디가 없어진 게 정말 아쉽다.

-공개 코미디 무대를 넘어 영화까지 사랑받은 캐릭터는 영구가 유일하다. 당시 영구는 어떻게 탄생했나. 

▶예전에 '여로'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때 장욱제씨가 영구 역을 맡았고. 태현실씨가 영구 부인이었다. 또 송승환씨가 영구의 아들이었다. 그 드라마를 그렇게 재밌게 봤다. 중학교 때 그걸 재밌게 봐서 학교 가서도 따라했다. 친구들 중에서도 흉내를 제가 제일 잘 냈다. 그런데 개그맨이 되고 나서 그 캐릭터가 없어졌더라. 미국에는 미키마우스가 하나있으면 지금까지도 계속 나오고 도날드덕 같은 경우도 그렇다. 피터팬도 얼마나 오래된 캐릭터인가. 우리는 그 때 유행만 지나면 다 버렸다. 그래서 개그맨이 되고 내가 다시 살린 거다. 그때 PD 분들이 '옛날에 했던 건데 그게 되겠냐'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해보면 된다'라고 해서 파일럿으로 먼저 코너를 했었다. 그런데 그게 대박이 난 거다.

'동물의 왕국' 펭귄도 파일럿으로 시작했었다. 처음에 펭귄 탈 쓰고 한다니깐 선배들이 작살을 냈다. 이게 'TV 유치원이냐' '뽀뽀뽀냐' 했는데. '한 번만 해보겠다'고 했다. 그런게 대박이 난 거다. 사실 코미디는 고정관념이 있으면 안 된다. 코미디 소재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옛날에 파리도 했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왕파리가 날아오더라. 근데 그 파리가 계속 발을 비비는 데 그게 너무 웃기더라. 그래서 저걸로 코미디를 하자고 해서 나온 게 '파리' 코미디다. 난 할 수 있으면 그런 코미디를 다시 할 거다.

요즘 어린 아이들은 내 코미디를 못 봤다. 그래서 내가 옛날에 했던 코미디를 다시 포장해서 파리도 하고 펭귄도 하고 영구도 하고 변방의 북소리도 다시 한 번 해보는 거다. 가끔 유튜브에서 제 공연 보면 매번 다른 두 명씩 불러서 코미디 하는 게 있다. 나오는 사람이 다르니깐 항상 해도 재밌는 거다.

심형래/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본인은 노력파인가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나.

▶저는 전부 노력이다. 후천성이다. 예전에 KBS 서점 사장님이 인터뷰를 했다. 누가 연예인 중에 책을 많이 보냐고 했는데 서점 주인이 나라고 하더라. 나는 매일 책을 사갔다. 코미디 소재를 구하려면 학원도 없고 학교도 없고 어디서 소재를 구하겠나. 그러다보니 많은 상식들을 읽어봐야 하는 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책에 있는 게 정답이 되는 거다. 내 상상력을 키워야하는데 남이 만들어놓은 책을 보다 보니깐 머리가 깡통이 되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 다음부터 책도 안 읽고 다 끊었다. 이제부터 내가 창조해내자 해서 그다음부터 앉아서 끊임없이 생각을 했다.

옛말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지 않나. 누구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일반적으로 그걸 적성이라고 하는데 코미디언이 되려면 기본적인 건 타고 나야 하는 것도 있다. 물론 후천적인 사람이 많지만 어느 정도 이쪽에 타고났을 때 대성할 수 있는 거다. 조그마한 기반은 있어야 한다.

-공개 코미디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저는 다른 업종도 힘이 들지만 개그맨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한다.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작가들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니 카슨 쇼'는 작가가 몇백명씩 붙었다고 하더라. 근데 우리는 작가가 없었다. 개그맨들이 매일 아이디어를 짜야 했다. 물론 가수분들도 고생은 많이 하지만 노래가 히트하면 똑같은 가사 똑같은 곡으로 계속 불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 그런데 개그맨은 매주 바꿔야 한다. 매번 같은 걸 하면 식상하다고 하니까. 그렇게 보면 제일 힘든 게 개그맨이라는 직업이다.

-공개 코미디에서 표현의 제약이 재미가 없어진 이유라는 평도 있었는데.

▶표현의 제약이 많은 건 맞다. 요즘에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훅 가는 거다. 공개 코미디 같은 경우는 더 어려운 거다. 소재 자체가 우리끼리는 편한 얘기인데 상대방 쪽에서 받아들일 때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극과 극을 달리는 거다. 그래서 제일 힘든 게 개그맨이다. 소재 자체도 매일 바꿔야 하지만 웃기는데 방송에서 잘못 나가서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버리면 한방에 훅 가는 시대가 됐다. 또 공개 코미디가 제일 어렵다. 녹화는 편집이라도 할 수 있지만 공개는 한 번 지나가버리면 끝이니깐. 그런 상황도 어려운 거다.

심형래/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런 제약의 이유로 요즘은 개그맨들도 유튜브에서 많이 활동을 하지 않나.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개그맨 후배들도 굉장히 많은데 그럴 수밖에 없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나마 방송에서는 고정적으로든 했을 텐데 우리가 보장되는 직업이 아니지 않나. 어디서 퇴직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지금은 그런게 없다보니 유튜브로 갈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데 유튜브로 가서 잘 하면 괜찮은데 한계가 있다.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것과 혼자 가서 유튜브를 하는 건 차이가 크다. 저는 유튜브도 되게 좋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도 다 방송할 수 있으니까 좋은데 한편으로는 조직적인 코미디도 있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다.

-과거에는 코미디가 많이 천대를 받았기도 했는데.

▶사실 옛날에는 코미디하면 천대했다. 코미디하면 저질이라는 인식이었다. 물 뒤집어 쓰고, 넘어지고, 두드려 맞았다. 그때는 매스컴에서 저질의 대명사가 코미디였다. 근데 어떻게보면 그런 슬랩스틱은 찰리 채플린이 제일 많이 했다. 우리보다 수십배 더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외국에서 영웅이다. 영국에서는 기사작위까지 받았다. 그렇게 보는 시각 자체가 문제인데, 사실 저질이라는 천대받았을 때가 좋았다.

지금은 아예 외면을 받고 있는 거다.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폐지가 되는데 폐지 되는 게 섭섭한 것이 아니다. 어차피 시청자들이 재미 없어하면 채널 돌아가는 건 당연한 거다. 슬프지만 개그맨들도 노력을 해야 하는 거다. 재미가 없으니깐 폐지가 되는거지 왜 없어지겠나. 그래서 제가 그런 걸 보면서 한편으로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이번에 채널을 준비하면서 누군가 코미디 잘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형래에게 '코미디'란.

▶가족 같은 개념이다. 어떻게보면 개그맨들이 가족보다 더 같이 지낸 세월이 많다. 그리고 코미디는 종합예술이다. 코미디에는 노래도 들어가고 연기도 들어가고 모든게 코미디 안에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개그맨은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개그맨은 연기를 잘해야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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