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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하철 벌써 끊겼냐" 취객에게 폭행당한 서울역 직원

폭언·폭행에 고소 협박까지…서울 지하철 '감정노동 피해' 176건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2021-02-02 06:00 송고
감정노동 피해 예방을 위한 역사 내 홍보 스티커가 부착된 모습.(서울교통공사 제공)© 뉴스1
감정노동 피해 예방을 위한 역사 내 홍보 스티커가 부착된 모습.(서울교통공사 제공)© 뉴스1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서울 지하철역 직원이 당한 폭언·폭행 등 감정노동 피해사례가 총 176건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감정노동 피해 중 가장 흔한 유형은 취객의 폭언·폭행이었다. 지난해 4월 막차가 끊긴 후 서울역에 찾아온 취객 A씨는 '왜 지하철 운행이 벌써 끊겼냐'며 큰 소리를 질렀고 서울역 직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부정승차로 적발돼 부과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앙심을 품어 폭언을 내뱉고 심지어 자신을 붙잡은 직원에게 '성추행으로 고소하겠다', '업무를 똑바로 하지 않으니 감찰부서에 고발하겠다'며 협박한 승객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직원들의 감정노동 강도를 높였다.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직원의 요청에 '쓰고 안 쓰고는 자유'라며 오히려 직원을 폭행한 승객이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례도 있다.

공사 관계자는 "176건은 대부분 폭언·폭행 이상으로 상황 보고가 올라온 건수"라며 "폭언보다 수위가 낮은 감정노동 피해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직원들이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지난해 2월 도시철도 업계 최초로 '감정노동보호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TF는 감정노동 피해를 당한 직원들을 업무에서 분리하고 임상심리상담가와의 상담, 고소 진단서 발급, 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TF 활동으로 심리상담을 받은 직원은 69명, 치료비 지원을 받은 경우는 27건(지원금액 247만원)이었다. 감정노동 전임 직원이 경찰서에 동행하거나 전화 상담 등으로 피해 직원을 지원한 사례는 총 338건이었다.

TF는 또 고객이 역에 전화할 때 '직원을 존중해 달라'는 안내문구가 나오도록 하고, 감정노동 종사 직원 존중이 필요하다는 홍보 스티커 1000매를 역에 부착하는 등 홍보 활동을 벌였다. 감정노동 매뉴얼 제작, 관련 교육 실시 등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최영도 공사 보건환경처장은 "서울 지하철은 하루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거대한 공간인 만큼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 감정노동 빈도와 강도가 매우 높다"며 "공사도 제도 보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시민들도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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