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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로 연 매출 10억 버는 남자, 알고 보니 요요 신동"

[제2의인생]⑬"이 기술 왜 안되지? 독학으로 직접 설계·제작까지
"나만 가능한 일 찾아야…세계적 브랜드로 만들 것"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2021-02-03 07:10 송고 | 2021-02-03 08:23 최종수정
편집자주 청년실업 100만시대에 잘나가는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직장을 때려치우는 30·40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억대' 연봉조차 마다하고 사표를 쓰는 이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런가하면 거친 가사를 읊조리던 래퍼가 '과거'를 정리하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그에게 아쉬움은 전혀 남지 않았을까? <뉴스1>은 다양한 '이력'을 갖고 '제2의 인생'을 도모하는 이들을 만나 시대의 풍경을 그려봤다.
서울 송파구 와이제이요요클럽 내 3D 프린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윤종기 YJ요요클럽 대표 (본인제공)
서울 송파구 와이제이요요클럽 내 3D 프린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윤종기 YJ요요클럽 대표 (본인제공)

어린이들의 장난감쯤으로 생각하기 쉬운 요요로 연 매출 10억원을 버는 남자가 있다. 국내 유일의 요요스토어 '와이제이요요클럽'의 윤종기 대표(34)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그는 요요 선수로 더 유명하다. '스타킹', '코리아갓탤런트' 등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10대 때 이미 요요 업계에서는 유명인사가 됐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조금은 다른 길을 걸으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 1월말 그를 만나 그의 변신 스토리를 들어봤다. 

◇외국인 내한공연 보고 요요에 빠져…각종 대회서 두각

"요요대회에서 기술을 구현하던 중 갖고 있는 요요로는 원하는 기술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더 좋은 모델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설계 프로그램 독학을 시작했죠"

그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더 좋은 요요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자신이 직접 '플레이'를 하다 보니 수요자의 니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플레이어들의 입맛에 맞는 요요를 제작할 수 있었다.
서울 송파구의 와이제이요요클럽에서 만난 윤 대표는 매우 분주했다. 윤 대표는 요요 제작 외에도 요요강습, 유튜브 촬영 등 눈 코 뜰새 없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강습을 하지 못해 타격을 입었지만 3D 프린터를 이용해 가격이 저렴한 요요를 개발해 매출을 메꾸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해외선수들이 내한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고 요요에 빠졌어요. 요요를 취미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깊게 빠졌죠. 중고등학생 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요요를 잠시 접었다가 18살부터 다시 시작해 매년 전국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세 번 했습니다."

윤 대표는 어릴 적부터 소문난 요요마니아였다. 해외선수들이 국내에서 요요 공연을 펼치는 것을 보고 요요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어 대회에서 성과도 냈다. 요요경연대회는 3분 동안 선수가 지정한 음악에 맞춰 기술을 펼치고 점수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빙상에서 음악에 맞춰 선수가 안무와 기술을 펼치는 피겨스케이팅과 비슷한 방식이다.

윤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요요가 축구나 야구와 같이 프로가 활성화된 종목은 아니었기에 다른 진로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요요신동' 윤 대표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방송계의 관심까지 받게 된 윤 대표는 2011년 tvN '코리아 갓 탤런트'에 출연해 요요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고, SBS '스타킹'과 EBS '보니하니'에도 출연해 기술을 뽐냈다.

2013년에는 국내의 한 완구업체로부터 요요 프로모션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홍보 담당 사원으로 '샐러리맨' 생활을 시작했다. 대형마트 등 요요 판촉행사가 진행되는 곳에서 요요공연을 펼치며 고객을 모았다.

행사장에서 요요기술을 펼치고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울 때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다소 부족했던 말솜씨를 터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판촉행사가 회를 거듭할수록 요요 판매량은 늘었지만 1년 내내 그의 수입은 변화가 없었다. 결국 그는 직접 요요를 팔아보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월드요요콘테스트에 참여해 기술을 펼치고 있는 윤종기 대표. (본인 제공)
월드요요콘테스트에 참여해 기술을 펼치고 있는 윤종기 대표. (본인 제공)

◇유튜브 홍보 힘 입어 급성장…설계부터 자체 생산까지

윤 대표는 자신만의 요요를 만들어 판매해보자는 생각에 2012년 8월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통해 와이제이요요클럽 자사몰을 열었다. 와이제이(YJ)는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이니셜이다.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리빙관'에 10평 남짓한 사무실도 마련했다.

그는 "요요라는 단순한 콘텐츠에 다양한 마케팅 방식이 필요했고, 오류가 가장 적은 솔루션이 필요했다"며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가장 유명하면서도 실수가 적은 카페24 솔루션을 선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업 초기에는 초기에는 외국에서 수입한 상품들을 판매했다. 그러나 2015년 어느날 대회를 준비하던 윤 대표는 자신이 쓰던 요요가 '마음처럼 잘 올라오지 않는다'(리턴 기술)는 것을 느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음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한 치의 오차 없는 정교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직접 설계에 나섰다.

디자인툴인 '일러스트레이터', 설계 프로그램인 '캐드', 선반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마스터캠' 등을 독학으로 익혔다. 해외 제작사들의 요요를 분해해보고 시제품을 만들어보면서 제작 노하우를 쌓았다.

윤 대표는 자신이 설계한 제품을 정확히 제작할 수 있는 공장을 찾던 도중 세계 대회에서 인연을 맺은 중국 요요 선수 겸 제작자를 통해 중국 공장에서 OEM(주문자생산방식) 형태로 상품들을 내놓았다.

와이제이요요클럽이 자랑하는 요요 '홀리' (본인 제공)
와이제이요요클럽이 자랑하는 요요 '홀리' (본인 제공)

그 결과 와이제이요요클럽을 대표하는 자체제작 상품은 '홀리'가 탄생했다. 홀리는 알루미늄 등 소재를 선반이라는 기계로 깎아서 만든 금속 요요다. 한번 돌리면 10분~15분까지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좌우 흔들림 없도록 정교하게 제작됐다. 요요를 돌리고 기술을 펼치기도 전에 바로 올라오는 플라스틱 요요와 달리 오랜시간 기술을 펼칠 수 있다.

윤 대표는 "요요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베어링을 끼우는 공간을 정확히 설계한 결과 초급자들이 흔히 겪는 베어링 소음 문제와 리턴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다"며 "어떤 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의 움직임을 낼 수 있어 고급자들의 연습용 요요로도 부담이 없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업계에서 이미 얼굴이 알려진 윤 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업체를 온라인 홍보에도 박차를 가했다. 지금처럼 유튜브가 대중화되기 전인 2014년에만 구독자수가 2만명이 됐다. 현재는 2만8100명 정도 된다.

윤 대표는 또 오프라인 강습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일례로 2015년 5월5일 가든파이브에서 주최한 요요행사에는 400여명이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

사세가 확장되면서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진 윤 대표는 2016년 현재 위치로 회사를 옮겼다. 이전 사무실보다 4~5배 커진 규모다. 제품개발, 영상 촬영, 편집, 강습 등 수 많은 업무를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진 윤 대표는 외주업체에 편집 등 업무들을 맡겼다.

윤 대표는 "창업 이후 4~5년 간 고속 성장을 했다. 상황이 가장 좋았던 때는 2016~2017년 쯤이었던 것 같다"며 "요요 판매, 강습 매출을 다 합해 5억~10억까지 매출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는 제작도 직접하기 시작했다. 제품이 늘어나면서 제작 과정에서 간간이 발생하는 오류로 고객들의 컴플레인이 들어오자 직접 3D프린터 등 제작 기계를 들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3D프린터를 통해 요요 몸통이 제작되면 조립과 검수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요요가 탄생한다.

그는 "제작 초기에는 자로 일일이 치수를 재가면서 설계를 하느라 한 달 이상 소요됐는데 지금은 3D프린터로 오차 없이 설계가 되니 직접 제작까지 할 수 있었다"며 "기본 요요의 경우 제작까지 3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3D프린터를 통해 요요가 제작되고 있는 모습. © 뉴스1 문대현 기자
3D프린터를 통해 요요가 제작되고 있는 모습. © 뉴스1 문대현 기자

◇코로나로 맞은 위기, 이지트릭 요요 개발해 타개

승승가도만을 달리던 윤 대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맞았다. 실내 공간에서 진행하던 요요 강습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매출의 50%가 날아갔다. 야외 이벤트 역시 멈춰야 했다.

망연자실할 새도 없이 윤 대표는 유튜브 콘텐츠의 영상미를 높여 오프라인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고, 유튜브 광고 수익도 창출해냈다.

또한 기존 선수용 외에 가격이 저렴한 '이지트릭 요요'를 개발해 매출을 메꿨다. 이지트릭 요요란 손목 스냅이나 강제 리턴이라는 스트링 기술을 사용해 사용자가 직접 끌어올려야 하는 요요가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올라오는 요요다.

선수의 경우 고급 기술을 펼치기 위해 직접 끌어올리는 요요를 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국내외적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수요가 급감하자 어린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갖고 놀 수 있는 이지트릭 요요를 개발한 것이다.

이지트릭 요요의 가격은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1만원 안팎이라 어린이들도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창 회사가 잘 나갈 때의 매출은 회복하지 못했지만 회사가 유지되는 데는 큰 문제 없게 됐다. 

윤 대표는 "저희 사무실이 실내체육시설로 등록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르자는 취지로 자발적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강습을 중단했다"며 "강습이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터라 위기가 있었지만 새로운 방향으로 눈을 돌려 매출을 메꿀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인터뷰 이후 윤종기 대표에게 선물 받은 이지트릭 요요. © 뉴스1 문대현 기자

◇"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창업,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아이템 필요"

윤 대표의 하루 일과는 정해진 게 없다. 요요 주문이 밀려 있는 날에는 조립, 검수 등 제작에 매달려야 하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유튜브 영상 촬영, 신제품 설계, 자사몰 홈페이지 관리, 제품컷 촬영 등 할 일이 산더미다.

매일 바쁜 일상에 일주일에 2~3일은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잠을 청한다는 윤 대표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요요를 더욱 알리고 발전시켜야겠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다.

윤 대표는 "단순 업무만 용역업체에 맡기고 제품개발, 영상편집, 사진촬영 등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은 전부 내가 하고 있어 일이 너무 많다"며 "겉으로 봤을 때는 성공한 사업가로 보일지 몰라도 업계에서는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창업을 꿈꾸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자신만의 아이템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뭐라도 시도하는 자세'도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전자상거래 시스템이 활성화된 만큼 남들과 같은 아이템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분명 본인만이 가능한 것이 있으니 자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크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뭐라도 시작해볼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신제품에 대해 악평을 받은 적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내가 틀린 부분을 더 공부했고 강해졌다"며 "당장 매출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일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아이템을 사업화한다면 지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통해 와이제이요요클럽을 세계에서 인정받는 '하이엔드 요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것이 윤 대표의 목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와이제이요요클럽에서 요요강습을 진행 중인 윤종기 대표. (본인 제공)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와이제이요요클럽에서 요요강습을 진행 중인 윤종기 대표. (본인 제공)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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