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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 재벌' 변호사의 고백 "남 불행을 내 이름 알리는데 이용, 부끄럽다"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0-11-30 16:29 송고 | 2020-12-01 11:07 최종수정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복역 후 출소한 윤성여씨가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출석하던 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윤성여씨는 경찰의 강압수사에 못이겨 거짓 자백,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지만 관련자 모두를 용서했다.  © News1 

재심 전문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가 "여러 재심사건을 맡아 진행하면서 남의 불행을 제 이름을 알리는 데 많이 이용했다"며 "정말 부끄럽다"고 참회했다.

그러면서 "권력자들이 우리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고 간다"며 "왜 우리를 서로 미워하게 하냐"고 권력자들이 정치적 욕심으로 우리를 찢어놓고 있다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박 변호사는 영화 재심의 모티브를 제공했던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 화성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 사건 재심과 국선 변호 등 이른바 돈 안되고 힘만 드는 사건을 많이 맡아 '공익 변호사'의 전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국선 변호를 하도 많이 해 '국선 재벌'로도 불린다.

현재 방영중인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박태용 변호사(권상우 분)의 실제 모델이 박준영 변호사다.  

30일 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읕 통해 윤성여씨로 인해 '용서'와 '모든 것이 허무하니 욕심을 내려 놓아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지 못한 윤성여씨는 지금 우리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고 가는 권력자들만큼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혹독한 운명을 바탕에 깔고 있는 깨달음이 ‘용서’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성여씨가 교도소에서 2년 동안 성경을 필사하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전도서 1장 2절의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라고 했다"며 이처럼 "고생을 해본 사람의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과 각성은 정직하고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윤성여씨를 통해 국선변호인을 뛰면서도 마음 밑바닥에는 욕심과 공명심이 자리잡고 있던 자신을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공론화를 위해 얼굴을 공개하는 인터뷰가 필요하다. 사건이 잘 해결되게 하려는 것이니 그냥 믿고 따라오라는 등 여러 재심사건을 맡아 진행하면서 남의 불행을 제 이름을 알리는 데 많이 이용했다"면서 "정말 부끄럽다"고 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염치없는 권력자들을 통해(서도) 이런 제 얼굴을 비쳐본다"며 "당신들도 누군가에게 그 욕심을 비쳐보라, 왜 우리를 서로 미워하게 하냐"라고 정치적 이해때문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권을 겨냥했다.

끝으로 박 변호사는 "윤성여씨 재심 선고날인 오는 12월 17일 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영된다"고 알리면서 권력자들도 윤씨를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기를 희망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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