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지방 > 광주ㆍ전남

교직원에게 "닭·돼지 잡아라"…황당한 사립학교 설립자

청소·빨래·김치 담그기에 손녀 등하교 운전까지
전현직 교직원 17명 갑질행위 처벌 탄원서 제출

(무안=뉴스1) 박진규 기자 | 2020-11-24 07:00 송고
전남 무안의 한 사립고교. 최근 이학교 전현직 교직원 17명은 설립자의 갑질행위를 처벌해 달라고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2020.11.23 /뉴스1

전남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직원들이 설립자 가족의 '갑질'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사택관리와 운전, 개인 심부름 등 온갖 허드렛일을 포함해 가축도축까지 시켰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24일 전남 무안의 A고교 등에 따르면 이 학교의 설립자 가족이 지난 30여년 동안 교직원들을 개인비서처럼 부려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89년 설립된 이 학교는 설립자 주모씨가 지난 2010년 사망한 이후 공동설립자인 부인 김모 이사가 학교를 운영해 왔다.

김씨는 학교 인접 관사에 살면서 학교 직원들에게 청소와 빨래, 설거지, 음식장만은 물론, 사적인 업무까지 차량운전을 지시해 왔다는 주장이다.

특히 명절뿐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정치권 등 외부 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도 직원들이 직접 배달했다고 한다.

김씨의 딸이 2014년 학교 행정실장으로 부임하면서는 갑질은 더욱 심해졌다.

딸과 손녀의 거주지 관리 뿐 아니라 차량 출퇴근, 개인 심부름까지 교직원들이 제공해 왔다고 주장했다.

대학생인 손녀의 등하교 차량운전도 직원들 몫이었고 심지어 손녀의 잔심부름까지 해내야 했다.

한 교직원은 "매달 김장 등 반찬 만들기는 기본이고 관사 풀베기 뿐 아니라 개인 소유 밭의 고구마 심고 캐는 일까지 도맡았다"며 "다른 직원은 설립자 부인의 머리염색도 매일 직접 해줬다"고 폭로했다.

또한 관사에서 키우는 닭이나 돼지, 심지어 개까지 도축을 교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다른 직원은 "처음에는 병아리를 사와 키우기 시작해 많게는 하루에 닭을 15마리까지 잡아서 급식실로 보냈다"며 "개와 돼지는 도저히 직접 잡을 수 없어 업체에 맡긴 적도 있다"고 밝혔다.

갑질의혹이 불거진 전남 무안의 사립학교 관사. 관사 옆에 가축을 키운 것으로 보이는 우리가 설치돼 있다. /© 뉴스1

이로 인해 이 직원은 퇴직 후에도 닭고기를 먹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급식실 영양사는 설립자의 또 다른 딸이 맡았으며, 급식실의 쌀과 음식 등도 수시로 설립자 가족의 집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행정실 직원들은 근무시간 중 학교 직무와 관련 없는 장학재단 업무에도 수시로 동원돼 업무를 대행해 왔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함께 설립자 가족들의 폭언과 강요 등으로 인한 모욕감에 시달려 스스로 그만두는 일이 여러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설립자 가족의 전횡을 참다 못한 전현직 교직원 17명은 그동안 자신들이 겪은 갑질사례를 실명으로 기록해 최근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관계자는 "관사에서 키운 닭은 잡아 교사들에게 복날 점심으로 제공한 적은 있으나 돼지는 사육한 적이 없다"면서 "아흔 살이 다 된 설립자께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지나친 점이 직원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갑질과 관련해서 설립자 딸인 주모씨는 "제가 운전을 할 줄 아는데 왜 직원들에게 운전을 시키냐"면서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발끈했다.

또한 "일부 직원들의 갑질 주장은 저와 친오빠의 갈등에서 반대편에 선 사람들이 저를 음해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A고교는 현 이사인 김모씨와 김씨의 남편이 공동 설립했으며, 2014년 딸인 주모씨가 학교에 온 이후 교장으로 재직중이던 장남과의 다툼이 시작됐다.

장남은 2014년 이사회에서 교장 재임용이 부결되면서 갈등이 깊어졌고, 이후 평교사로 재직하다 정년 퇴직을 한달 앞둔 지난 8월1일 해임됐다.

딸인 주씨는 행정실장을 거쳐 2019년부터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며 학교운영을 실제 도맡아 하고 있다.


04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