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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주식 소수단위 매매 '산 넘어 산'…올해는 힘들다

0.1주씩 매매해도 예탁과 의결권은 1주씩 해야 "해결 과제 많아"
증권가 "소수단위 매매되면 저변 확대"…금융위 "법적장치 필요"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20-11-22 06:19 송고
정부서울청사 전경. 2017.8.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정부서울청사 전경. 2017.8.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국내주식을 1주가 아닌 0.1주 등 소수단위로 매매할 수 있는 환경이 올해 안에 조성되기는 어렵게 됐다. 고가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소수단위 매매 허용을 추진하고 있으나 규제 정비의 복잡성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8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정비 필요성이 입증된 27건의 금융규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 중 1건의 과제로 해외주식 뿐만 아니라 국내주식에 대해서도 개인투자자의 소수단위 매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4분기(10~12월) 중 규제 정비방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다.
현재는 해외주식의 소수단위 매매가 가능하도록 △주식 예탁시 금융투자회사와 투자자 소유분의 구분예탁 의무 △해외주식 매매 중개시 자기계산 계좌와 고객계산 계좌의 구분개설 의무 등에 대해 특례가 부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해외주식 소수단위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를 통해서는 1주에 350만원에 육박하는 아마존 주식을 3만원선 또는 1000원에 살 수 있다. 20~30대 사회초년생이나 자산이 적은 개인투자자도 고가 해외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증권업계 입장에서는 해외주식에 이어 국내주식에 대해서도 소수단위 매매가 허용되면 20~30대 사회초년생 등 앞으로 자산이 늘어날 잠재적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주식 소수단위 매매가 허용되면 주주들의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은 자산형성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주식의 소수단위 매매 허용까지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현재 예탁결제원에 예탁되는 주식의 기본 단위는 1주다. 또 상법상 규정된 주주의 권리도 1주 단위를 기본으로 한다. 이들 기준을 소수단위로 바꾸면 예탁원과 증권사 등의 거래 시스템을 모두 뜯어고치고 법 개정을 거쳐 주주의 권리 등을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 이런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위는 이들 기준은 손대지 않으면서도 국내주식의 소수단위 매매가 가능한 우회로를 찾고 있다.

문제는 예탁원의 1주 단위 예탁은 유지되기 때문에 각 증권사는 소수단위로 주식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소수단위 주식을 모아 예탁원에는 1주 단위로 예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점이다. 또 소수단위의 주주는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없어 유상증자, 주식분할, 배당 등 각종 권리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소수단위 주주들의 권리를 묶어 의결권을 부여하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식 0.1주를 보유한 투자자 10명을 묶는다든지,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수단위이면서, 기존 예탁 시스템이나 주주 권리 등은 1주를 기준으로 하게끔 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업계 의견수렴, 컨설팅을 거치는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검토할 예정이다.

국내주식 소수단위 매매를 허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각종 부작용도 미리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놔야 한다. 증권사는 자사가 보유한 주식 수 안에서만 소수단위 매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보유 주식이 적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바로 거래를 할 수 없는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일부 증권사만 소수단위 매매를 하고 있는 해외주식과 달리 국내주식의 경우 소수단위 매매를 허용하려면 모든 증권사가 동일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외 기업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거의 하지 않지만, 정보 접근성이 높은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사정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주식의 경우 표준화된 절차가 없다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주식은 해외주식과 달리 액면분할을 많이 해 1주에 100만원이 넘는 주식이 많지 않는 등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편인데, 올해 들어 급증한 개인투자자들을 의식해 다소 무리하게 소수단위 매매 허용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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