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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학대 의심 신고에도…'16개월 입양아' 왜 못 구했나

[또 아동학대]① 의사 신고비율 0.8%…"이례적이지만 결정적"
응급분리제도 미활용도 '갸우뚱'…부족한 전문성도 주된 원인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원태성 기자 | 2020-11-21 08:00 송고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입양한 뒤 학대와 방임을 이어가다 결국 생후 16개월의 입양아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엄마 A씨가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11.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16개월 된 여아가 멍이 든 채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3차례 사전에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이 아동학대 혐의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회적 지탄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골든타임이었던 의료진의 신고에도 아동을 가해자와 분리하지 않았고, 긴급 분리제도가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영아에 대해서는 5월, 6월, 9월 총 3번의 신고가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와 가해자의 지인, 그리고 소아과 의사가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9월 신고 때는 어린이집 교사가 영아의 급격한 체중 감소를 확인하고 병원으로 데려가 의사가 경찰 등에 신고한 사례였다.

아이의 몸에서 학대 의심 정황을 확인한 해당 의사는 신고를 무마시키려는 보호자들의 압박 속에서도 이를 강행했다. 이런 사례가 드문 만큼 경찰 측에서도 대부분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의료인들이 신고하면 보호자들이 해코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신고한 사람을 알려주지 말라고도 부탁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위험을 무릅쓰고 신고하는 건이라 무게도 상당하다는 말이다.

신수경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천안 사건(지난 6월 계모 학대로 숨진 9살 의붓아들 사건) 이후에 의사 신고는 세심하게 검토해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라고 일선에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경찰이 무시한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일반적 피해아동과는 달리 입양아동인데 입양기관과 연계해 면밀히 조사하지 않은 점도 이상하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앞서 여아가 살아있을 때 들어온 3번째 학대 의심 신고에서 의사와 면담을 가졌지만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며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사례관리를 하는 식으로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지자체의 한 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의료인들이 신고했다고 하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며 "병원에서 신고가 왔을 때는 정말 0 아니면 1인 상황이기 때문에 사건을 경찰이 신경을 안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신고된 3만8380건 중 의료인과 의료기사의 신고건수는 293건으로 0.8%에 불과했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장과 종사자의 신고건수가 1만2389명으로 32.3%에 달하는 것에 비해 매우 적은 수다.

© News1 DB

서울지방경찰청은 3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건을 종결한 양천경찰서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제부터는 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고 아이의 몸에 상처가 있을 경우 무조건 분리조치를 하겠다는 대처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찰이 피해아동을 구할 수 없었던 이유가 제도적 허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비상대책들은 법적으로 최소한의 근거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는 있지만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아동학대 처벌법 제12조(피해아동 등에 대한 응급조치)에 따르면 아동학대 현장을 발견하거나 학대 피해가 확인되고 재학대의 위험이 급박한 경우 경찰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해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응급조치 시간은 최대 72시간이며 검사가 임시조치를 법원에 청구할 경우 좀 더 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A 변호사는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들어올 경우 경찰과 기관은 응급조치 72시간 권한을 법원 심사 없이 쓸 수 있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바로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보다 못한 어린이집 원장이 의사에게 아이를 데려간 스토리도 굉장히 독특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 경찰과 기관이 초기 분리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응급조치가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느끼면 분리하려는 게 요즘 추세"라며 "법률에 부딪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서, 올 초 시행된 아동학대 처벌법에서는 응급조치 가능성을 넓혀놨다. 경찰과 기관이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긴급 분리뿐만 아니라 장기적 분리 또한 신청을 할 경우에는 큰 사유 없이는 통과된다고 아동 전문기관 관계자는 말했다.

한 아동 전문기관 관계자는 "긴급 분리는 누구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짧게는 72시간 길게는 2주 정도 분리할 수 있다"며 "장기적 분리 같은 경우에는 가정법원이나 지방자치단체 위원회 전문가들이 모여서 판단해 결정하는데 대개는 분리신청의 경우 통과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 등이) 신청 자체를 안 했던 거지 신청이 된다면 대부분 통과되는 것으로 안다"고도 덧붙였다.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하게 만든 혐의를 받는 엄마 A씨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B양이 부모에게 학대를 받는 것 같다는 의심신고가 3차례나 접수돼 부모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B양은 지난 2월 현재의 부모에게 입양됐다. 2020.1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다만 부족한 전문성이 원인이라는 견해도 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황을 파악하는 전문성이 부족했다고 본다"며 "경찰은 훈련을 받지 않은 분들이 많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실무자들 이직률이 높아서 현장에 갔을 때 비교적 가정이 화목해보이면 부모 말을 믿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병원에서는 신고를 쉽게 안하는데 이번에는 분명한 증거가 있어서 신고를 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경찰이나 아동복지기관에서 가정이 취약하거나 빈곤하지 않고 괜찮은 곳이라고 판단해서 부모 말을 너무 쉽게 믿은 것 같다"고 봤다.

아울러 한 지자체 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같은 경우 전반적인 사회 인식이 아동에 대해서 부모들이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옛날보다는 아동학대 관련해서 신고도 들어오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19일 양부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앞서 경찰은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는데 이에 대한 보강수사를 거쳐 아동학대치사, 방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당시에는 혐의없음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감찰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uhhyerim77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