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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입법' 논란에 막힌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어디로

'원스토어 강제법' 국감 막판 쟁점 부상하며 처리 무산
"구글에 찍힐라" 몸 사리는 기업들 공청회 불출석 전망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20-10-27 08:43 송고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가사가 열리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가사가 열리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방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가 무산되면서 공은 다음달 4일 열리는 공청회로 넘어가게 됐다.

'글로벌 IT 골리앗' 구글의 갑질을 막자는데 한목소리를 내며 관련 법안을 쏟아낸 여야가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법안의 최종 윤곽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27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관련 개정안 6건을 처리를 미루고 내달 4일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당초 국감 기간 내에 이들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위원장 대안으로 처리하기로 여야 간사가 합의를 마쳤으나 국감 마지막 날에 야당인 국민의힘이 "졸속 처리는 안 된다"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야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인앱 결제 문제는 원칙적으로 여야(의 생각이) 같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관련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해선 안되며 현상을 보다 깊이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조사해 충분히 (피해상황 등을) 듣고 해도 늦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자인 구글이 국내 앱마켓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콘텐츠 사업자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이뤄졌으나,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의미다.

◇ "왜 원스토어 써야하나요?" 업계 반발

특히 개정안 가운데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구글 갑질을 막자는 명목으로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를 사실상 강제하는 법안"이란 논란을 일으키며 국감 막판에 부각됐다.

한 의원이 지난달 16일 발의한 이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가 특정 앱마켓 사업자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 다른 앱마켓 사업자에게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차별 없이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글플레이에 앱을 출시한 콘텐츠 사업자가 원스토어나 삼성 갤럭시스토어에도 같은 앱을 내도록 하는 것으로, 콘텐츠 사업자에 추가적인 서비스 개발과 업데이트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 인기 게임 순위를 보면 고스톱이나 애니팡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구글플레이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며 "각 게임사마다 앱마켓 특성에 맞게 게임을 선택적으로 출시해왔는데 이를 모든 앱마켓에 내라는 건 공산주의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원스토어가 구글플레이의 대안이라고 하지만 글로벌 진출이 절실한 콘텐츠 사업자로선 전혀 대안이 안 된다"며 "현재까지는 낮은 수수료 이외에 강점이 없는데, 법안으로 원스토어 점유율 확대를 강제할 게 아니라 원스토어만의 차별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원스토어는 2018년 7월부터 업계에서 불문율로 취급해오던 30% 앱마켓 수수료를 20%로,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5%로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지난 8월 기준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점유율 18.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신3사 통합 앱마켓으로 출시됐다가 네이버 앱스토어와 합쳐진 원스토어는 SK텔레콤이 지분 52.7%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네이버가 2대주주(27.7%)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2020년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News1 성동훈 기자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2020년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News1 성동훈 기자

◇ 구글, 게임사 종용에 국회 위증 논란까지

일각에선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둘러싼 최근 이러한 프레임 전환을 구글이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법안을 발의한 한준호 의원은 지난 22일 구글이 국내 게임사를 상대로 개정안 반대를 종용했다며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녹취록에서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한준호 의원실에서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을 내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더 사업을 힘들게 하는지를 좀 부각시켜서 의견을 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가 법 개정에 반대하도록 했는지에 관한 질의를 받고 '그런 적 없다'고 답하면서 위증 논란까지 번진 상황이다. 

한준호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법안에 적용을 받는 콘텐츠 사업자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한정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중소 개발사는 대상이 아닌데 중소 개발사가 피해를 본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개정안 내용이 부담스럽다고 하면 (병합안에서) 빠지면 되는 거고 혹은 필요하니 한시적이라도 해보자고 할 수 있는데 논의를 시작조차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 "구글에 찍힐라" 기업들 공청회 불출석 전망

공청회 당일 관련학과 교수나 국내 인터넷 기업 최대 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관계자 이외에 직접 업계 목소리를 전할 당사자들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그동안 업계에선 구글이 구글플레이 수수료 정책에 반발해 자체 앱스토어를 출시한 게임사의 게임 검색 자체를 교묘하게 막는 등 '길들이기' 한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업계 분들이 직접 나오면 좋겠지만 물밑 의견을 들어보면 굉장히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구글에 반대되는 얘기를 했다가 앱 심사가 지연되거나 검색했을 때 검색이 안 되는 일, 업데이트 반영이 안 되는 일 등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는 공청회 결과에 따라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논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개정안 자체가 '흐지부지'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기국회 회기인 12월9일 안에 법안이 통과돼 즉시 공포될 경우 소급적용 문제없이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구글은 변경된 수수료 정책은 구글플레이에 새로 등록하는 앱은 내년 1월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10월부터 적용된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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