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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옵티머스 '집안싸움' 덕에…670억 투자사기 모면한 전파진흥원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제보로 투자비리 조기에 밝혀져…과기정통부 감사 주도
전파진흥원, 원금 670억에 이자 7.6억까지 모두 회수…"허술한 투자집행은 문제"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20-10-15 16:29 송고 | 2020-10-15 23:13 최종수정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에 연루돼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모습.2020.10.1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에 연루돼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모습.2020.10.1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옵티머스 펀드의 '먹잇감'이 됐지만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전·현직 대표간 '집안싸움' 덕분에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해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이혁진 전 대표와 김재현 대표간 경영권 분쟁으로 이혁진 전 대표가 '내부 고발자'를 자처하며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에 투자비리 사실을 제보해 결과적으로 수백억원의 기금을 날릴 위기에서 벗어난 것. 
전파진흥원은 문제의 옵티머스 펀드에 670억원을 투자했지만 원금은 물론, 펀드에서 제시한 목표수익률에 따른 이자 7억6000만원까지 모두 회수했다. 

하지만 전파진흥원의 부실한 투자관리 문제와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의 비위행위 혐의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공기관 투자한다" 허위보고…670억 원금에 이자 7.6억까지 회수

전파진흥원은 매년 2조3000억원 규모의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맡아 운용하고 있다. 기금은 통신사와 방송사, 홈쇼핑사 등이 주파수할당대가, 출연금, 분담금 등으로 조성한다. 그중 연간 2000억원 정도는 별도로 자금운용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전파진흥원은 670억원의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총 41개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상품 제안서'를 받았다. 그중 안정적이고 확정금리를 지급하면서도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한 대신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을 '판매사'로 선정하고 이들에게 각각 440억원, 230억원을 맡겼다. 

문제는 670억원 자금의 운용사가 바로 옵티머스자산운용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대신증권은 전파진흥원에 5개월 만기 채권형펀드로 2.02%의 목표금리를 제시했다. 투자처는 신용등급 AAA의 국고채 및 은행채 등 초안정형 자산과 정부기관 및 산하기관의 매출채권이라고 제안서에 밝혔다.

이후 전파진흥원은 기금운용 실적에 관한 보고서를 매일 전자우편(e메일)으로 받았는데 주로 부산항만공사, LH, 서울도시공사 등 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운용사인 옵티머스는 허위로 투자처를 보고한 뒤 신용등급이 나오지 않는 성지건설 등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같은 사실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당시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옵티머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이혁진 전 대표가 허위 투자 내역을 과기정통부에 제보하는 통에 알려지게 됐다. 

사태를 접수한 과기정통부는 특별감사를 실시해 전파진흥원의 기금투자 내역을 세밀하게 조사했고 이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투자내역까지 추적한 끝에 당초 약속했던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신용등급조차 나오지 않는 성지건설 M&A에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검찰·금감원도 간과한 옵티머스 사기…조기에 감사 없었다면 '아찔'

과기정통부의 감사는 2018년3월부터 6월까지 진행됐다. 옵티머스가 자금을 투입한 성지건설 등은 관리대상 종목으로 이후 상장폐지까지 가는 부실종목이었다.

이는 전파진흥원의 자산운용지침 7의3 '투자의제한' 규정에 따라 신용등급 A- 미만이나 관리대상종목에는 투자를 제한한 규정을 위반한 행위기도 했다. 전파진흥원이 e메일로 받은 옵티머스의 투자현황 보고도 허위였다. 

전파진흥원은 과기정통부 감사 이후, 펀드 만기 도래로 원금 670억원을 회수하고 당초 약속했던 이자 2.02%, 7억6000만원도 받았다. 자칫 큰 손실을 볼 뻔한 상황을 옵티머스 '집안싸움'으로 모면하게 된 셈이다. 

이후 전파진흥원은 2018년10월24일 '공공기관 자금을 이용한 성지건설의 M&A 관련 횡령 내지는 배임의혹'을 서울 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 고발 대상은 운용사인 옵티머스, 성지건설과 판매사인 대신증권까지 포함됐다. 이미 2년 전에 검찰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된 이번 사건을 조기에 차단할 기회가 있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당시 옵티머스 경영권 분쟁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대주주변경요청'을 별다른 조사 없이 승인해 준 것과 달리 과기정통부는 접수된 고발 내용을 허투루 보지 않고 정밀 감사를 통해 투자사기를 사전에 막았다. 

◇제대로 된 계약서 없이 '한줄짜리' 제안서로 계약한 의혹도

전파진흥원이 투자한 돈을 모두 되찾았고 이자까지 받았다지만 옵티머스자산운용을 운용사로, 대신증권을 판매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을 맡았던 최 모씨는 국내 2위 연기금인 우정사업본부 출신으로 과기정통부 감사 결과 자산운용관리지침을 위반한 '부적격투자'에 대한 징계요구에 따라 '견책'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추후 최 모씨가 정영제 전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와 가족동반 해외여행을 함께 간 사실이 드러났다. 최모씨는 '돈을 직접 지불했고, 우연히 같은 여행지에서 만났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비위행위로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또 전파진흥원이 대신증권을 판매사로 선정할 때도 <뉴스1>이 직접 확인한 대신증권의 '금융상품제안서'에는 금리와 투자형태 등을 불과 한두 줄로 정리한 간이 문서에 그쳤고, 운용사 등을 명시하지 않아 수백억원의 기금을 맡기면서 허술한 계약을 거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모습.2020.10.1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모습.2020.10.1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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