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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엄마찬스' 논픽션 주인공 추미애, 이젠 사과할 때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20-09-29 17:36 송고 | 2020-09-29 17:37 최종수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2020.9.1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2020.9.1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장관과 장관의 아들에 대한 근거 없고 무분별한 정치공세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 거듭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장문 中)

28일, 약 9개월에 걸친 추 장관 아들 서모씨(27)에 대한 검찰수사가 '전원 무혐의' 종결됐다.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추 장관은 그간의 모든 논란이 '근거없고 무분별한 정치공세'라고 자평했다. 단 한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었다. 
하지만 이 논란에 진짜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법적으로 불기소됐지만 수사 결과를 조금만 살펴도 국민들이 공분했던 '엄마 찬스'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서씨 군 휴가 특혜 의혹을 시작한 것은 일반인의 상식과는 달랐던 추 장관과 서씨의 행동이었다. 

첫째, 보좌관이 지휘 체계를 무시한 채 장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휴가를 연장한 잘못이 있다. 당시 정부 여당 대표였던 추 장관의 이름을 언급한 것도 논란의 근거가 된다.

카투사에는 '소속 섹션 선임병장·지원반 인사계원 구두보고→지원반장 서면보고→지역대장 서면보고→지역대 인사에서 개인별 휴가증 작성·지역대장 관인날인→휴가증 지참'이라는 휴가신청 절차가 있다.
카투사를 비롯한 군에 다녀와 본 사람들은 "일반인이라면 장교에게 바로 전화해 휴가를 받을 생각을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급한 일이더라도 선임병장에게 전화하는 정도이며 일반 병사들은 자유롭게 지휘 체계를 넘나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엄마가 유력 정당의 대표가 아니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경로를 거쳐 아들 서씨의 휴가는 두 차례나 보좌관의 도움을 받아 연장이 성사됐다. 

둘째, 추 장관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아들의 군 휴가 처리 관련 지시를 한 정황까지 확인됐다. 

검찰이 공개한 추 장관과 전 보좌관 최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추 장관은 최씨에게 김모 대위의 전화번호를 전달했다. 어떻게 취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화를 해보라는 의미로 읽힌다. 또 아들과 연락해달라고 요청하고 휴가 연장 관련 처리 결과 보고까지 받았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고도 "추 장관이 청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추 장관도 국회 대정부 질문이나 검찰 조사에서 "보좌관에게 아들의 병가 연장 관련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이것을 '관여'나 '지시'라는 말 이외에 어떻게 달리 표현할 수 있을까. 백번 양보해서 뚜렷한 정황이 없다는 이유에서 위법하지 않다는 검찰의 수사결과로 추 장관이 과연 당당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셋째, 거짓말로 진실을 감추려 했다. 서씨 측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서씨는 당직사병이라 주장하는 현씨와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추 장관도 국회에서 발언을 통해 "아마도 그 제보자인 사병이 일방적으로 오해를 하거나 억측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 결과 2017년 6월 25일 서씨와 현씨가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이 사실을 수사 결과에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6월 25일 두 사람이 통화했다는 것은 검찰이 확정한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제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에 가까운 거짓말이 결국 추 장관과 서씨가 진실을 감추려한다는 의혹을 낳은 것이다. 이로 인해서 진실공방은 계속됐지만, 그 근거인 애초의 거짓말도 서씨 측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은 수사 결과 발표 후 첫 입장문에서 이 같은 논란이 '근거없는'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모든 논란에 대해 단지 불법만 아니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다. 

2030세대들이 이번 논란에 유달리 민감했던 이유가 '근거없는 정치공세' 때문일까. 이번 서씨 논란으로 적지 않은 2030세대들이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극도로 치열한 입시 및 취업 경쟁을 겪고 있는 2030세대는 그나마 그 경쟁이 '공정'하기를 소망하고 있어서다. 이번 사안을 보는 잣대는 '공정'었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인정하는 바였다. 

검찰 수사로 아들 관련 논란의 사실관계가 공개된 지금, 추 장관은 자신의 잘못을 정확히 직면하고 솔직하게 사과해고 반성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공정의 가치를 바로잡고 2030세대의 상처를 보듬는 길이다. 그는 '공정'에 누구보다도 민감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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