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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北, 전례없고 이례적인 1호의 '공식 사과'

과거에도 '유감' 표명했지만 1호 즉각 사과는 처음
공식 통지문으로 사과 전달·남측 발표도 최초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20-09-25 16:45 송고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서해 최북단인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이 북한에서 사살된 사건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북한 '1호'가 남측에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미안하다'는 표현은 '유감' 표명을 넘어선 전례 없는 수준의 사과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날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청와대 앞으로 보내 사건 발생 경위와 북측의 대응에 대한 입장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혔다.

이는 전날 오후 청와대가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으로 비교적 발 빠른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번 사건 관련 김 위원장이 직접 사과 입장을 냈다는 점이다. 과거 북한은 우리 측의 사과 요구와 대치가 이어질 때 공식 유감을 표명한 적은 몇 차례 있지만 이번처럼 '1호'가 즉각 공식 사과한 적은 없다.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이던 박왕자씨를 북한군이 피격한 사건 당시 북한은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담화문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고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때는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으로 사상자 발생에 유감을 표명했다. 가장 최근 유감 표명은 지난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로 남측 군인이 부상을 입었을 때로, 남북고위급 당국자 접촉 공동보도문을 통해 나왔다.

과거 1968년 1월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 등 김일성·김정일 집권 당시에도 최고지도자가 사과한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사건 직후 공식 통지문으로 우리 정부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식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난 뒤 뒤늦게 구두로 유감을 표현하는 식이었다.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5일 오후 해경의 조사를 위해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통지문을 통해 남측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2020.9.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5일 오후 해경의 조사를 위해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통지문을 통해 남측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2020.9.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번에는 유감 표명 주체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통지문에서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미안하다'는 것은 단순히 '유감'의 뜻을 밝힌 것보다 더 진정성이 담긴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금강산 피격사건 때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면서 오히려 남측이 북측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전에도 유감을 전하면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대체로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북측은 실종자 사살이 '행동준칙'에 따른 결정이었다며 전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감 표명 주체와 내용적인 면을 감안하면 이전에 비해 상당한 성의가 담긴 '사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이 같은 뜻을 공식 통지문으로 밝히고 이를 우리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전하라고 한 대목 역시 마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받으며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정상국가'를 표방해 온 것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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