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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노출' 독감백신, 경쟁업체가 고발…초짜 신성약품 딱 걸려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0-09-23 09:37 송고 | 2020-09-23 10:33 최종수정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병원에 무료독감 일시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1일 오후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오늘부터 시작되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유통 중 상온 노출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현재까지 접종된 사례 중에는 이상 반응 신고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2020.9.2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독감백신 상온노출 사고는 경쟁업체의 고발로 드러나 접종 전면중단 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 질병관리청 "접종시작 전날인 21일 상온노출 신고 들어와…전면중단하고 서둘러 조사"

코로나19로 독감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질병관리청은 지난 22일 "오늘부터 무료 접종하려던 독감 백신이 운반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해 접종을 전면 보류한다"고 알렸다.

질병관리청은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백신의 단백질 함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면서 "제조 및 생산과정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냉장온도 유지 부적절 등으로 불거진 문제로 서둘러 조사해 접종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독감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변질우려가 있다는 신고가 지난 21일 오후 들어왔다"며 공급업체(신성약품) 물량인 500만도스에 대한 안전성 검사에 2주가량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 백신조달, 기존 업체들 '입찰방해' 檢조사로 물량확보 차질…업계 2위 신성약품이 따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용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은 조달청 사업이다.

사업과정은 ① 조달청 백신 조달 공고 ② 의약품 유통업체, 입찰 참여 ③낙찰업체, 제조사에게 백신 주문 ④낙찰업체, 전국 각 병의원 등에 백신 배달의 순으로 이뤄진다.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의 경우 제조업체로부터 사전에 물량 확보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2020년 독감백신 조달사업의 경우 그동안 경험이 많았던 업체들이 '입찰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바람에 제조사로부터 백신 공급 약속을 제때 받아내지 못했다.

반면 업계 2위 신성약품은 검찰조사 대상이 아닌 관계로 제조사로부터 물량확보 확약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계약을 따냈다.

질병관리청은 22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지난 21일 오후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이날부터 시작되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 유통 중 상온 노출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현재까지 접종된 사례 중에는 이상 반응 신고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병원에서 본 독감 백신 앰플의 모습. 2020.9.2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신성약품의 독감백신, 2단계로 배송…전국배송은 A사가, 지역배송은 B사에 재하청

올 들어 처음 국가백신 조달사업권을 따낸 신성약품 역시 익숙한 방식으로 전국의 각 병의원에 독감백신을 보내기 시작했다.

신성약품은 전국배달을 A배송업체에 맡겼다. A배송업체는 다시 작은 시, 구단위의 지역배송을 B업체에 재하청을 줬다.

◇ 재하청받은 배송업체가 백신 상온노출, 아이스박스 아닌 종이박스에…경쟁업체가 딱 보고 고발

독감백신 접종 전면중단 사태는 21일 오후 '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채 운반되고 있다'는 신고 이후 벌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역배송을 맡은 B업체 배송차량 중 일부가 '땅바닥에 그대로 백신 상자를 두거나 냉장차 문을 상당시간 개방'했고 일부백신은 냉장용기가 아닌 종이박스에 담겨 있었는데 이를 본 경쟁업체가 질병관리청에 고발했다는 것.

◇ 백신, 온도에 민감…상온에 노출되면 물백신돼 효과 없어져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백신에는 항온이라는 죽인 바이러스, 백신 효과를 좀 높이기 위해서 면역반응을 높이기 위한 부가물질이 들어 있는데 둘 다 온도에 대단히 민감한 물질이다"며 "항상 백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냉장을 잘 유지해야 되는데 이번에 운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이 됐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시간에 따라서 백신의 유효성이 떨어질 수가 있으며 약효가 없는 백신은 맞을 필요가 없는 (물백신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천 교수는 "상온에 노출된 백신에 대한 부작용은 "(아직까지) 특별히 보고된 적은 없다"고 했다.

◇ 신성약품 김진문 회장 "냉장차는 종이박스, 일반차는 아이스박스…일부 실수 죄송, 책임지겠다"

올해 처음 국가 독감백신 조달 사업에 참여했다는 김진문 신성약품 회장은 언론인터뷰에서 “전적으로 우리의 잘못이다”며 "백신 공급부터 빠르게 정상화한 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분 등은 질병관리청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고개 숙였다.

김 회장은 '처음부터 백신을 종이박스에 담아 운반한 것은 엄청난 문제다'라는 비판에 대해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다"며 "백신 제조사에서도 종이박스 형태로 백신을 준다"고 했다.

즉 "종이박스에 담긴 백신은 2~8도로 유지되는 냉장차로 운송되기에 문제가 없다"며 "냉장차가 아닌 일반 트럭으로 운반할 경우엔 아이스박스에 냉매를 넣어 적정 온도를 유지해서 납품하는 형태다"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배송업체와 계약할 때 운반 시 2~8도를 유지하는 규정을 지키도록 계약서를 작성했고 이를 어길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도 있다"며 "용역을 준 백신 유통 업체들이 일부 문이 열려있거나 하는 실수를 했지만 어쨌든 모두 우리 잘못이다"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독감 백신 접종 일정. © News1

◇ 천은미 "독감 11월부터 유행...11월초까지 독감백신 맞아야, 자기 돈 들여서라도 맞도록"

당초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어린이와 임산부를 시작으로 1900만 명에게 무료접종을 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 500만 도스(500만명분) 운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접종계획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천은미 교수는 "우리가 10월 말, 11월 초까지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하는 이유는 대부분 독감이 11월부터 많이 유행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따라서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자인 경우는 10월 22일부터 무료 접종을 시작하는 건 조금 늦은 감이 있다"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는 조금 비용은 들지만 유료 접종을 권해 드리는 편이다"라는 말로 백신파동으로 정부 무료접종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유료접종을 고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