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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회의장들 "남북, 더 많은 대화 교류 필요" vs "北에 할 말은 해야"

한미저널 특별기획 '역대 국회의장에게 듣는다' 인터뷰
남북관계·美中외교 온도차…한일관계 해소 한목소리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20-09-17 00:00 송고 | 2020-09-17 00:05 최종수정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5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후반기 국회의장단 퇴임인사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20.5.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전직 국회의장들은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정치권을 향해 각기 다른 조언을 던졌다. 경색된 남북관계와 한일관계, 대미·대중외교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문희상(2018년 7월~2020년 5월)·정의화(2014년 5월~2016년 5월)·김형오(2008년 7월~2010년 5월)·임채정(2006년 6월~2008년 5월) 전 의장은 이날 발행된 한미클럽의 한미저널 5호 특별기획 '역대 국회의장에게 듣는다'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남북관계 △대미·대중 외교 △한일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희상·임채정 전 의장은 현 더불어민주당 계열 소속, 정의화·김형오 전 의장은 현 국민의힘 계열 소속으로 의장을 지냈다.

◇"통합·협치 최우선"…"보건부 신설해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희상 전 의장은 "지도자의 리더십과 지도층의 헌신적 자세가 더욱 중요한 시기"라며 "통합과 협치를 최우선 가치로 해 국민을 하나로 묶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화 전 의장은 "질병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할 것이 아니라, 보건부를 신설해야 한다"며 "더 이상 복지전문가가 보건행정을 지휘하는 게 맞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정치의 본질적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현 정권에 두 가지를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첫째, 2년도 남지 않은 정권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며 "지금부터 새로운 일을 벌이려 하지 말고 마무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더 이상 분열적 정책을 쓰지 말라"며 "지금부터 서서히 앙금을 푸는 자세를 보여야만 정권도 대통령도 뒤탈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임채정 전 의장은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라며 "장기전에 대비해 정부는 국민의 신뢰 확보와 협조, 피로감 극복을 위해 항상 국민과 함께 가야할 것이다. 범정부적인 종합방역시스템을 구축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016년 5월 25일 오전 국회 접견실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6.5.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남북관계 이전보다 발전"…"할 말 하는 대통령·정부 돼야"

한반도 평화 유지와 통일을 위한 과제로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문희상 전 의장은 "어떤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며 "대화의 모멘텀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주변 강국과 외교를 강화하고 연대하면서, 호시우행의 자세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치밀하게 준비하여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임채정 전 의장도 "현 남북관계는 기대나 계획에는 못 미쳐도 이전 상황보다는 발전했다"며 "남북이 한반도 문제에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대화 교류 협력이 필요하다. 그 결과와 속도가 마땅치 않더라도 기본적인 평화 프로세스는 남북 간에 실천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형오 전 의장은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꼴인데도 애써 남의 일인 양 딴전을 부린다"며 "한국이 당사자임에도 들러리로 전락한 데는 평화구걸적 외교전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당당하고 할 말은 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돼야만 평화구축의 실마리가 풀리고 북핵문제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의화 전 의장은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하는 원칙 있는 대화를 나눠야 하고 상호간에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키워야 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적 신뢰를 쌓아가 정상국가로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남북국회회담과 관련해선 다수가 필요성을 인정했다. 문희상 전 의장은 "현실적으로 남북 정부 당국간 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어떠한 결실도 얻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국회가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의화 전 의장은 "남북간에 대화 채널을 하나 더 가진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현재는 어려움이 많아 보이나 기회가 오면 예비회담을 갖도록 국회가 준비하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김형오 전 의장은 "국회회담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순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북 정상회담이 잘 풀리면 그 후속조치 중의 하나로 국회회담이 필요할 것"이라며 "국회회담이 성사되려면 북한이 먼저 제의하도록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때도 큰 기대는 말아야 한다. 꼬리가 머리를 흔들 수는 없다"고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서고 있다. 2020.1.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美우선주의에 당당해야"…"한미동맹 역행, 절대금물"

대미·대중 외교와 관련해 한국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했으나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문희상 전 의장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는 흔들림 없는 우리의 외교 기본이다. 이러한 기본 틀 안에서 주변 강국과의 경제적 고려가 필요한 만큼, 한국 외교는 지금 고도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했다. 이어 "특히 트럼프식 미국우선주의에는 당당히 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의화 전 의장은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에 역행하는 행위는 절대금물"이라며 "중국과의 외교는 굳건한 한미동맹 아래 국익우선으로 실리외교를 펼쳐가야 할 것"이라고 봤다. 

임채정 전 의장은 "한국의 입지 조건은 미중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속할 수 없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주외교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며 "어느 한쪽을 얻고 다른 한쪽을 잃는 외교정책은 한반도 현실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이 정권 들어선 한국은 아예 북한의 종속변수로 취급당하고 있다. 우리 외교의 무기력한 모습"이라며 "가장 중요한 국가 간의 신뢰도는 오히려 갈수록 약화됐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특히 "한미동맹을 흔드는 언행은 자해행위"라며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이 증대되고 경제교류가 심화된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의 군사동맹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012년 10월 22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외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대화하는 모습. 2012.10.22/뉴스1

◇한일관계 갈등 해소엔 한목소리

한일관계를 놓고서는 양국 갈등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문희상 전 의장은 "적극적인 해결을 위해 당장 나서지 않는다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일"이라며 이른바 '문희상안(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20대 국회 문 전 의장이 발의한 법으로, 한일 양국 기업·국민들의 자발적 기부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의화 전 의장은 "역지사지의 자세로 일본을 이해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며 "우리가 모든 면에서 일본보다 나은 국가가 돼야 한다. 그것이 일본에 대한 아름다운 복수"라고 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우리가 피해를 훨씬 더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알량한 반일감정을 부추겨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정치권에 엄청난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일본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채정 전 의장은 "(일본이) 한국이 갖는 정치 경제적 약한 고리를 적당히 이용해 식민지 지배를 호도하려는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일본의 민간 부분을 통한 각 분야의 대화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soho090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