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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악취에 더 이상 못 살겠다"…부산 신호동에 무슨 일이?

지난 장마에 침출수 제때 처리 못해
인근 주민 "창문도 못 열고 자고 나면 두통"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2020-08-26 18:50 송고
악취의 근원지로 지목된 부산 강서구 신호동의 한 폐기물 매립장.2020.8.25/뉴스1© 노경민 기자
악취의 근원지로 지목된 부산 강서구 신호동의 한 폐기물 매립장.2020.8.25/뉴스1© 노경민 기자

올여름 부산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다량의 침출수를 제거하지 못해 악취를 일으킨 한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1달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폐기물 매립장의 침출수가 엄청난 양의 빗물과 뒤섞여 제시간에 처리되지 못하자 여기서 나오는 고약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인근 주거지역으로 전파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내막은 이렇다. 최근 강서구청 전자민원실에 악취 고충 민원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시체 썩는 냄새'부터 '시궁창 냄새에 숨을 쉴 수 없다'는 등 고충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취재진이 악취의 근원지인 강서구 신호동 공단 일대를 25일 오후 직접 찾아가 본 결과, 이제껏 맡아본 적이 없는 악취가 코를 찌를 정도로 현장 상황은 심각했다.

역겨운 냄새 때문인지 이곳 주민들은 무더운 여름인데도 창문을 꼭꼭 닫은 채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신호동 일반 산업단지와 녹산지구 국가산업단지에 둘러싸인 신호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폐기물처리장과 약 800m 떨어져 있지만, 악취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숨 쉬는 것조차 버겁다고 주민들은 호소했다.
이렇듯 주변이 산업단지로 가득한 탓에 평소에도 퀴퀴한 냄새가 자주 나곤 했지만, 이번에는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여서 밤잠을 설치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두통이 심해진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주민 A씨는 "이전에도 가끔 냄새가 났지만 이번 악취는 역대급이다. 주변 이웃들도 이곳에서 못 살겠다며 고생하고 있다"며 "냄새 때문에 밤에 창문도 열지 못한 채로 잔다. 평소에 냄새가 자주 나다 보니 환경도 더러워져서 이사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폐기물 처리장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 때문에 안 그래도 장사가 어려운데 악취까지 덮치니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며 "하루빨리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간 주민들 다 떠나간다"고 하소연했다.

또 제8호 태풍 '바비'(BAVI)가 한반도로 북상하는 가운데, 이틀 전부터 다소 진정세를 보이는 악취가 태풍이 몰고 오는 비바람으로 인해 다시 심해질까 주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주민 C씨는 "태풍 때문에 다시 냄새가 심해질까 두렵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이는데, 폐기물 매립장을 친환경 녹지로 탈바꿈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준석 신호동 환경대책위원장은 "밤 10시부터 냄새가 아파트 안으로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가질 않는다.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밖으로 빼내면 또 바람이 들어와 고역에 시달리고 있다"며 "시와 업체 측이 좀 더 빨리 사태 해결에 나섰으면 이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악취가 섞인 침출수를 제거하기 위해 폐기물 위탁 업체가 물을 빼내고 있다.2020.8.25/뉴스1© 노경민 기자
악취가 섞인 침출수를 제거하기 위해 폐기물 위탁 업체가 물을 빼내고 있다.2020.8.25/뉴스1© 노경민 기자

악취의 원인은 여름철 집중호우와 매립물이 만나 형성된 약 2만t의 침출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폐기물 업체 측에 따르면 폭우로 인해 뒤처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처리장에 과부하가 생겨 매립장에 대량의 오염수가 고이게 됐다.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한참 넘어서자 제시간에 오염수가 제거되지 못한 사이에 악취가 널리 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해당 폐기물 업체를 대상으로 이번달 말부터 1달간의 정지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한다는 행정예고도 업체 측에 통보한 상황이다.

부산시 자원순환과에 따르면 당초 시는 해당 업체에 5억~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었으나,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자 영업 정지 기간 동안 폐수 처리 작업에 집중하도록 결정을 내렸다.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업체는 책임소재를 가리기보단 당분간 복구작업에 몰두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폐기물 매립장은 현재 외부 위탁 업체를 동원해 침출수를 처리하고 있으며, 2만5000제곱미터(㎡) 면적의 매립지에 천막과 방수포를 덮어 냄새가 최대한 유출되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매립장 관계자는 "이웃 주민들께 너무 죄송할 뿐"이라며 "매출 손실보다는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영업 정지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불편을 서둘러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임시저류조시설을 만들겠다"며 "빠른 작업을 위해 부산환경공단에 협조 공문도 보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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