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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분할 효과' 테슬라엔 있고 삼성전자엔 없었던 이유는?

테슬라, 액분 소식에 주식 13% 급등…애플, 5번째 액분 계획 발표
삼성전자·아모레·롯데칠성, 액분 후 주가 부진…"미국과 한국 액분 상징성 달라"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20-08-16 06:05 송고 | 2020-08-16 18:56 최종수정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 3'. (자료사진) © News1 공정식 기자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 3'. (자료사진) © News1 공정식 기자

세계적인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액면분할 소식에 하루에만 13% 이상 폭등하는 등 미국 증시 열기가 뜨겁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등 이른바 '황제주'들이 과거 액면분할을 했지만 분할 후 주가 상승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11일 장마감 직후 주식 1주를 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 계획을 밝혔다. 발표 다음날인 12일(현지시간) 뉴욕 정규거래에서 테슬라는 전장 대비 13.12% 올라 1554.76달러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이달 21일 주주명부를 확정하고 오는 28일 장 마감 후 액면분할을 실시하고 31일부터 분할된 가격으로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현재 주당 1600달러 정도인 테슬라의 주가는 5대 1 액면분할 후 300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워지게 되는데, 액면분할 발표 후 주가 급등은 이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도이체방크의 엠마누엘 로즈너 애널리스트도 "주식분할은 어떠한 가치를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테슬라의 액면분할) 뉴스에 감흥이 없지만, 테슬라 주가는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액면분할은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나눠 주식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액면분할을 하게 되면 낮아지는 가격만큼 주식이 늘어나 주식 가치에는 변함없지만 주당 가격이 낮아져 개인들이 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인식된다.  

최근 5번째 액면분할 계획을 밝힌 애플의 경우도 과거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 2014년 6월 4번째 액면분할 당시 애플의 주가는 90달러 초반이었으나 최근 460달러 수준으로 약 5배 올랐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에서 액면분할을 했던 경우 주가 상승 재미를 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5월 액면분할을 실시해 250만원을 넘나들던 '황제주'에서 주당 5만원대 '국민주'로 변신했다. 

액면분할을 앞두고 당시 증권가에서는 주당 가격이 5만원선으로 낮아지면 수급이 개선돼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일었다. 그러나 액면분할로 개인의 삼성전자 투자 문호는 활짝 열렸으나 기대만큼 주가 상승 효과는 없었다. 

14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5만8000원으로 액면분할 당시 주가인 5만3000원에 비해 9%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액면분할 1년 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4만원대로 떨어졌고 반도체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던 지난해 1월에는 3만원까지 추락했다. 올해 초 6만선을 찍기도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가는 4만원에서 5만원 사이를 횡보하다 최근 5만원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과거 액면분할을 했던 아모레퍼시픽과 롯데칠성의 상황도 비슷하다. 2015년 아모레퍼시픽은 분할 직후 37만6500원이었으나 현재 47% 하락하면서 주가가 반토막 났다. 지난해 5월 액면분할을 단행한 롯데칠성의 주가도 분할 후 재개를 거래한 첫날과 비교해 38%가량 빠졌다. 

(자료사진) © News1 조태형 기자
(자료사진) © News1 조태형 기자

유독 국내에서 액면분할로 인한 주가 상승 효과가 미미한 것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한국에서 액면분할이 지닌 상징성에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액면분할을 하는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인 경우이고 테슬라가 대표적"이라며 "삼성전자는 계속해서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지금까지 엄청나게 성장해 온 기업이고, (액면분할 당시) 주가가 너무 비싸니 액면분할을 단행할 때가 됐다라고 판단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주가가 높을수록 고평가를 받게 된다는 '황제주 프리미엄'과도 연결한다. 워런 버핏은 액면분할을 실시하면 단기 투자하는 주주들이 유입됨에 따라 주주들의 질이 떨어진다며 액면분할을 반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황 연구위원은 "단순히 주식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더 오를 것이란 황제주 프리미엄은 일시적으로는 존재하겠지만 계속해서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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