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정은지의 차이나路] 테슬라 꿈꾸는 기업들…중국판 머스크 나올까

美나스닥서 만나게 된 웨이라이·리샹 등 IT기업인
中 테슬라 독주 속 정부 인센티브 힘입어 올해 110만대 판매할 듯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2020-08-13 06:40 송고 | 2020-10-14 14:33 최종수정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중국 전기차 업체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리샹(LI Auto)이 시장의 관심 속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샤오펑(Xpeng)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무색할 정도다.

이로써 나스닥에서는 지난 2018년 상장한 웨이라이(NIO)를 포함해 총 3곳의 중국 전기차 업체가 상장하게 돼 '중국의 테슬라'를 두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니오 홈페이지© 뉴스1
니오 홈페이지© 뉴스1

◇"100년만의 기회"…성공한 IT 기업인들의 대이동  

중국은 '중국 전기차 원년'으로 불리는 2014년 정부, 연구기관, 학계, 산업계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중국전동차백인회'를 설립했다. 테슬라가 처음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해이기도 한 이때 중국에서는 전기를 동력으로 한 자동차가 자동차 업계에 100년만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만연했다.

이 시기 웨이라이, 리샹, 샤오펑을 창립한 인물들은 과거 자동차 업계가 아닌 IT 기업 성공 신화를 썼던 인물들이다.

가장 먼저 나스닥에 진출한 웨이라이는 리빈(현 웨이라이 CEO), 류창둥 징둥닷컴 회장을 비롯한 IT 기업가와  텐센트, 샤오미의 순웨이캐피털, 힐하우스 캐피털의 자본이 투입돼 설립된 회사다. 중국어 '미래'와 발음이 같은 웨이라이는 아름다운 내일과 맑은 하늘을 꿈꾼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회사를 창립한 리빈은 베이징대학 졸업을 앞둔 1996년 인터넷 호스팅 서비스 업체인 난지커지를 설립한 경험을 기반으로 2000년에는 중국 초창기 자동차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이처(易車)를 세웠다. 이 사이트는 자동차의 가격 및 제원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의 평가를 공유하는 대표적인 자동차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인터넷 버블로 인해 투자자의 투자 철회 등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그는 2002년 이처의 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 마케팅 업체인 신이후동을 창업한 데 이어 2006년에는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만들었다.

리빈의 이처는 2010년 11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 중국 최대의 자동차 사이트이자 미국 시장에 진출한 최초의 중국 자동차 관련 기업이다.

리샹은 첫번째 전기차인 리샹원(ONE)을 시장에 출시한 지 1년여만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리샹은 이번 상장을 통해 총 11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상(理想)적이다'라는 뜻의 중국어인 리샹은 지난 2015년 7월 리샹(李想)이 창립한 회사다. 리샹 브랜드 로고는 'Leading Ideal'의 첫 알파벳에서 따왔다.

리샹 홈페이지 © 뉴스1
리샹 홈페이지 © 뉴스1

리샹은 중국의 대표적인 청년 사업가로 꼽힌다. 1981년생인 그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1998년 창업해 2000년 IT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인 '파오파오왕'을 만든다. 이어 2005년 자동차 정보 제공 플랫폼인 '치처즈자'를 설립하며 자동차 업계에 진출했다. 이 기업은 2008년 기준 중국 최대 자동차 정보 제공 포털로 성장해 2013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리샹자동차는 리샹의 두번째 나스닥 상장 기업인 셈이다.

리샹은 2014년 11월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웨이라이 창립 멤버로 합류해 현재도 웨이라이 이사 명단에 올라있다.

리샹은 웨이라이 창업에 앞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만난 적이 있다. 테슬라에 따르면 2014년 4월 머스크는 초기모델인 모델S(Model S) 인도 행사에 참석해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알렸다. 이날 행사의 일환으로 머스크가 모델S 차주에게 직접 자동차 키를 전달했는데 이때 키를 받은 8명의 차주 중 한명이 바로 리샹이다. 

샤오펑자동차는 지난 2014년 6월 허샤오펑 UC유스 창업자, 리쉐링 YY 창업자, 푸셩 치타모바일 CEO 등이 공동으로 투자해 설립됐다. 초기 멤버로는 광저우자동차에서 신에너지 자동차 개발 업무를 하던 샤옌 이외에 자동차 기업 및 IT 기업에서 근무하던 인원들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샤오펑이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허샤오펑이 지분 31.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허샤오펑은 2004년 중국 최대 모바일 브라우저 업체로 성장한 UC유스를 공동 창업했다. 2006년 UC유스에 합류한 위융푸는 2014년 첫번째 모델S를 인도받은 차주 중 1명이다.

허샤오펑은 2003년 중국 웹 브라우저 환경이 열악한 가운데 모바일 브라우저의 사용이 비교적 적다고 판단해 회사를 창립했다고 한다. 창립 이후 레이쥔 샤오미 회장 등을 통해 400억위안의 엔젤투자를 유치하고 알리바바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내는 등 성공한 IT 기업인으로 자리잡았다.

허샤오펑이 샤오펑을 공동 창업했던 해에 UC유스는 알리바바그룹에 인수 합병됐다. 이후 허샤오펑은 알리 모바일사업부 총재, 알리 게임의 CEO 등을 역임했으며 2017년 8월 정식으로 샤오펑 CEO로 취임한다.

◇"테슬라, 中덕에 컸는데"…中의 전기차 야심

테슬라는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02.9% 증가한 98억위안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중국이 명실상부한 테슬라의 제2의 시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에서 이제는 '중국판 테슬라'가 나올 때도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에 웨이라이, 리샹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7월 중국의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HEV)를 포함한 신에너지차량 판매량은 9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했다. 중국에서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중 테슬라 판매량은 1만1014대로, 3개월 연속 1만대를 넘게 판매했다. 이어 중국의 비야디(BYD)가 1만462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바짝 쫓았다. 웨이라이는 약 3000대의 판매량을 올렸다. 

허샤오펑 샤오펑자동차 CEO가 최근 웨이보에 올린 사진. 왼쪽부터 허샤오펑, 리빈, 리샹. © 뉴스1
허샤오펑 샤오펑자동차 CEO가 최근 웨이보에 올린 사진. 왼쪽부터 허샤오펑, 리빈, 리샹. © 뉴스1

자동차공업협회는 중국 신에너지자동차의 올해 판매량은 110만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 가운데 테슬라 판매량은 1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 육성을 위해 과감한 지원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정책을 기존 2020년에서 2022년으로 연장하기로 하면서 30만위안(약 5200만원)을 넘는 차량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7월부터 30만위안 이하의 전기차 중에서 연속 주행 거리가 300㎞ 이하인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연속 주행 거리에 따라 보조금 지급 수준이 결정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 기업 육성을 위한 조치라고 지적한다. 테슬라의 가장 하위 모델인 모델3의 중국 판매 가격이 32만8000위안인데, 이 보조금 제도를 적용하게 되면 테슬라는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다만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인 웨이라이의 전기차 평균 가격이 35만8000위안임에도 불구, 보조금 혜택이 이어진다.

리샹의 전기차 평균 가격은 28만위안이다. 대표 모델인 리샹ONE 판매가는 32만8000위안으로 책정되어 있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리샹 측은 자체적으로 8500위안의 인센티브를 적용키로 결정했다.

현재 중국에서 출시된 전기차 가운데 가장 긴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샤오펑의 경우 평균 가격이 13만위안이기 때문에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올 상반기 기준 웨이라이는 1만4169대를 판매하며 1위를 기록했고, 리샹(9500대), 웨이마(7686대), 샤오펑(4202대)이 그 뒤를 이었다.

리빈 웨이라이 CEO는 최근 한 포럼에 참석해 "자동차 업계는 승리자가 전부 다 먹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웨이라이와 같은 창업 기업과 기존 전통 기업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ejjung@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