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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레이에서 차박을 한다고?"…'기적' 같은 캠핑카 '로디'의 변신

국내 최초 경차 캠핑카 '로디', 日경차 캠핑카서 모티브
변신에 사흘 걸려…무시동히터·싱크대까지 갖춰

(화성=뉴스1) 문대현 기자 | 2020-07-17 07:30 송고
카라반테일 화성전시장에 전시돼 있는 소형캠핑카 '로디'© 뉴스1 문대현 기자

경차는 말 그대로 작은 차다. 그런데 이런 경차를 개조해 성인 2명이 차박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경차 뒷자리에 앉으면 운전석에 무릎이 닿지 않았던가.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3일 코리아센터가 운영하는 캠핑카 및 수입 카라반 공식딜러 '카라반테일'의 화성 전시장을 찾았다. 이 곳에는 기아자동차의 대표 경차인 레이가 캠핑카 '로디'로 변신하는 곳이다.

◇ 입소문 타고 주문 폭주, 지금 주문하면 10월에야 출고

'윙~ 윙~, 왱~!'

숙련된 기술자 2명이 전기드릴을 들고 경차 '레이'를 캠핑카 '로디'로 바꾸고 있었다. 취재진을 의식한 것인지 말 없이 업무에만 몰두해 있는 이들에게 행여 방해가 될까 말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로디요? 사흘이면 만들어져요. 그런데 지금 계약하시면 10월에야 출고돼요. 물량이 많이 밀려있거든요"

로디 제작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에게 한 관계자가 와서 귀띔했다. 그제서야 알아챘다. 기술자들은 취재진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 밀린 물량의 출고 날짜를 맞추기 위해 한 눈 팔 새 없이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것을.

로디의 탄생은 지난해까지 상상할 수 없었다. 당초 11인승 승합차만 개조할 수 있었으나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28일 자동차관리법 하위법령인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모든 차종에 캠핑카 튜닝을 할 수 있게 됐다. 

로디 아이디어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장수 카라반테일 대표가 일본의 한 튜닝쇼에서 작은 차로 충분히 넓고 활용도 높은 캠핑카로 만드는 모습을 보고 반해버렸다. 관련 규제가 완화되자마자 로디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십장의 설계도면이 그려져 있었다. 경차를 활용한 캠핑카 완제품 제작 및 판매는 카라반테일이 처음이다.

카라반테일 화성전시장에 로디로 변신하기 전 레이가 정렬해 있다. © 뉴스1 문대현 기자

로디는 폴란드어로 아이스크림이란 의미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볼수록 매력에 빠져든다'는 콘셉트가 녹아 있는 이름이다. 캠핑카라고 해서 크기를 부풀리거나 별도 장치를 추가하지 않아 운전이 쉽고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이나 세금 우대 등 경차 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겉모양이 일반 레이와 같으니 당연히 어딜 가든 주차도 용이하다.

◇"기아차 대리점아냐?"…국내 최대 규모 카라반 전시장

전시장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반긴 것은 형형색색의 레이 15대였다. 이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왔다면 기아차 대리점으로 착각할 뻔 했다.

카라반테일 전시장은 대지 5500m²(약 1650평)와 지상 2층 규모로 운영 중이다. 국내 카라반 업체로는 가장 큰 규모의 전시장이다.

전시장의 아래층은 정비동으로 쓰이며 윗층은 좌우로 정비동과 전시장으로 함께 쓰인다. 기자는 '탈+레이' 작업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1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수리를 위해 입고된 카라반들이 레이 대신 정비동을 거의 독차지하고 있었다.

이날 가이드를 맡은 김윤태 카라반테일 과장은 "1층에서 시트 탈부착 작업이 진행된 뒤 2층에서 이후 작업이 진행되는 데 탈부착 작업은 이미 끝났고 2층에서 후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기자를 2층으로 인솔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레이 3대가 정렬돼 있었다. 1대는 시트가 탈착된 뒤 다음 작업을 기다리고 있었고, 1대는 로디 프리미엄(로디는 옵션에 따라 기본형인 '마루', 중간형인 '라이트', 고급형인 '프리미엄'으로 나눠진다. 기자는 프리미엄의 제작 현장을 취재했다.)으로 완성된 모습이었다. 나머지 1대는 기술자 2명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로디 제작 과정에서 기존 시트가 탈착되고 레이에 특화된 풀 플렛 시트가 적용된 모습. © 뉴스1 문대현 기자

◇시트 탈부착→기본배선·무시동히터 설치→TV 등 전장제품 설치

레이가 로디로 변신하는 첫 순서는 앞뒤 시트 4개를 떼어내는 일이다. 그 다음 작업이 바로 운전석과 조수석에 '풀 플랫 시트'가 장착하는 일이다. 로디의 마법은 이 풀 플랫 시트가 핵심이다. 

레이의 원래 시트는 앞쪽으로 최대한 젖혀도 뒷공간과 최소 20㎝ 이상 차이가 나 앞뒤 수평이 맞지 않는다. 반면 '풀 플랫 시트'는 3단으로 접으면 후면 공간과 연결돼 앞좌석과 뒤쪽 공간이 평평하게 된다. 

중국 OEM(주문자상표부착) 공장에서 제작되는 이 시트는 주행 중에는 기존의 카시트와 같은 의자 역할을 하지만 접은 채로 누우면 머리와 등 부분이 닿아 반 침대 역할을 한다. 이 시트가 접히면 로디의 내부 길이는 1.89m까지 늘어난다. 웬만한 성인 남성이 누워도 넉넉한 길이다. 

레이의 시트 대신 풀 플렛 시트로 교체하는 과정은 숙련된 기술자 1명이 2~3시간 만에 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마치면 2단계 작업이 진행된다. 이 작업은 TV, 배터리, 콘센트 등 전장제품 구성을 위한 기본배선을 설치하는 것과 시동을 켜지 않아도 히터가 나오도록 하는 '무시동히터'를 장착하는 것이다. 로디에는 독일산 '베바스토 가솔린 전용 히터'가 사용된다. 또한 주행 중에도 충전할 수 있는 주행용 '씨텍배터리 충전기'도 이 때 장착된다.

로디 뒷좌석 하단 부분에 베바스토 가솔린 전용 히터(맨 좌측)과 씨텍배터리 충전기(가운데 및 상단), 수전(맨 우측)이 장착돼 있다. © 뉴스1 문대현 기자

김 과장은 "경차를 캠핑카로 만든다고 했을 때 다소 저렴한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았다"며 "로디는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충전기능을 인정 받은 제품들을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정도 소요되는 이 작업이 완성되면 마지막 단계인 '후작업'이 진행된다. 설치된 기본배선 위로 나무 합판을 덮어 가구를 배치하고 싱크대, 청수탱크, 컨트롤러 등 전장제품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에는 짧게는 이틀, 길게는 사흘이 소요된다.

로디에는 18ℓ의 청수탱크가 장착된다. 뒷좌석 하단 충전기 옆에 위치한다. 보통 카라반에 50ℓ의 청수탱크가 장착되는 것을 감안하면 아주 작은 사이즈는 아니다. 싱크대에서 간단한 설거지나 세면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사용된 물은 싱크대에 부착된 수전에 모아진다. 이 물은 환경 오염을 생각해 외부에 버리면 안 되고 집까지 갖고 가서 화장실에 버려야 한다.

기자가 직접 본 작업은 후작업 과정이었다. 기술자 2명이 터치식 통합 컨트롤러를 차량에 부착하기 위해 배선 작업에 한창이었다. 혹시 모를 전기 누전 사고에 대비해 이음새를 활용해 전선 간 연결을 시켰고, 이내 컨트롤러가 작동됐다.

카라반테일 소속 직원이 로디 후작업 중 컨트롤러를 부착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문대현 기자

대략 56개의 부품이 순서에 맞게 배치되고 조립되면 작업 3~4일 만에 로디는 완성된다. 로디는 현재 차량 가격을 포함해 2000만원 초반에서 2000만원 중반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옵션에 따라 개조 가격만 600~1000만원 가량 드는 셈이다. 여유 공간을 위해 루프 캐리어와 맞춤형 텐트를 설치하면 추가로 약 500만원이 더 든다.

◇175~180㎝ 남성에도 공간 충분…"생각보다 넓다"

기존 로디를 만나러 갔을 때부터 궁금했던 점은 과연 내부 공간이 좁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로디의 높이는 1m, 폭은 1.3m, 길이는 1.89m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완성된 로디에 들어가서 누웠다. 키 175㎝의 기자가 누워도 좁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앉아 보니 머리 위 공간이 넉넉히 남았다. 경차치고는 좁지 않은 느낌이었다. 내내 동행한 김 과장과 같이 내부에 앉아보니 편히 바둑 한 판을 둘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카라반테일 관계자가 로디 길이를 가늠하기 위해 차량 내부에 누워 있다. © 뉴스1 문대현 기자

기자가 로디를 취재하는 2시간 동안 3~4명이 로디를 구경하러 화성전시장을 찾았다. 이 중 30대 부부는 구매 의사가 있다며 담당자와 계약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남편인 30대 조모씨(서울 강서구)는 "아내가 로디에 관심이 있어 서울에서 화성까지 왔다"며 "생각보다 내부가 넓다. 만족한다"고 말했다.

로디는 현재 계약하면 10월쯤 받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탓에 안전성 검증 등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사전 계약을 받아 3월에 첫 출고한 이후 현재까지 10여대를 출고했지만 150대가 밀려 있다고 한다. 작업장 한 켠에 놓인 화이트보드에는 예약자와 출고 날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최근 '언택트 캠핑', '차박' 열풍에 로디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웃음을 짓던 김 과장은 취재를 마친 기자를 배웅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객들과의 출고 날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 작업자들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 꼼꼼하게 로디를 만들고 있으니 다소 출고가 늦어지더라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절차를 지키면서 예쁜 로디를 만들겠습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