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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틀면 나와" 트로트 예능 홍수…서서히 고개드는 피로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0-07-12 11:31 송고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TV조선 '뽕숭아학당', MBN '보이스트롯', MBC '최애엔터테인먼트', SBS '트롯신이떴다' 제공 © 뉴스1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TV조선 '뽕숭아학당', MBN '보이스트롯', MBC '최애엔터테인먼트', SBS '트롯신이떴다' 제공 © 뉴스1
트로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방송가에서도 트로트 관련 예능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생겨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방송 제작진의 트로트 예능에 대한 소비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트로트 예능에 대해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TV조선(TV CHOSUN) '미스트롯'과 MBC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 프로젝트는 전국에 트로트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시청률 고공행진과 음원차트 점령까지 트로트가 대중의 관심 한 가운데로 깊이 파고들었다. 이후 트로트는 방송가의 가장 확실한 흥행 코드로 자리잡았다.

'미스트롯'의 배턴을 이어받아 올해 상반기 방송된 TV조선 '미스터트롯'은 35.7%(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이란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트로트를 소재로 삼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SBS '트롯신이 떴다', SBS플러스 '내게ON트롯', MBN '보이스트롯', MBC '최애 엔터테인먼트', TV조선 '뽕숭아학당' '사랑의콜센타' 등 각 방송사들은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을 론칭해 예능 프라임타임대를 꽉 채우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겹치기 소재' '겹치기 출연'의 비판이어졌으나, 확신의 시청률 카드인 트로트를 놓칠 수 없다는 방송국의 경쟁의식이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로트 쏠림 현상은 출연자들 섭외에서도 뚜렷하다. 트로트를 통해 스타가 된 이들은 트로트 예능 밖으로 진출했다. MBC '전지적참견시점' '라디오스타', JTBC '뭉쳐야찬다' '아는 형님'에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이 나왔다. 반면 트로트와 무관한 스타들은 트로트 열풍과 함께, 관련 예능으로 뛰어들었다. '보이스트롯' '내게ON트롯'이 바로 그 예다. 트로트에 도전하는 기성 연예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각각의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들과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들은 트로트가 중심 소재가 되고, 일부 프로그램들은 같은 출연자들까지 나오기도 한다. 또한 요즘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들은 여러 채널에서 '재방' '삼방'까지 되며, TV를 켜면 너무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들이 지나치게 많다며 "뭐가 다른지 전혀 몰라 지겹다"고 피로감까지 호소하고 있다.

트로트 예능은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 된다. 방송계에서도 트로트 쏠림 현상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일단은 트로트 예능 열차에 탑승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보이스트롯' '최애엔터테인먼트'부터, KBS '전국트롯체전' 이 준비 중이다. 다른 방송국에서도 전국 규모의 트로트 경연 대회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스트롯'도 시즌2를 기획하고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안방'에서 즐기는 음악예능을 선호할 것이고, 주류인 트로트 예능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트로트 예능의 과다 탄생과 관련해 한 예능 프로듀서는 "중장년층이 채널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트로트 예능이 계속 될 것이지만, 트로트를 선호하지 않는 시청자들은 더욱 TV를 보지 않게 될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다른 예능 프로듀서도 "참신한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당장의 시청률을 위해 트로트 예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능력있는 예능 프로듀서들의 TV 이탈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들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좁은 트로트 시장을 늘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속도와 규모가 지나치게 커서 이미지 소비 등 반작용도 그만큼 거셀 수도 있다"라고 했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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