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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의 교통돋보기]개통 50년 맞은 경부고속도로, '바캉스'도 만들었다고?

부산항 연결해 수출일꾼 '톡톡'…일일생활권·수학여행 정착시켜
"공병대까지 동원해 난공사 개척…77명 순직자 희생 가슴 새겨야"

(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 | 2020-07-08 14:05 송고 | 2020-10-21 10:33 최종수정
경기도 성남 서울톨게이트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하행선(부산방향, 왼쪽)에 나들이 차량.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해외 출장을 갔다가 '로마의 길'을 둘러볼 일이 있었는데요. 오랜 세월 흔적은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도 이상없는 탄탄한 돌길에 감탄했습니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전차 바퀴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네모난 돌을 반듯하게 갈아 길을 냈다고 합니다.

로마의 땅이 넓어질수록 돌길도 확장됐고 사람과 물품이 활발히 오갔습니다. 진흙 길 일색이던 과거에 '로마의 길'은 기술과 영광을 상징하는, 오늘날로 치면 고속도로가 아니었을까요. 결국 로마의 길이 만든 국가의 힘은 오늘날까지도 '팍스 로마나'(Pax Romana)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로마의 길'에 버금가는 도로가 있습니다. 지난 7일 개통 50년을 맞은 '경부고속도로'입니다. 1970년 7월7일 대전~대구 구간을 완공하며 개통된 428㎞ 경부고속도로는 우여곡절이 많은 도로로 유명합니다.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론 막대한 차관을 들인 만큼 먹고 사는데 투자해야 한다며 반대도 많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핵심사업으로 강하게 관철해 착공할 수 있었답니다. 지금은 선형을 개량해 고속도로 구간이 416㎞로 줄며 직선화됐습니다만 산이 많은 지형 탓에 한때 '준고속도로'라는 별칭도 있었습니다.

오늘날 사전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있었다면 감히 엄두도 못 냈을 도로가 건설부(현 국토교통부)의 총괄 하에 개통되자 우선 '일일 생활권'이란 말이 탄생했습니다. 기차로 12시간, 기존 도로로는 15시간이 걸리던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이동 시간을 4시간30분대로 크게 단축했으니까요. 해상 물동량의 절반을 책임지던 부산항을 연결해 수출 확대의 시금석이 된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를 통해 1970년 90억 달러였던 국내총생산(GDP)은 1975년 217억 달러로 증가했고, 2018년에는 1조6000억 달러가 됐습니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도 1970년 280달러에서 2018년 3만600달러로 급증했습니다. 1970년 13만대가 채 되지 않던 자동차가 2018년 2320만대를 넘어선 것도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전국도로망이 꾸준히 확장됐기 때문입니다.

경부고속도로는 생활 수준의 성장과 함께 우리 문화의 변천사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우리에겐 당연한 일상이 돼버린 명절 귀성, 전세버스, 명승지 관광, 바캉스, 수학여행 모두 버스이동이 손쉬워진 경부고속도로의 빚을 진 셈입니다. 그러나 여기엔 국방부 공병대 등 총력을 쏟아부은 공사 관계자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악명 높은 당재터널(현 옥천터널) 구간에선 무려 13번의 낙반사고가 발생했다죠. 국방부 공병대 등 난공사 구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77명 순직자의 희생이 그래서 더 숭고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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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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