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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6개월-⑭] '코로나 일자리 가뭄' 155만개 증발

"3~5월 휴직 매달 100만명 상회"…'역대최대' 실업
임시일용 '취약층' 직격탄…재정 투입도 한계 있어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0-07-08 07:00 송고 | 2020-07-08 19:00 최종수정
편집자주 인류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전망이다. 이전에도 전염병은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세계화 시대 이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처음이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피해가 가장 큰 것을 비롯, 각국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와중에 한국은 ‘코로나 모범국’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 발병 6개월. 이전 6개월을 돌아보고, 이후 6개월을 내다보는 ‘코로나 6개월’ 시리즈를 24회 연재한다.
2020.7.6/뉴스1
2020.7.6/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임시일용직, 대면 서비스업 등 취약계층 위주의 '고용 쇼크'를 몰고 온 첫 글로벌 경제 위기다.

코로나19 확산이 반 년째에 접어들면서 우리 고용시장에서 155만 일자리가 사실상 증발해 버렸고, 일시휴직자는 매달 100만명 이상 양산되고 있다.
8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고용 충격이 시작된 시점은 국내 감염병 확산이 본격화된 3월부터다.

경제활동인구조사 상 취업자는 올 1~2월만 해도 전년동월대비 약 50만명의 높은 증가폭을 구가하던 상태였다.

그러나 3월에 전년동월대비 19만5000명 감소하면서 10년2개월 만에 내림세로 전환한 뒤, 4월(-47.6만명)과 5월(-39.2만명) 3개월 내리 감소세를 썼다.
사실상 '일시 실직자'나 다름 없는 휴직자 폭증도 우려된다.

지난달 한국노동사회연구소(노사연)는 3~5월 취업자 중 일시휴직자가 매달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휴업·휴직 증가로 5월 전체 취업자의 총 노동시간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2월에 비해 6200만시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 40시간 일자리 155만개가 사라진 것과 같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감소한 취업자들의 지위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코로나19 고용 충격은 상용이 아닌 '임시일용' 근로자를 집중적으로 도려냈기 때문이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올 3~5월 상용 근로자는 3개월 연속으로 40만명 내외의 증가폭을 유지했다. 반면 임시일용 근로자는 3월(-59.3만명), 4월(-78.2만명), 5월(-65.3만명) 연속으로 역대 최대, 또는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이 아닌 '실물'에서 출발한 근대사상 첫 위기인 탓으로 풀이된다. 감염 우려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 서비스업에 다수 종사하는 임시일용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임시일용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직장에서 잘린 뒤, 가장 빠르게 생계난에 직면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상용 근로자가 전년동월대비 증가폭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조(兆) 단위 고용유지 대책이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반부터 평균임금 70% 수준인 휴업휴직 수당의 66~90%를 지원해 주는 '고용유지지원금' 사업을 대폭 확대, 사업주가 기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

문제는 이러한 고용유지 대책이 주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대기업·상용 근로자' 위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 대책에서 소외된 임시일용 근로자들은 정부 지원을 기대할 틈도 없이 실직자로 전락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이는 실업급여 지급액 '폭증'으로 이어졌다. 실업급여는 문재인 정부의 고용안전망 확대 정책에 따라 안 그래도 지급액이 불어나고 있던 추세였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설상가상 덮치면서, 한 달에 실업급여로만 고용보험기금에서 1조원이 빠져나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구직급여 지급액은 1월 7336억원, 2월 7819억원, 3월 8982억원, 4월 9933억원, 5월 1조162억원으로 계절성과 무관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 경신이기도 하다. 고용보험제도가 도입된 1995년 이래 초유의 기록이다.

결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고용시장에 쏟아붓고 있다.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3차례 추가경정(추경)을 거치면서 기존 351억원에서 2조1632억원으로 늘었다. 또 올해 구직급여 예산을 12조9천95억원으로 본예산보다 3조3937억원 늘렸다. 한 해 구직급여 예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러한 실업급여 지급액 충당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나랏빚(국채)을 3조1000억원 내 기금을 채우기로 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그러나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용 충격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실업자 수는 127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6월 이래 최대치를 썼다.

원래 실업자 수는 2~4월 충격에도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는 실업 상태에 있던 많은 이들이 감염 우려 등으로 취업을 아예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실업자는 일할 의사가 있는데도 일터를 잡지 못한 이들을 뜻한다. 그러나 구직을 단념하거나 그냥 쉬어 버리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코로나19 대응 3차 추경안 관련 정부 의견을 밝히고 있다. 2020.7.3/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코로나19 대응 3차 추경안 관련 정부 의견을 밝히고 있다. 2020.7.3/뉴스1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현 정부 대책이 한계에 부딪힐 경우, 또는 코로나19 사태가 내후년까지 장기화할 경우, 대규모 고용 위기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내년 정도까지는 지금처럼 갈 수 있는데, 그 다음 해부터는 재정도 부담이 된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가 재정의 한계를 우려했다.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 교역 위축이 제조업 상용 근로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조짐도 감지된다. 고용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보면, 5월 제조업 종사자 감소폭(-6.9만명)은 전달(-5.6만명)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규 채용 급감에 따른 청년층 고통의 장기화도 우려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감소한 일자리는 30~40대 청년층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30대(40만개), 40대(36만개), 50대(33만개), 29세 이하(30만개), 60세 이상(25만개) 순이었다. 감소율은 29세 이하(8.1%), 30대(6.9%), 60세 이상(5.5%) 순서로 높았다.

결국 코로나19 발생으로부터 반 년이 지난 지금, 국내 고용 상황은 더욱 악화 조짐을 보인다. 코로나는 생명을 물론 직업을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이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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