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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코로나와 아동학대…이웃의 관심 필요할 때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0-07-04 07:03 송고
9살 의붓딸을 학대한 계부(35)가 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0.6.15/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9살 의붓딸을 학대한 계부(35)가 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0.6.15/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집콕'이라는 말이 있다. 어디 안 나가고, 집에 '콕' 박혀 머문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 들어 집콕이 유행처럼 확산했다. 1~2m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집안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시민은 집안에서 감염 걱정을 떨쳤다. 그러나 일부 아동에게 '집콕'은 고문처럼 가혹한 일이었다. '일부'라고 했으나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가정 내 아동학대 신고 수는 4078건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 4049명보다 29명 늘었다. 
최근 '창녕 여아 학대' '천안 계모 사건' 등 범행 내용을 지면에 옮기기 힘든 수준의 끔찍한 범죄도 잇달아 일어났다. 

특히 코로나19는 아동 학대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전국 학교들이 온라인 대면 수업을 하고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학대 가해자인 부모와 아동 간 '대면 기회'가 늘었기 때문이다. 아동 범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아동학대 사건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아동 학대 신고는 이른바 '112 전화'로 간소화됐다. 절차가 까다롭다고 할 수 없으나 현실적으로 아동이 직접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린 아이가 부모를 비롯한 보호자를 신고하는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아이에게 신고를 적극 하라는 것은 경찰 수사관조차도 "피해자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현장 수사관들은 "공동체 치안을 통해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웃과 친구, 교사 등 주변인의 관심과 신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사건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 주변인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동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꾸준하게 거론되는 근절 방안은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학대 사망사례 학대행위자 재판 결과'에 따르면 '징역 1년 초과~5년 이하'(7명, 23.3%)가 가장 많았다. '징역 15년 초과'를 한 경우는 25년 형으로 딱 1명이었다. 

해외 사례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뉴멕시코주는 '아기 브리아나법'을 제정했다.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1급 살인 죄목을 적용해 30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법이다. "해외와 비교해 아동학대 사건 형량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끈질기게 제기되지만 달리진 것을 체감하기 어렵다.

황덕현·정혜민·이상학 기자와 '코로나와 아동학대' 기획 취재를 하면서 한 가지 고통스러운 사실도 다시 마주했다. 아동학대는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를 보면 가정폭력 가해자 10명 가운데 9명(약 90%)이 어린 시절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을까.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실질적인 아동학대 대책을 논의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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