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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도 무릎 꿇은 '명품불패'…오프라인에 더 몰렸다

팬데믹에도 온·오프라인 명품 매출 껑충…거래액은 오프라인 勝
'명품=오프라인' 절대공식…"언택트로는 가격·과시욕 충족 못해"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배지윤 기자 | 2020-06-12 07:09 송고 | 2020-06-12 09:49 최종수정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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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수도권이 공포에 떨던 5월12일. 이태원에서 3㎞ 남짓 떨어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놀이공원을 연상시켰다. '샤넬'(CHANEL) 매장에 몰려든 인파로 긴 인간띠가 형성됐다. 

사람들은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도 주저 없이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겨우 매장에 입성했지만 진열장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베스트 셀러'로 꼽히는 792만원 핸드백은 일찌감치 들이닥친 '오픈런'족(族)이 모두 싹쓸이한 후였다. 샤넬은 이틀 뒤 일부 핸드백 가격을 인상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요가 온라인몰로 쏠리는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확산했지만 '명품'은 비웃기라도 하듯 고고하게 '오프라인 흥행'을 이어갔다. '코로나 쇼크'도 '명품 불패'(名品不敗)의 신화를 막지 못했다. 

◇매출 신장률, 온라인 강세였지만…거래액은 오프라인이 압도적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4대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1.3% 증가했다.
오프라인 판매처별로 보면 현대백화점은 올해 1~5월 오프라인 해외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의 2~5월 명품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각각 10%, 12%씩 뛰었다. 롯데백화점도 2~5월 명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올랐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온라인의 승리다. 올해 2~5월 G마켓·옥션·11번가·SSG닷컴·티몬 등 이커머스의 명품 매출 평균 신장률은 무려 50%에 달했다.

이커머스별로는 티몬의 명품가방 매출 신장률이 85%로 가장 높았다.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 2~5월보다 46%, 44%씩 증가했다. 11번가의 명품구두 매출도 최대 22%까지 뛰어올랐다.

매출 성장세만 놓고 보면 명품 수요가 온라인에 집중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총 거래액'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 명품시장은 오프라인 매장이 시장 점유율의 90.5%를 점유하고 있다. 온라인 명품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씩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로 1할 미만이다.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국내 명품시장 거래액 규모는 2019년 기준 14조8291억원으로 전 세계 여덟 번째로 크다. 온라인 시장에서 1조4090억원어치의 명품이 거래될 때 오프라인 매장은 10배 수준인 13조4200억원의 명품을 굴리는 셈이다.

결국 온라인 명품 매출이 50% 성장(약 7050억원)했더라도, 11% 신장한 오프라인 명품 거래액(1조4800억원)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사태에도 '명품=오프라인'의 공식은 깨지지 않은 것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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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으로 극복할 수 없는 가격 차이…'과시욕'도 한몫"

명품 매장이 '불야성'(不夜城)과 같은 인기를 이어간 저변에는 비대면으로 충족되지 않는 '소비의 심리학'이 숨어있다.

첫째는 '가격'이다. 명품은 수십만원에서 수백~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상품이 대부분이다. 무턱대고 비대면으로 주문하기엔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배송 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생기거나 하자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도 복잡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은 가격이 비싼 만큼,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 역시 매우 크다"며 "작은 흠집에도 가치가 뚝 떨어지기 때문에 '코로나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직접 매장에서 구매할 유인이 크다"고 해석했다.

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온라인 판매에 소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바늘 한 땀을 놓고도 품질이 좌우되는 극도의 민감한 상품"이라며 "명품을 택배로 배송하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를 따지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비대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품 매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감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품의 품질이라는 본원적 측면 외에도 고품격의 서비스가 주는 부차적인 만족감이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며 "특별한 존재가 된 기분, 이른바 '과시욕'도 명품을 사게 만드는 원천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김경자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전공 교수도 "명품은 스스로 보상하는 '경험 소비'이기도 하다. 그 보상의 순간을 모바일이나 컴퓨터 앞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독 명품 소비자가 오프라인에 쏠리는 현상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사회'에서도 소비 행태는 상품의 가격과 가치에 따라 양분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영애 교수는 "기능성 상품이나 값싼 생필품은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개인의 자존감이나 과시 욕구를 충족하는 고가 상품은 오프라인으로 수요가 몰리는 형태로 소비가 양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수석연구원도 "TV홈쇼핑, 소셜미디어, 라이브커머스 등 온라인 명품 판매가 돋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백화점을 통한 구매가 선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기 제품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유통되고, 초고가 명품 브랜드가 온라인 판매를 꺼리는 만큼 코로나19 이후에도 오프라인이 성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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