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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K리그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2002년의 전설들

10명이 싸운 설기현의 경남, 황선홍의 대전과 2-2 무
김남일 감독의 성남은 최용수의 서울 꺾고 무패행진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06-01 11:40 송고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성남 김남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0.5.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2002 한일 월드컵은 한국 축구사를 통틀어 가장 찬란했던 시간이었다.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재현되기는 쉽지 않은 기적이었다.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열린 대회였다고는 해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가 4강에 오른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결과였다.

당시의 환희는 경험해본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선물은 그게 끝이 아니다. 많은 축구인들이 "한국 축구는 2002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할 정도로 당시의 유산은 이후 축구 발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월드컵 경기장을 비롯한 인프라는 선진국이 부럽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고 각종 소프트웨어들도 크게 업그레이드됐다. '인적 자산'들도 빼놓을 수 없다. 박지성을 비롯해 수많은 당시 멤버들이 월드컵에서의 전리품을 앞세워 유럽 무대로 진출했고 그렇게 닦인 길 위로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에 이어 지금의 손흥민까지 따라 걸을 수 있었다.

어느덧 2002년 신화도 20년 전의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축구는 그때 거름의 힘으로 잘 자라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새로운 활기가 판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어느덧 지도자가 된 2002년의 전설들이 2020년 K리그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2020년 K리그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일찌감치 '이름값 높은 지도자'들의 자존심 대결로 꼽혔다. 앞서 언급한 2002 월드컵 4강 멤버 다수가 지휘봉을 잡은 까닭이다.

당시 맏형이었던 황선홍 감독이 기업구단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대전하나시티즌의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스나이퍼'라 불리던 설기현이 경남FC에서 프로 지도자로 출발했다. '진공청소기'라 불리며 필드 안팎에서 카리스마를 뽐냈던 김남일은 1부리그 성남FC의 새로운 감독이 됐다. 터줏대감과 같은 최용수 FC서울 감독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판이 깔렸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진행된 '하나원큐 K리그 2020' 4라운드(K리그1)와 5라운드(K리그2)에서 이들의 맞대결이 펼쳐졌는데, 공히 경기 막판에서야 희비가 갈리는 결과가 나왔다.

황선홍 감독(왼쪽)과 설기현 감독의 첫 대결은 2-2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황선홍 감독의 대전과 설기현 감독의 경남이 맞붙었다. 결과는 2-2 무승부였는데, 두 감독 모두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했던 치열한 승부였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경남 쪽에 큰 변수가 발생했다. 미드필더 하성민이 대전 공격수 박용지와 볼 다툼을 벌이다 퇴장을 당했다. 의도한 가격은 아니었으나 스터드가 얼굴을 향해 위험한 장면이 만들어졌다는 판정이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선수 1명이 빠지면서 경남 설기현 감독이 준비한 전술은 꼬일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은 잘 버텼으나 후반전 2분만에 대전 박진섭의 선제골과 함께 균형이 깨졌고 그 차이가 후반 40분이 넘을 때까지 이어졌다. 형님 황선홍 감독의 판정승으로 끝나던 분위기였는데, 막바지에 스토리가 꼬이고 엉켰다.

후반 40분 대전의 실수와 함께 경남의 동점골이 나왔다. 어지간하면 10명이 싸우는 팀은 동점골에 만족했겠으나 패기 넘치는 설기현 감독은 강공을 지시했고 결국 경남은 후반 44분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는데 또 반전이 있었다. 포기 않던 대전이 후반 추가시간에 PK를 얻어냈고, 이를 안드레가 마무리 지으면서 두 팀의 대결은 2-2로 끝났다.

이튿날 펼쳐진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도 막판에 득점이 나왔다. 지난 2016년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에서 감독(최용수)과 코치(김남일)로 함께 지냈던 관계까지 있어 더 주목을 받은 이 경기에서는 후배가 선배를 꺾었다. 팽팽한 흐름 속 0-0 스코어로 88분이 소모됐던 대결은 후반 44분에 나온 성남 외국인 공격수 토미의 결승골과 함께 1-0으로 끝났다.

원정에서 난적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펼쳤던 새내기 감독 김남일은 후반 38분에 스트라이커 토미를 넣으면서 마지막 교체카드를 소비했다. 승부를 보자고 넣은 공격적 카드의 발에서 결국 결승골이 터졌으니 적중한 용병술인 셈이다.

성남은 개막 후 4경기에서 2승2무 무패(승점 8)로 전북-울산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3위를 달리고 있던 서울은 성남전 패배와 함께 7위(2승2패 승점 6)로 밀렸다. 두 팀의 다음 대결이 더 기대될 첫 만남 결과였다.

황선홍 대전 감독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부담스러워할 게 아니라 감사할 일이다. K리그 전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면서 "우리가 더 잘해야한다"는 책임감을 이야기한 바 있다. 팬들을 위한 책임감이란 첫 만남처럼 사적인 정을 잠시 접고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