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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뒷맛 개운하지 않은 미래한국 합당

(서울=뉴스1) 이균진 기자 | 2020-05-23 12:37 송고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 회동에서 참석하고 있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미래통합당과의 합당 문제를 논의한다. 2020.5.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 회동에서 참석하고 있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미래통합당과의 합당 문제를 논의한다. 2020.5.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미래한국당이 오는 29일까지 미래통합당과 합당하겠다고 공식 의결했다. 사실 합당하겠다는 말은 총선 이후 수차례 반복됐었다. 그때마다 그 말이 미덥지 않았던 건 행동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유철 대표의 임기를 1주일 남기고 가까스로 합당을 의결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두 정당 당선인들의 압박에 등 떠밀린 모양새다.
미래한국당은 4·15 총선에서 33.84%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비례정당으로서는 가장 많은 19인의 당선인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것은 미래한국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통합당 지지라는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언행을 보였다. 국민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억지논리는 정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 대표는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합당 압박에 "우리는 정당방위 차원에서 창당을 했다. 미래한국당은 현역 의원 20명과 19명의 21대 국회의원이 있는 제3당이고, 국민들께서 이번 총선에서 35개 비례정당 중, 1위로 만들어주신 정당"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래한국당의 선전은 독자적인 활동으로 얻은 표가 아니라 통합당의 자매정당, 위성정당이라는 홍보로 얻은 것이다. 실제로 미래한국당은 총선 기간 내내 통합당 선거운동 현장에서 '두번째 칸'을 외쳤다.
총선 후 한달 이상 지나도록 합당 가능성만 흘리며 행동이 지지부진했던 것도 문제였다. 통합당 당선인을 중심으로 '즉각 합당' 목소리가 나왔지만 미래한국당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오히려 통합당이 지도부 공백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미래한국당은 177석의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거론하고, 합당의 전제조건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내걸었다.

양당의 통합 합의가 있을 때마다 뒤에서 다른 소리를 한 것도 불신을 불렀다. 통합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당내 최다선(5선)인 주호영 의원은 지난 14일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와 만나 조속한 합당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공동노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합당을 위한 수임기구도 구성하면서 합당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이번에도 찬물을 끼얹은 쪽은 미래한국당이었다. 통합당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한 김기선 미래한국당 정책위의장이 "9월까지 합당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란을 자초했다.

급기야 미래한국당 당선인에 이어 통합당 당선인들이 입장문을 통해 '29일까지 합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원래 통합당 소속이던 미래한국당 사무처 당직자들도 당무를 거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다급해진 미래한국당 지도부는 김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긋고, 29일까지 합당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또 사족을 달아 '돌발변수'를 거론하며 지연 가능성을 언급했다.

원 대표는 본인의 임기를 1주일 앞둔 22일에야 합당을 공식 발표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29일까지 합당"을 결의했다. 그는 "(당 지도부의 임기 연장을 위해 예정된) 26일 전당대회를 취소하고 현역 의원 및 당선인·당직자들의 의견을 듣는 최종 마무리를 하는 장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조금 더 일찍 결정했다면 보수통합이라는 대의명분도 얻고, 국민과 한 약속도 지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민주당을 향한 연동형비례대표제 폐지 주장도 더 힘이 실렸을 것이다. 합당을 놓고 보여준 미래한국당의 오락가락한 행보는 총선 참패 후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보수진영의 선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asd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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