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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확장] '내핍 경제' 북한에게 과학기술은 돌파구가 될까?

과학기술에 의지한 '정면 돌파전' 임하는 북한
구조적 한계 벗어날 정책 설정이 필요

(서울=뉴스1) 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KISTI 책임연구원 | 2020-05-23 08:00 송고 | 2020-05-25 14:15 최종수정
편집자주 [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 뉴스1
정면을 돌파한다는 말은 앞에 놓인 장애를 에두르지 않고 직접 마주하여 대항한다는 의미인데, 북한이 올해 내세운 기치가 바로 '정면 돌파전'이다. 법적으로 빈틈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인 대북 제재는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정면 돌파전은 북한으로서 다른 여지가 없는 선택지이고, 새롭지 않은 '새로운 길'이 된 것이다.

노동신문의 표현으로도 '가장 엄혹한 시련'이라고 할 정도인데, 북한은 민족자존이라는 명분을 지키기 위해 대북 제재에 타협하거나 굴복하기보다는 맞부딪힘, 즉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추진하는 경제의 정면 돌파전은 그 상대가 될 나라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정면 돌파전은 북한 내부적으로 이 난국을 이겨낼 구호적 성격으로 여겨진다.

결국 북한은 2010년대 중반 이후의 UN 등의 제재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내핍 경제로의 진전을 더해 가게 됐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해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더 어렵게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인 2012년에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결심을 보였다. 하지만, 올 초엔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하겠다'는 신념으로 인해 북한 전체가 자력갱생의 간고한 길로 가게 된 것이다.

국가 기조가 바뀌거나 대외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북한의 이러한 내핍 경제는 계속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자력갱생을 위한 대안으로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자원인 '내부예비'를 망라적으로 동원하고, 절약을 독려하며 '재자원화'를 강조하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유입이 차단 또는 봉쇄된 여건에서 재자원화를 법제화했고, 절약을 애국심의 발현이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의 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북한은 "정면 돌파전에서 믿을 것은 과학기술의 힘"이라고 한다. 북한은 전대 지도자들로부터 꾸준히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펼쳐 왔다. 북한은 노동당의 뜻이라고 하면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과학기술에 의거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일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관점을 가지고 과학기술 발전에 선차적 힘을 넣으며 모든 문제를 과학기술에 기초해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지와 신뢰로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북한 과학기술력의 한계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경제 발전의 문제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일부 과학기술 개발 성공 경험이 의식을 지배해 과학기술 만능론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주체 과학의 대표적 사례로 드는 '비날론'과 주체철이 수십 년의 이력과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확연한 경제적 성과로 자리잡지 못한 것을 보면 이 같은 예상이 가능하다.

최근 순천린(인)비료공장을 준공한 것을 두고, 경제 정면 돌파전의 '첫 승리'이고 '정면 돌파전 사상의 정당성이 현실로 증명하는 성과'로 들지만, 순천인비료공장도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석탄이 꽝꽝 나와야 긴장한 전력문제도 풀 수 있다"라고 하지만 언제 비료가 꽝꽝 나와서 북한의 농업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석탄가스화에 의한 탄소하나(C1)화학공업 창설은 북한이 최근 몇 년째 계속 강조해 왔지만 과학기술 발전의 성과가 생산품까지 연결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력 강화를 위해서는 오랜 투자와 연구개발 이력의 축적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제의 단번 도약은 가능하다. 그러나 과학기술 그 자체로만 보면, 단계적 도약은 가능해도 기술력의 단번 도약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당 기관지가 표현하는 것과 달리 과학기술은 묘술도 아니고 필연적으로 기적을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상당한 기간을 요구하는, 북한 매체가 언급한대로 '꾸준한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 재료과학기술학부의 과학자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올해 북한의 과학기술 예산 증가율이 다른 부분에 비해 높다고 하지만, 국방 기술처럼 집중화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중앙의 지원보다는 자체 단위 기관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자력갱생의 구조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 다분히 회의적이다. 과학기술은 투자 요인이 강한 데, 설비와 시료의 자체 조달이라는 자력갱생은 투자 요인에 있어 분명한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과학기술에 있어 생산과의 일체화를 유난스럽게 강조한다. 과학기술을 생산력 제고의 수단으로 여기며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주요한 전략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첨단 돌파를 말하지만, 정작 대학과 연구소의 과학기술자들은 기업의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는 돌격대로 나서야 한다. 원천 기술의 연구개발보다는 현장 애로 또는 문제 해소라는 일상 기술에 매달리는 구조적 제한이 있게 된다는 얘기다.

북한에는 '발은 조국 땅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라는 구호가 있다. 과학기술의 세계화를 지향하려는 인식을 보여준다. 북한이 세계와의 열린 협력으로 시선을 확장해 나갈 때 과학기술이 자체 경제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 자강력의 근원으로 실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의 과학기술이 어우러져서 북한 경제의 막혔던 길이 열리게 되고, 한반도 평화 경제의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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