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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선별진료소 '일시적 관찰실' 운영하려면 인력 충원돼야"

교육당국, 등교 개학 앞두고 상황별 대응 방침 학교에 전달
"학교 현장과 맞지 않는 '이상적 매뉴얼' 때문에 피로도 증가"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2020-04-28 16:09 송고
21일 오전 대구 한초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이 이뤄지고 있다./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1일 오전 대구 한초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이 이뤄지고 있다./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이르면 오는 5월11일부터 각급 학교가 순차적인 '등교 개학'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학교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보건교사들은 학교 현장과 엇박자를 내는 방역 지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급 학교는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온라인 개학 방침에 따라 원격수업을 시행하는 한편, 등교 개학에 대비한 막바지 방역 점검에 한창이다. 시설·기구 소독, 거리두기를 위한 책상 등 시설 재배치, 체온계·손소독제·마스크 확보, 열화상 카메라 설치, 선별진료소 역할을 하는 '일시적 관찰실' 지정 등 교문을 다시 열 채비를 하고 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감염병 전문가들의 자문과 검수를 받아 제작한 등교 개학 대비 매뉴얼을 수시로 일선 학교에 내려보내고 있다. 학교별로 △유증상자 발생 △의심환자 발생 △확진자 발생 등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른 모의훈련까지 진행하고 있다.

학교가 감염병 전파 통로가 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인데, 보건교사들은 교육당국에서 마련한 학교 방역 지침이 현장에 곧장 적용하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등교 개학 이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먼저 학생 간 안전거리를 최소한 2m 이상 확보하라는 지침부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가 일일이 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할 수 없는 데다 한정된 학교 공간을 고려하면 1m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증상자·의심환자 증상 파악, 역학적 연관성 조사, 보건 당국과의 비상연락망 유지, 학생·보호자 상담, 능동감시 대상 학생·교직원 파악, 코로나19 외 질병·부상 학생 진료 등 보건교사가 학교 방역 체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상황이라 인력 부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교육포럼에 따르면 전국 1만여개 학교 가운데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8000곳에 못미친다. 여기에 학급수가 43개를 넘어가면 '과대학교'로 분류돼 보건교사를 2인 이상 배치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국보건교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선아 서울 송정중학교 보건교사는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30학급만 넘어가도 혼자서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받는데, 43학급이 넘어가는 학교조차 1명의 보건교사가 학생을 모두 케어하는 상황"이라며 "등교 개학에 대비해 교육부가 부랴부랴 학교에 배치할 간호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인력 충원 없이 감염병 위기가 닥칠 때마다 땜질만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 한 초등학교 교실에 가림막이 설치된 모습./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 한 초등학교 교실에 가림막이 설치된 모습./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보건교사들은 등교 개학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감 때문에 증상이 없는데도 증상을 호소하는 '의사환자'가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한 데다 다른 질병·부상 때문에 찾아오는 학생까지 고려하면 보건실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우려한다. 과부하 상태에 빠진 보건교사에게만 학교 방역을 맡겨 놓는다면 일시적으로 방역망에 구멍이 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선아 보건교사는 "보건교사가 학교 방역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대부분 학교에서 홀로 모든 업무를 감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보건교사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가 명확하게 등교 개학 이후 자기 역할을 숙지하고 방역망 구축에 협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시적 관찰실'이 지침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학교별로 방역을 완료한 일시적 관찰실을 확보하고, 유증상자나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 1명씩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증상을 살펴 학부모나 보건당국에 인계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일종의 선별진료소다.

보건교육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지학 경기 시흥은행중학교 보건교사는 "평소에도 수십명의 학생이 찾는 보건실을 일대일 선별진료소로 활용하게 되면 보건실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며 "교사들이 학생을 한명씩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일시적 관찰실로 인계하고, 다시 데려가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건교사들은 등교 개학 이후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보건보조인력 추가 배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김선아 보건교사는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당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 의료인 가운데 보건보조인력을 뽑아 학교에 배치했는데 당시 사태 진정에 큰 도움이 됐다"며 "훈련된 전문 인력이 학교에 충분히 배치돼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보건교사회는 대한간호협회에 학교 방역을 위한 긴급 인력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방역 대책 수립과 함께 보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교육의 의무 시행이 법으로 보장됐는데도 입시교육에 매몰돼 지금까지 등한시됐다는 것이다.

김지학 보건교사는 "교육당국은 방역 대책을 내놓으면서 학생과 교사가 지시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가정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학생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고 방역망에 조금씩 금이 가게 된다"며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정작 온라인 개학 이후로도 보건교육은 학교의 재량에 맡긴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본부 같은 전문가 집단에 기댈 수 있겠지만, 보건교육 부분은 충분히 직접 챙길 수 있는데도 외면하는 모양새"라며 "보건교사들과 교육부 관계자가 온라인 토론이라도 해서 현장 친화적인 매뉴얼을 만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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