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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더주는 '제로페이 긴급생활비'…일부점주 결제거부 왜?

점주들 "별도정산 불편"…시 "포스기 연동작업 진행중"
서울시, 결제 거부 해결 위해 '제보' 시스템 도입 검토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2020-04-23 06:02 송고
지난 달 31일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주민이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고 있다. 2020.3.3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지난 달 31일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주민이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고 있다. 2020.3.3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으로 30만원(1인가구 기준)을 받게 된 서울 강남구에 사는 고모씨(31·여)는 10%를 더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제로페이'로 지원금을 지급받은 걸 후회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거부당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고씨는 "4월 초 지원금을 수령했는데 5만원도 쓰지 못했다"며 "분명히 제로페이 홈페이지에서 가맹점 확인을 하고 방문했지만, '죄송하다'며 제로페이 결제를 거부했다"고 토로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제로페이로 긴급생활비를 받는 시민에게 10% 더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가 재난 긴급생활비에 '제로페이' 활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일부 가맹점주들이 결제를 거부하거나 결제가 되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면서 서울시의 의도와 달리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제로페이가 소상공인들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고, 시민들은 10%의 긴급생활비를 더 받을 수 있는 방안임에도 출시 초기부터 따라다닌 고질적인 문제로 인해 자칫 그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씨 뿐아니라 실제 서울시에 제로페이 결제를 거부 사례에 대한 민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1> 취재 결과 서울시는 제로페이 결제 앱 내에서 제보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점주들이 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지만, 단속할 수는 없다"면서도 "아이디어 차원이긴 하지만, 앱 내에서 제보를 받아볼까 생각 중이다. 소비자들이 알려주면 자치구 공무원 등을 통해 제로페이 결제를 받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지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로페이 결제를 거부하는 일부 점주들은 제로페이 결제 시 정산을 따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가맹점 가입을 했지만, 제로페이 결제를 요청한 손님이 많지 않았다"면서도 "영업 종료 후 별도로 정산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는 포스기 연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포스기 업체가 20~30개인데, 연동을 위해 거의 다 만들어 놓은 상태"라며 "부가통신사업자(VAN·밴)와도 협의해서 통신 기술 개발을 완료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별도의 단말기도 개발해 테스트 중에 있다"며 "점주들도 불만이 있는데, 소비자들이 요구하니까 불편해도 제로페이 결제를 많이 받고는 있다"고 덧붙였다.

제로페이 결제를 거부하진 않지만, 결제에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재난 긴급생활비처럼 상품권으로 이용하면 사용 지역이나 사용처의 제한이 있는데,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결제 요청을 하는 시민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제로페이에 계좌를 연동해 사용하면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도 결제가 가능하지만, 서울사랑상품권 등 선불 포인트는 소상공인에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대형마트나, 백화점, 다이소 등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 해당 가맹점의 스캐너에 문제가 있다거나, 소비자가 제시한 스마트폰의 화면 밝기가 어두운 경우에도 결제가 어렵다.

실제 22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마포구, 도봉구 가맹점 10여 곳 중 일부는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말을 했지만, 결제에 실패했다.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 직원은 "일반적으로 제로페이 결제가 잘 되는데, 종종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결제에 실패한 원인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재난 긴급생활비의 경우 사용 지역이나 사용처 제한이 있는데, 착각하는 시민들이 있다"며 "가맹점의 스캐너의 스펙이 안 좋거나, 핸드폰 조명 밝기가 낮을 경우에도 결제에 실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로페이 결제 앱인 '비플제로페이'나 네이버 지도 등을 통해 가맹점을 찾을 수 있지만 실제 가맹점이 아닌 곳도 있어 헛걸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모씨(30)는 "가맹점 검색을 한 뒤 막상 갔는데 제로페이 스티커도 붙어있지 않았다"며 "집에 와서 제로페이 홈페이지에 검색해보니 가맹점 정보가 없었다. 실제 결제에 사용하는 앱과 홈페이지상 가맹점 검색에 차이가 있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강모씨(34)도 "가맹점인 줄 알고 물건을 사서 계산대에 섰는데 가맹점이 아니라는 곳이 2~3곳 있었다"며 "제로페이 도입이 좋은 취지인 만큼 이런 문제들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shakiro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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