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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박)병호야, 니 스윙을 해" 심수창 위원의 창피한 기억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2020-04-18 07:01 송고
심수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2020.4.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심수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2020.4.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①편에 이어…

꽃미남 투수에서 입담꾼으로 변신한 심수창(39)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그와의 인터뷰는 라이브 토크쇼를 보는듯 유쾌했다. 새롭게 떠오르는 '자학개그의 달인'이라는 평가만큼 과거 아픈 기억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
심수창 위원은 현역 시절 KBO리그의 '최장 연패 기록'으로 남아 있는 18연패를 당하며 '눈물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팀 선배와 마운드 위에서 언쟁을 벌이는 초유의 사건도 일으켰다.

그 밖에 '홈런왕' 박병호의 트레이드에 얽혀 있던 선수였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KBO리그 데뷔전 승리의 상대 투수이기도 했다. 심수창 위원은 "내가 KBO에 한 획을 그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얼마 전 조인성 두산 베어스 코치와의 '헤드록 사건'이 소환됐다. LG 트윈스 정찬헌이 재활을 마치고 청백전에 등판한 뒤 빈볼 시비로 껄끄러웠던 정근우와 관계를 묻는 질문에 "이제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친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계속 궁금해 한다. 헤드록을 안 걸어서 그런가"라고 답했다.
▶(정찬헌을) 죽이려고 했다. 바로 전화를 걸어서 '너 나한테 헤드록 걸리고 싶냐'고 말했다.

-뭐라고 하던가.
▶계속 흐흐흐 웃기만 하더라.(심수창 위원과 정찬헌은 친분이 깊은 사이다.)
-LG 시절이던 2009년. KBO리그에 길이 회자될 사건이 벌어졌다. 마운드 위에서 조인성 코치와 언쟁을 벌였던 사건인데.
▶마운드 위에서 같은 팀 선수랑 싸운건 나 밖에 없을거다.

-그 뒤로 전설적인 사진이 탄생했다. 조인성 코치에게 헤드록을 걸린 사진. 아직 감정이 다 풀리지 않은 상태로 찍은, 연출된 사진이라고 들었는데.
▶헤드록을 내가 걸 뻔했다. 기자가 없었으면 내가 걸었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그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다. 내가 이렇게 획을 그은 사람이다.

-18연패도 그렇고.
▶그 기록은 안 깨진다.

-조인성 코치를 스톡킹에 게스트로 초대하고 싶다고.
▶안그래도 나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코치 신분이다보니 출연이 쉽지 않은 것 같더라.

심수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2020.4.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심수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2020.4.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동갑내기 영화배우 조인성과의 인연도 흥미롭다.
▶고명초등학교 야구부에서 같이 야구를 했다. 예전에는 연락도 하고 그랬는데...

-(당시 야구부 2년 선배였던) 박용택은 아직 연락을 한다던데.
▶(영화배우 조인성이) 레벨을 가리더라.

-진짜 박용택과는 연락이 되던가.
▶(박)용택이형이 '술 한 번 먹자고 전화해볼게' 하더니 진짜 전화를 하더라. 야구선수 조인성인지, 진짜 조인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안받더라고. '에이 뭐야'라고 했다.

-심수창 야구 인생을 한 번 돌아보려고 한다. 2006년에는 10승도 했었다. (당시 심수창은 29경기에 등판해 10승9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LG의 유일한 10승 투수였죠. 하지만 그 뒤로 18연패를 했다. 10승을 좀 늦게 했어야 되는데 너무 빨리 했다.

2007년에도 홈 개막전에 선발로 나갈 정도로 좋았다. 그런데 중간에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면서 그 때부터 내리막을 탔다. 공이 빨라서 불펜 필승조에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그래도 10홀드를 했다. 2008년 다시 선발이 됐지만, 그 뒤로 18연패라는 기록만 남겼다.

-2007년이면 우규민이 마무리로 뛸 때 아닌가. 둘이 필승조였던 건가. (당시 우규민은 62경기에 등판해 5승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했다. 하지만 블론세이브도 13개였다.)
▶맞다. 불규민의 한 시즌 최다 블론세이브가 나왔을 때다.

-우규민과는 자주 연락하나.
▶엊그제도 전화와서 해설 그렇게 해도 되냐고 하더라. '안되면 잘리겠지' 라고 대답했다.

-16년 동안 프로 생활을 했는데 우승 경험이 없다.
▶한양대 시절 전국체전 우승 한 번 해봤다.

-가을야구 경험은 있나.
▶없다.

-아쉽지 않나.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16년 동안 한 번도 없다보니 아무렇지도 않다.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모르겠지만, 경험이 없으니까. (장)원삼이가 매일 놀린다. 어떻게 가을야구 한 번 안해봤는데 16년이나 야구를 했냐고. 넥센은 내가 떠나니까 가을야구를 했고, 한화는 가을야구를 했는데 내가 2군에 있었다.

-한화에서 가을야구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 때는 정말 야구 인생 최고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김성근 감독님 계시던 2016년, 2017년에는 66경기(113⅓이닝), 48경기(57이닝)에 나가서 많이 던졌다. 그래도 팀을 위해 2년 동안 170이닝을 열심히 던졌는데... 2018년 첫 등판 경기에서 홈런 2방을 맞았다. 그런 뒤로 2군으로 내려갔다.

2군행을 통보받고 인정을 했다. 어린 선수들과 경쟁해서 누구보다 먼저 1군으로 꼭 올라가겠다고 결심했다. 구속도 잘 나왔고, 연속 세이브도 기록했다. 그런데 끝까지 콜업이 없었다.

-프로 입단 후 따낸 유일한 타이틀이 '2군 구원왕'이었다. 당시 퓨처스리그에서 18세이브를 기록했다. 시상식에는 참석했나.
▶2군은 세이브 시상이 없더라.

-결국 한화에서 방출돼 친정팀 LG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계기가 됐다.
▶아직 한화와 FA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있었다. 그래서 월급을 두 곳에서 받았다. LG랑 연봉 5000만원에 계약했는데, 한화에서도 연봉을 받았으니 방출되고도 5000만원이 인상된 셈이었다. 사람들이 '너 정말 대단한 놈이다'라고 하더라. 그 어려운걸 나는 해냈다.

-넥센으로 트레이드 됐을 때도 궁금하다. LG의 박병호와 심수창이 넥센으로 가고, 넥센의 송신영과 김성현이 LG로 가는 2대2 트레이드였다.
▶기분이 안 좋았다. 그 때는 LG에서 야구를 오래 하고 싶을 때였다. (박)병호는 좋아했다. 전부터 다른 팀에 가고싶어 했다.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 선발 등판이었는데 경기가 취소됐다. 그래서 용택이형, (이)대형이랑 셋이 당구장에 갔다. 그런데 밤 10시쯤 전화가 왔다. 트레이드됐다고. 큐를 내려놓고 술마시러 갔다.

-심수창에겐 아픈 트레이드였지만, 박병호라는 홈런왕을 탄생시킨 트레이드이기도 했다.
▶그 때 생각을 하면 웃기다. 넥센 이적 초기에 병호가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면 내가 '야 병호야 이리 와봐. 자신있게 휘둘러. 체크스윙하지 말고 끝까지 돌려'라고 훈수를 뒀다. 지금은 '야 병호야, 사인 하나만 해줄래'라고 하는 처지다. (웃음)

-진지하게 조언했나.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창피하다. 홈런왕을 몇 번을 하고, 메이저리그까지 갔다온 선수한테 내가 타격을 가르치려 했다. (웃음) 스톡킹에 초대해서 다시 한 번 당시 얘기를 해보고 싶다.

-트레이드 당시 박병호의 성공을 예감했나.
▶예감했다. 넥센에서는 정말 편하게 해줬다. 하고싶은대로,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뛰라고 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았다. 목동구장은 또 타구가 잘 넘어갔다. 그러니까 애가 자신감이 생겨서 홈런을 막 치더라. 넥센은 원래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가 본인에겐...
▶나는 더 망가지겠구나 싶었다. 나는 억압을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억지로 시켜주고 끌고가줘야 하는데 너무 풀어줘서 '아 이거 큰일났네' 싶었다.

심수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2020.4.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심수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2020.4.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혹시 박병호가 심수창의 조언 덕분에 성장한 것은 아닐까.
▶어떻게 보면 내가 키웠을 수도 있다. (웃음) 농담이다. 또 팬들이 보면 욕할 수도 있다. 얼마 전에 류현진을 내가 키웠다고 해서 욕을 먹었다.

-무슨 말인가.
▶류현진 신인 때 데뷔전 승리투수가 된 경기의 선발 상대가 나였다. 나도 10승을 했던 시즌인데. 신인이 상대인걸 보고 '어 신인? 한 번 붙어보자'하고 자신감 있게 나갔는데, 1회부터 150㎞를 찍더라.(류현진은 7⅓이닝 10탈삼진 무실점 승리, 심수창은 4⅔이닝 2실점 패전을 각각 기록했다.)

첫 대결에서 진 다음에, 그 때는 나도 젊을 때니까 패기를 보였다. 다음에도 류현진과 붙게 해달라고 코치님들께 부탁했다. 그런데 또 졌다. 그 뒤로는 '죄송합니다, 류현진은 좀 피하게 해주세요'라고 부탁드렸다. 2006년에 (류)현진이랑 4번 붙어서 다 졌다. 나한테 4승을 했는데, 이 정도면 내가 키운거다.

-일본 여성팬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야구 못하니까 싹 없어지더라.

-키움 김상수가 말하길, 여전히 팬들이 많다던데.
▶팬들한테는 정말 잘했다. 고마운 존재 아닌가. 이번에 롯데 청백전 해설을 할 때도 팬 두 분이 샌드위치, 빵을 30인분 준비해주셔서 중계팀에 다 돌렸다. 고마운 분들이다.


doctor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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