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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맞은 호텔 구조조정 행렬…롯데·신세계·신라 "우린 달라"

"유통업 구조조정, 호텔은 확장"…그룹 차원 '긴급수혈'도
신동빈 '호텔롯데 상장' 포석?…정용진 '세상에 없던' 도전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2020-04-03 05:40 송고 | 2020-04-03 07:50 최종수정
롯데호텔제주 해온 © 뉴스1(롯데호텔 제공)
롯데호텔제주 해온 © 뉴스1(롯데호텔 제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고급호텔들이 잇따라 한달간 유급휴가를 실시하고 임시 휴관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관광산업 전반이 휘청거리고 있어 호텔업계 또한 지점 매각·인력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롯데그룹, 신세계 그룹, 호텔신라 등 일부 대기업 계열 호텔에서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이들은 호텔산업을 중심에 놓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 차원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어 점포 매각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5성급 호텔·운영업계 줄줄이 도산·매각…고급호텔도 피할 수 없었다

코로나 확산 사태 이후 이용객이 예년 대비 90%까지 급감하면서 실제 문을 닫는 호텔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방은 물론 서울의 중소형 호텔들은 이 위기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텔·리조트 운영 전문 법인인 ㈜에이치티씨(HTC)는 지난 26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HTC는 현재 청풍리조트, 삼성전자 영덕연수원, 라마다앙코르마곡호텔, 호텔아벤트리부산 등 30여개 사업장을 운영 중인 회사다. 
호텔 매매 전문 부동산 사이트에는 최근 중·소형 호텔을 매매한다는 게시글이 서울지역에만 수십건 올라와 있다. 3~4성급 호텔들은 물론 5성급 호텔인 '쉐라톤 팔래스 강남'의 매각설까지 돌고 있다. 이와 맞물려 직원 등 인력 감축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대기업 계열 호텔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달 30일 근무 인력을 제외한 직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다음 달 1일부터 1개월 유급 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롯데호텔은 이미 3월초부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진들이 급여를 10% 반납하기로 했다. 또 이달 국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4월 한달간 유급휴가'를 권고하기로 했다.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전경© 뉴스1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전경© 뉴스1

◇위기 속에서도 "더 확장"…롯데·신세계·호텔신라는 다른 행보


이에 반해 롯데와 신세계, 호텔신라는 180도 다른 행보에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룹 총수가 호텔 산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십시일반 '긴급수혈'에 나서며 뒷바라지도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유통산업에 대해 국내 매장 200곳을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오프라인 구조조정과 온라인 사업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반면 호텔산업은 해외 신규 호텔 추가 개장 등 더욱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수·합병(M&A)도 활용해 현재 약 1만5000개인 전 세계 호텔 객실을 5년 뒤엔 2배인 3만개로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올 6월 미국 시애틀에 호텔을 개장하고 영국에서도 호텔 설립을 "검토 중"이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는 조선호텔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 약 999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124억원. 올해 코로나19 등 여파로 손실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긴급수혈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라는 슬로건으로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내년 중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또한 호텔산업이 핵심이다. 신세계는 에버랜드(33만0578㎡) 보다 10배가 훌쩍 넘는 약 418만㎡ 부지에 120만㎡ 규모의 멀티테마파크와 4∼6성급 호텔 5곳을 건설할 예정이다. 스타필드·골프장 등도 들어선다.

호텔신라는 기존 고급호텔 계열인 '더신라'와 비즈니스 호텔 '신라 스테이', 해외 진출을 위한 브랜드 '신라 모노그램' 등 핵심 3축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호텔신라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신라스테이 12번째 호텔인 신라스테이 삼성을 1일 예정대로 개관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달 19일 주주총회에서 "신라 모노그램 1호점을 성공적으로 오픈해 멀티 브랜드, 멀티 프라퍼티 운영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며 "전사적으로는 공사가 시작된 전통호텔과 부대시설 건립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이 추진 중인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감도© 뉴스1
신세계그룹이 추진 중인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감도© 뉴스1

◇"뿌리가 튼튼해야 열매도"…'지속가능한 성장' 위한 전제

주목할 점은 이들 기업 총수들이 공통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면세점이나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이 핵심 수익기반이다. 백화점·면세점의 고객 유치를 위해선 '프리미엄',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지탱하는 것이 바로 호텔 부문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면세점과 백화점이 열매라면 호텔은 뿌리"라며 "호텔 사업 입지가 흔들리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상실하면 유통업 기반의 그룹은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의 경우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이자 신동빈 경영체제 구축의 마침표로 지목되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한 수순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호텔롯데는 이르면 올해 초 상장이 예상됐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면세점에 이어 호텔부문의 영업실적까지 극심한 타격을 받아 지연되고 있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코로나 광풍에 호텔롯데의 해외진출 사업은 '속도조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일(현지시간) 호텔롯데는 코로나19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의 심장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롯데 뉴욕 팰리스를 오는 5월18일까지 휴업하기로 하고 90%에 달하는 직원들을 기간 동안 일시해고 하는 등 해외 곳곳에서 운영중단에 들어갔다.

올해 6월 예정된 롯데호텔 시애틀의 개관도 잠정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같은 기간 예정된 부산 해운대 롯데호텔 시그니엘 부산은 예정돼로 개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전 세계적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당초 글로벌 확장 계획은 어느 정도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일시적인 속도조절일뿐 '호텔을 그룹 사업의 허브로 삼겠다'는 신 회장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세계의 경우는 정용진 부회장의 '미래 청사진'에 따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소비·레저문화의 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는 유통업과 호텔·레저산업 등 관련 분야를 총망라한 '복합리조트' 산업을 향후 신세계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전세계적 코로나 사태 여파로 기존 산업 패러다임이 모조리 뒤흔들리고 있어 대규모 거점 중심의 소비·레저 문화 양상도 향후 급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텔·레저 산업의 미래도 '예측불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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