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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흔드는 재난기본소득…"지자체 포퓰리즘 vs 소모적 논쟁"

[재난기본소득④] 여권 지자체장 '1인당 100만원 지급' 주장
"인기영합 주장에 정치권 눈치만" vs "정책 실효성 논의할 때"

(세종=뉴스1) 김성은 기자, 이훈철 기자, 박기락 기자, 김혜지 기자 | 2020-03-29 06:00 송고 | 2020-03-30 10:33 최종수정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여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쏘아올린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제안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4·15 총선을 목전에 두고 국민의 손에 당장 현금을 쥐여주는 정책이 큰 관심을 끌자 정치권은 곧바로 논쟁에 뛰어들었다. 

야권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등에 대한 '핀셋' 지원에 힘을 실었던 여권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국민 여론이 찬성으로 흐르자 정부와 함께 관련 논의에 착수했다.
정치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일부 지자체의 인기영합적 주장에 정치권과 중앙정부가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과 일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 구제에 집중해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지자체장 불 댕긴 재난기본소득 논란…정치권서 확산

재난기본소득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건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 "한 달간 50만원이라도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운 국민들에게 지급해 달라"며 국민청원 글을 올리면서다.
이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8일 국회에 '국민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자'며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촉구하고, 같은 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김 지사의 100만원 재난기본소득을 응원한다"며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아울러 4·15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전북 전주시를 시작으로 자치단체들이 지원대상과 범위가 제각각인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재난기본소득을 둘러싼 논란은 증폭됐다. 당초 중앙정부 차원의 보편적 지원을 촉구했던 이 지사도 모든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코로나19 대책의 초점을 맞췄던 민주당도 지자체 목소리가 커지자 재난기본소득 검토에 착수했다.

반면 야권은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보편적 지원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경기도의 '1인당 10만원' 지원책을 두고서도 "찔끔찔끔 나눠주는 방식"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부의 빚이 되는 것"이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대신 기업의 활력을 키워주는 규제완화와 세금 감면을 내세우고 있다. 법인세와 각종 세부담을 완화하고 노동유연성을 확보해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를 유도하자는 주장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40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기업에 직접 지원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2020.3.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2020.3.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재난기본소득 여론 갈려…진보는 '찬성' 보수는 '반대'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오는 4·15 총선을 목전에 두고 표심 끌어 모으기에 전력투구하는 정치권의 의사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지난 13일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찬성' 응답이 48.6%로 가장 많았다. '반대'는 34.3%, '모름·무응답'은 17.1%였다.

특히 진보층과 민주당 지지층에서 재난기본소득 찬성 응답이 각각 58.0%, 71.5%로 월등하게 높았다. 반면 보수층과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선 반대가 각각 43.3%, 52.2%로 많았다.

일단 민주당과 정부는 이번 주말까지 재난기본소득 관련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국민 전체에 재난기본소득을 주거나,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주는 방안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난기본소득 지원책을 제각각 내놨던 전국 시·도지사들도 28일 중앙정부를 향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난긴급생활비를 국비로 지원해달라며 정책 방향을 급선회했다.

◇"인기영합 주장에 정치권이 눈치"…"정쟁보다는 지원책 마련 시급"

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포퓰리즘적 주장에 정치권은 물론 중앙정부가 끌려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일부 지자체장들이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인기영합적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가 눈치만 보고 있다"며 "당장은 눈앞의 곶감이 달아 보일 수 있겠지만 재난기본소득에 따른 증세 후폭풍이 몰려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민적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정치적 논쟁보다는 지원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지금은 코로나19 피해 구제 정책의 실효성을 논의해 해당 국민에게 긴급하게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소모적인 이념 논쟁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르면 다음주 초로 예상되는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 관련 정책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24일 열린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생계지원 방안에 대해 재정 소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속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한 달간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재난기본소득 논란에 문 대통령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는 그간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 국민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에 무게를 실어왔다. 다만 총선을 앞둔 점과 여론 조사,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 등으로 선별적, 보편적 지원책을 놓고 막판 고심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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