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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능욕 요청했다 '성착취 역풍' 10대들…'처벌방' 또 재개

여론 압박에 도망…신상폭로 수위만 낮춰 활동재개
"이익 추구않아" 해명? 범죄맞아…警 "FBI 등과 공조"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2020-03-28 14:21 송고
새로 생긴 텔레그램 폭로 '[중앙정보부]' 채팅방 소개 © 뉴스1
새로 생긴 텔레그램 폭로 '[중앙정보부]' 채팅방 소개 © 뉴스1

디지털 성범죄 유혹에 빠졌던 10대 남성 청소년을 그들의 신상 및 나체 사진·영상 공개로 응징하는 텔레그램 내 '처벌방'이 비난 여론에 잠정 폐쇄됐다가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해당 청소년들은 텔레그램 내에서 '딥페이크' '지인능욕' 등의 사진·영상 제작을 요청했다가 빌미를 잡혀 자신의 신상정보와 굴욕 영상을 촬영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다.
또 다른 디지털 성범죄인 처벌방도 미성년자 성착취 유포 'n번방' '박사방'과 같이 '생성→폐쇄→이주'의 패턴을 보이며 확산해 뿌리를 뽑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이런 사적 처벌을 빙자한 온라인상 조리돌림과 개인정보 유출 등을 신종 사이버 성범죄 등도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할 방침이다.

28일 <뉴스1> 취재와 제보자 A씨의 제보에 따르면 앞선 처벌방 '중앙정보부'는 이날 새벽 폐쇄됐고, 비슷한 이름의 '[중앙정보부]'라는 신규 채팅방이 이보다 조금 앞선 27일 오후 8시40분쯤 개설됐다.
이주를 결정하면서 신규 주소를 극소수에게 공개한 중앙정보부 운영진은 일정 인원이 새 채팅방으로 넘어오자 앞선 채팅방의 기록을 말소했다. 28일 오후 1시20분 현재 해당 채팅방([중앙정보부])에는 101명의 참가자가 있다.

새 채팅방의 신상 공개는 곧바로 시작됐다. 28일 오전 3시쯤 첫 처벌 영상이 공개됐다. 울음을 터트리듯 얼굴을 찡그린 남성 사진을 올린 운영진은 "친구와 지인 합성을 의뢰해서 부끄럽게 생각하며,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그의 반성문 영상도 받아내 업로드했다. 이 남성의 실명과 연락처도 함께 공개됐다.

앞선 '중앙정보부'와 다른 운영 방침은 주거지, 직장 등 신상정보 공개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운영진은 해당 남성이 자신들에게 지인능욕을 요청하면서 건넨 피해자 사진과 음란 사진, 대화 내용을 첨부했다.

해당 음란 사진은 앞서 <뉴스1>이 보도한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와 성인배우의 딥페이크 합성 사진으로 확인됐다. 이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일종의 근거 제시다. 실제 대화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이 첨부한 연락처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폐쇄된 채팅방에는 200여개의 사진·영상이 업로드돼 있었다. 대부분 한눈에 보기에도 1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이들이 종이에 반성문 형식 자필 메모를 들고 찍은 나체 인증 사진과 영상이다.

영상 중에는 컴퓨터에 간장을 붓거나 야외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도 있었다. "지령에 의해 촬영된 것"이라고 앞선 채팅방 운영진은 설명했다.

채팅방을 통해 이들은 박사 조주빈(25)의 검거망이 좁혀가고 있던 지난 14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폐쇄와 이주를 이어가는 게 파악되며 행각이 더 오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 등장한 '그 방에 입장한 너흰 모두 살인자다' 피켓 © News1 이승배 기자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 등장한 '그 방에 입장한 너흰 모두 살인자다' 피켓 © News1 이승배 기자

이런 처벌방 역시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해 수사당국의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운영자는 대화방에 올린 남성들의 사진 삭제 등을 위한 조건으로 △벌금형 △이들과 함께 다른 성범죄자를 잡는 데 동참해야 하는 이른바 사회봉사명령 △피해자에게 직접 범죄사실을 통보하는 이른바 사형 등을 정해 금품을 착취한 흔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운영진 측은 "사적 이익을 위해 돈을 받지 않았으며, 일부 운영진이 과거에 금품을 받은 적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채팅방 운영자는 앞선 채널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 시절 정보기관 원훈을 설명에 올려 놓은 상태다.

한편 '박사방', 'n번방' 등과 관련된 범죄자라고 주장하면서 다중의 신분증, 사진 등 신상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개해 온 텔레그램 방 '주홍글씨'는 이날(28일) 오전 8시쯤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운영진들은 "이전 주소를 폐기한다. 너무 많은 관심을 갑자기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자신들과 유사한 활동을 이어온 또 다른 채팅방을 소개했다.

이들의 폭로는 여러 언론에 소개됐으나, 이 중에는 범죄 의심자 외 지인이나 단체의 신상도 함께 공개되는 게 알려지며 비판 여론도 거셌다. 특히 범죄 의심자의 인스타그램 사진 등을 올리며 주변인 품평을 하는 등 2차 피해도 속출했다.

지인능욕과 온라인상 신상공개 모두 사이버 범죄의 일환이다. 유사한 방식(개설→이주→기존 방 폭파)은 조씨와 n번방의 '갓갓', 와치맨 등도 똑같이 사용한 방식이라 일련의 범죄에 대해 채팅방 내 범죄를 쫓는 경찰의 속도가 요구된다. 여성단체 연대체인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도 앞서 텔레그램 채팅방간 이동이나 디스코드 이주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인터폴 등과 국제 공조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텔레그램 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세계에 확산하면서 회의 등이 연기되면서 일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찰청은 인터폴 회의 화상 추진을 건의하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 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 News1 송원영 기자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 News1 송원영 기자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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