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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사각지대"…성범죄 온상된 '해외 플랫폼', 이번엔 뿌리 뽑을까

텀블러에서 텔레그램, 디스코드로 옮겨가는 범죄자들
해외 플랫폼, 규제 어려워…경찰, 해외 SNS기업과 협력

(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송화연 기자 | 2020-03-25 07:10 송고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다수의 여성을 노예화해 성 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으로 텔레그램을 비롯한 해외 메신저가 성범죄의 온상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성범죄의 온상이 된 곳은 주로 제재가 어려운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텔레그램 등과 같은 해외 사업자의 경우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서버도 해외에 있어 추적이 어렵고 규제도 피해 간다.
외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란물이 거래되는 일은 이번 n번방 사건 이전에도 부지기수였다. 앞서 트위터, 텀블러도 '음란물의 온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미국 소셜미디어 텀블러는 2018년 말까지 여성의 가슴 노출은 물론 성행위 장면이 들어간 삽화, 사진, 동영상이 버젓이 공유됐다. 심지어는 성매매 관련 정보까지 유통되며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텀블러'에서 확인한 음란물만 10만여 건에 달했다. 방심위는 2017년 텀블러 본사에 음란물 삭제에 관한 협조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텀블러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텀블러로서는 인력과 시스템을 구축해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는 것이 '번거로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텀블러 측은 "우리는 미국 법률로 규제되는 미국 회사이고, 대한민국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으며 관할권이나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에 신고된 콘텐츠를 검토했으나, 우리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텀블러는 2018년 12월 돌연 음란콘텐츠 게재가 불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요청에 응답했다기보다는 북미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애플'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애플 앱스토어는 음란콘텐츠 유통을 빌미로 텀블러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텀블러의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고 3개월 뒤 국내 텀블러 이용자는 전년동기대비 40% 이상 급감하기도 했다. 음란물 유통업체는 텀블러마저 음란물 퇴출에 나서자 텔레그램 등 외산 소셜미디어로 활동지를 옮겼다.

웹하드에서 활동하던 음란물 유통업체도 조직적으로 텔레그램 계정을 만들어 음란물을 유통, 자사 사이트를 홍보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소셜미디어를 우리 정부가 직접 조사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n번방'이 빠르게 확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n번방' 사건으로 텔레그램 내 성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텔레그램에서 활동하던 성범죄자들은 디스코드 등 다른 해외 메신저로 갈아탔다.

24일 디스코드에서 '멤버수'를 기준으로 '한국'을 검색했을 때 상단에 뜨는 서버(대화방)는 음란물 사이트들이다. 링크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사진·영상 등 모든 음란물을 손쉽게 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채팅도 가능하다.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등은 모두 해외 메신저라 규제가 쉽지 않다.  수사도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앞서 지난 2월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심의소위원회는 n번방 사건과 연계된 텔레그램 단체방 133개에 대해 시정요구(접속차단) 조치를 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범죄가 이미 이뤄진 이후의 '사후약방문'인 데다 제2의 n번방을 막는데는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그나마 이번 일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경찰이 나선 모양새다. 'n번방'을 중심으로한 디지털성범죄를 수사 중인 경찰은 텔레그램과 디스코드에 대해 성범죄 사례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여성단체로부터 넘겨받은 다수의 제보를 토대로 사례 분석에 나섰다. 전국의 사이버성폭력 전담수사팀을 중심으로 미국 HSI(국토안보국수사국) 등 해외 법집행기관과 긴밀히 공조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사이버안전국에 '글로벌 IT기업 공조전담팀'을 신설해 해외 SNS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방심위도 이달들어서도 'n번방'과 관련한 텔레그램 및 디스코드 단체방 215개에 대해 시정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공개한 방심위 관련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 디지털성범죄심의소위원회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은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텔레그램방 198개와 디스코드방 17개에 대한 심의 및 자율규제 조치를 했다.

노 위원장은 "정부와 사업자가 민관협력을 더욱 강화해 제2, 제3의 n번방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며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소집을 추진해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v_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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