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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만 호황이라고요? '마스크 감정노동'에 우는 약사들

'마스크 5부제' 불만 손님들 거친 항의에 스트레스 가중
대리구매 정책까지 설명 '진땀'…처방조제 등 업무 마비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2020-03-12 11:28 송고 | 2020-03-12 14:21 최종수정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약국에 '마스크 없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살 수 있으며 평일에 구매하지 못했다면 주말 중 하루를 골라 살 수 있다. 2020.3.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약국에 '마스크 없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살 수 있으며 평일에 구매하지 못했다면 주말 중 하루를 골라 살 수 있다. 2020.3.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면서 이번 주부터 '마스크 5부제'(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지정된 요일에만 공적마스크를 사게 하는 것)가 시행된 가운데, 약사들의 이중고(二重苦)는 여전한 모양새다.

매일 일정시간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느라 처방조제나 일반약 판매와 같은 약국업무가 마비되는데다, 마스크 5부제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 9일에는 경기 광주시 소재 약국에서 마스크가 떨어지자 60대 남성이 낫을 들고 약사를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10일에는 40대의 한 남성이 하남시의 한 약국에서 마스크 5부제에 대한 안내를 받은 뒤 화를 내며 약국 출입문을 발로 차 파손하는 사건이 있었다. 같은 날 부천시에서는 50대 남성이 마스크 5부제로 인해 '판매 거부'한다는 이유로 난동을 피우며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 최희진씨(33·여)는 "'다들 불황인데 약국은 마스크가 있어서 호황'이라는 말씀으로 힘 빠지게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또 본인이 사러 왔을 때 재고가 없으면 '가족들이나 친구들 것을 미리 빼놓느냐'고 묻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마스크 5부제 이후 마스크를 찾는 분이 줄었지만, 본인이 구매해야 하는 날에 구매를 못한 경우에는 더 거세게 항의를 한다. 대리구매에 대해 이해가 모자란 분도 많다"면서 "마스크 판매보다 문의에 응대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국 앞에 마스크 유무를 다들 기재해두니 마스크 판매 중이 아닐 때는 문의를 삼가주시면 약사들이 지치지 않고 마스크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실제 약국들은 저마다 약국 앞에 안내문을 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찾는 고객들에게 '마스크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거나 '마스크가 다 팔렸다'는 말을 계속해서 안내해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혼자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의 경우에는 업무마비가 더 심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약국 안내문은 '저희 약국은 공적마스크 판매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주민들의 거친 언행, 각종 민원, 조제업무 마비 등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공적마스크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경북 경산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 판매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3.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경북 경산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 판매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3.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다만 이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 이들은 약사뿐 아니다. 최근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에는 마스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영업 직종 노동자들의 전화가 접수되기도 했다.

유금분 상담실장은 "판매업에 계시는 분들이나 병원 영업하시는 분들이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분들로부터 폭언을 듣고, 이들의 얼굴이 아른거려서 밤잠을 청하기 어렵다고 전화를 주신다. 마스크 관련 사례가 3분의 1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화로라도 (스트레스를)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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