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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거주 숨긴 '백병원 환자'…형사처벌·민사소송 가능할까

정부 '감염병예방법 위반' 처벌 무게…경찰, 내사 착수
병동폐쇄 민사책임 지적도…일각선 "진료거부 병원 처벌"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이세현 기자 | 2020-03-09 15:30 송고 | 2020-03-09 16:43 최종수정
9일 오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서 직원들이 병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20.3.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9일 오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서 직원들이 병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20.3.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기고 서울 대형병원에 입원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8세 여성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에서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9일 의료계와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환자는 서울 중구 인제대 서울백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전날(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에서 상경한 그는 병원측이 수차례 대구방문 여부를 확인했으나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백병원은 코로나19 소독과 역학조사를 위해 응급실과 병동 일부를 폐쇄했다.
정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처벌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법 35조의2는 감염병 위기경보가 '주의' 이상 발령된 뒤 의료진에게 감염여부 확인에 필요한 사실을 거짓 진술하면 고소고발 없이도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한다. 경찰은 내사에 착수해 진료과정에서의 허위진술 여부를 확인 중이다.

법조계에선 해당 환자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나 업무방해 혐의 적용 여지가 있고, 병원 일부 폐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다만 그 결과 형사처벌을 받을지 혹은 민사상 책임을 질지는 고의나 과실 입증 여부에 따라 다르다는 예측이 나왔다. 서울백병원은 소송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법 전문 이동찬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은 지방자치단체 명령 등에 불복할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어 이를 어겼을 경우 고발은 할 수 있다"면서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나 서울시에서 이 환자에게 동선을 밝히라고 명령한 건 아니라 서울백병원이 (업무를) 위탁받았다고 볼 수 있을지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대구방문 여부를 묻는 병원 문진절차가 지자체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라면 거짓말을 한 사람이 처벌대상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 환자 때문에 서울백병원이 업무에 상당한 방해를 받은 건 사실이라 오히려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한다"고 부연했다.

허윤 변호사도 "본인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도 거짓말하고 입원해 타인에게 확진판정을 받게 했다면 상해죄, 상해미수죄도 성립할 수 있다"면서도 "형사사건은 고의, 인과관계가 문제가 되는데 업무방해 목적을 갖고 (거짓말을 했다는 입증이)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 역시 "코로나19 확진자인 상태에서 그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해당 병원에 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대구에 안 산다'고만 했고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몰랐다면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김 변호사는 상해죄 등으로는 선례를 볼 때 처벌이 "쉽지 않다"고 봤다. 전염성 있는 에이즈환자가 이를 알고도 숨기고 타인과 성관계를 해 전파하는 등의 '고의범'임을 이번 사례에서도 입증해야 해서다.

반면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대구출신임을 숨기는 건 미필적 고의이거나 적어도 과실은 있는 것"이라며 "감염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여러 정황상 과실 정도를 입증할 수 있을 때는 과실치사상으로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대구 출신이거나 신천지예수교 교인인 사람이 이런 사실을 숨기고 직장에 출근할 경우 사기업이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공무원일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시했다.

민사소송에 관해선 이 변호사는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없고, 영업손실 부분은 추후 병원이 국가 상대 구상하는 방법을 법리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허 변호사는 "구상권은 국가가 환자에게 청구하는 것인데 청구할 근거가 없어 어려울 것"이라며 "거짓말하고 속인 건 적극적 기망이라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는 성립할 수 있어 (환자 상대) 손해배상은 법리를 따져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환자가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서울백병원 전에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한 점을 들어 진료를 거부한 병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대구에서 왔다는 게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료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진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smi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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