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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연기대책 '긴급돌봄' 외면…"가족돌봄휴가 활용해야"

긴급돌봄 신청하기엔 걱정되지만…돌봄휴가 쓰기엔 '눈치'
"개별 돌봄 지원 이뤄져야…자영업자·일용직도 고려해야"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2020-03-03 16:53 송고 | 2020-03-04 09:52 최종수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4천 명을 넘어선 2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이 텅 비어있다.2020.3.2(해당학교는 본문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4천 명을 넘어선 2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이 텅 비어있다.2020.3.2(해당학교는 본문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금은 일주일 무급휴가로 쉬는데 2주나 연기되면 막막해서 눈물이 나요."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과 관련해 전국 모든 지역의 유·초·중·고교 개학을 2주 연기한 가운데, 맞벌이부부 등 자녀들의 돌봄에 공백을 맞게된 가정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개학 연기에 동의하고 있지만, 개학이 연기돼도 아이들을 봐줄 수 없는 한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 자영업자 가정 등은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3일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의 개학 연기 방침 발표 이후 맞벌이 부부 등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일주일 동안 무급 휴가로 쉬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이번 개학 연기 소식을 듣고 막막해서 눈물이 났다며 "아이들한테 미안하기도 하면서 상황이 원망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개학이 연기되는 것은 맞지만 맞벌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맞벌이는 이럴 때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눈물 난다" "전업주부라 감사하다. 맞벌이 부부는 얼마나 힘들까"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정부는 개학연기로 인한 '돌봄공백' 최소화를 위해 긴급돌봄 등 지원 방안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면서 이용률은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된 상황에서 또다시 다른 형태의 돌봄 교실에 아이들을 보내기 꺼리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내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에 참여한 학생은 5601명으로 참여율이 43.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티 등에서도 "긴급돌봄도 불안해서 보낼 수 없다" "최대한 아이를 집에 두려고 한다"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정부가 긴급돌봄이라는 방안을 내놨지만 사실 위험하다고 본다"며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집 안에서 개별적으로 돌보는데 어려운 아이들만 모아서 챙기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맞벌이 부부 등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도 한 번에 모아서 챙기지 않고, 개별적으로 챙기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정부가 현재 내놓은 긴급돌봄 방안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가족돌봄휴가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등에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개학의 추가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2020.3.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개학의 추가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2020.3.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문가들은 각자의 집에 머물며 개별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추천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일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영업자나 일용직 노동자들의 경우 가족돌봄휴가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김모씨(40)는 "부부가 같이 음식점을 하는데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긴급돌봄을 신청했다"며 "물론 집에 같이 있고 싶지만 가게를 2주 동안 비운다면 타격이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서울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맞벌이부부 남편 박모씨(34)는 "현재 아내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돌봄)휴가를 내 아이를 돌보고 있다"며 "차라리 다른 회사처럼 재택근무라도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금의 상황은 소득격차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소득계층이 높으면 휴가든 재택근무든 어떤식으로든 방법을 활용하고 있지만, 낮은 소득계층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에서 자영업자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을 쉬더라도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결국 소득계층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개별 돌봄을 확대할 수 있도록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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