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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800원이면 한 끼 해결"…러시아 국민라면 된 팔도 '도시락'

현지화 전략 성공, 가격+맛+편리성에 연매출 2000억원 돌파
한국 판매량의 7배·용기라면 시장 점유율 60% '압도적'

(모스크바=뉴스1) 김종윤 기자 | 2020-01-07 08:20 송고 | 2020-01-07 16:13 최종수정
러시아 현지 대형마트에 진열된 도시락© 뉴스1

"도시락이요? 일본 제품보다 맛이 있고 편리해서 자주 먹고 있어요. 10년 전에 처음 먹었는데 지금도 집에 많이 사두고 즐깁니다." (30대 현지인 여성 A씨)

지난 3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중심가에 있는 한 대형마트. 지하 식품관에 내려가자 라면 코너에 팔도 '도시락'이 진열돼 있었다. 네모난 용기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팔리는 제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냥 봐서는 팔도 도시락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지인은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듯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 도시락, 보따리장수에서 출발…러시아, 국민라면으로 자리매김 

러시아에서 도시락 인기는 1990년대초 부산항 보따리 상인에서 시작됐다. 사각 모양의 도시락은 러시아 선원들이 사용하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했다.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먹기에 편리했고 칼칼한 맛도 러시아인에게 익숙했다.  

이후 도시락 인기는 러시아 전역으로 확대됐다. 팔도는 인기를 직감하고 현지에 직원을 파견하고 시장조사에 집중했다. 1997년 현지 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판매망을 구축했다.

도시락 러시아 매출액은 매년 10% 이상 증가했다. 2005년 21억 루블(420억원)을 기록했고 2018년 처음으로 연 매출 100억 루블(2000억원)을 돌파했다. 러시아 시장 내 누계 판매량은 45억개로 국내 판매량보다 7배 많다. 

현재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용기면 시장점유율 60%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마트 진열대엔 한국인에게 익숙한 네모 모양의 컵라면부터 봉지면까지 다양했다. 전체 라면 코너 중 절반 정도가 도시락으로 채워져 있었다. 러시아 내에서 도시락 위상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소규모 식료품 매장에서도 도시락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현지 직원에게 도시락 사진을 내밀자 "아! 도시락"이라는 말과 함께 계산대 정면에 있는 진열대를 가리켰다. 대형마트와 비교해 제품이 다양하진 않았지만 현지인 식생활에 도시락이 깊숙이 침투해 있음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러시아 현지에서 팔리는 도시락 봉지면© 뉴스1

◇ 빠르고 저렴하게 한끼 식사 해결 '인기 비결'

현지인은 저렴한 가격을 도시락 인기 이유로 꼽았다. 약 8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했다. 도시락 마트 가격은 42루블(800원). 봉지 라면(340원)과 소용량(700원)은 더 저렴했다. 모스크바 지하철 요금이 55루블(1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누구나 소비하기에 부담없는 가격이다. 

현재 도시락은 러시아 현지에서 전량 생산한다. 일반적으로 국내 라면 제품이 해외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과 달리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한 20대 현지인은 "가격이 저렴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어렸을 때부터 자주 먹어서 익숙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지인은 맛과 품질이 자국 제품뿐 아니라 일본·베트남 제품에 비해서도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부족한 현지인에게 컵라면 특유의 빠른 조리도 인기 비결이다. 한 30대 남성은 "도시락은 10분 정도면 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며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식사를 할 수 있어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팔리는 도시락© 뉴스1

◇ 10여 종 이상 다양한 맛, 철저한 현지화로 성공

러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시락은 10여 종에 이른다. 치킨·버섯·새우를 활용한 제품으로 현지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엔 유럽 전반에 파고든 K-푸드 열풍으로 얼큰한 국물이 특징인 소고기 맛 인기가 많다는 후문이다.

이날 소고기 맛을 구매했다. 제품 안에는 도시락 특유의 건더기 수프가 들어있었다. 매콤한 국물과 부드러운 면발은 국내에서 먹었던 도시락과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제품에 포크가 포함이 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세삼한 2%의 차이가 도시락을 '국민 라면' 반열에 올려놨다. 팔도 관계자는 "꾸준한 현지화 전략으로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