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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스모 사랑했던 자크 시라크…반려견 이름도 '스모'

"스모선수 되고 싶었다"…日전통 문화에도 조예 깊어
아베 "위대한 정치가…국제사회 평화에 지대한 공헌"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19-09-27 17:25 송고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 AFP=뉴스1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 AFP=뉴스1

"내 인생의 가장 큰 후회는 일본어를 배우지 않은 것이다"

26일(현지시간) 86세를 일기로 타계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일본을 40여차례나 방문한 대표적인 지일파 정치인이다.
광적인 스모팬으로도 알려진 그는 반려견 이름을 '스모'로 짓고, 생전 기자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계속 배웠다면 나는 반드시 스모 선수가 됐을 것이다. 키는 충분하니 몸무게만 늘리면 된다"고 말한 일화도 전해진다.

시라크 전 대통령의 '스모 사랑'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1995~2007년 대통령 재임 당시 스모 경기 방영 전에 미리 경기 테이프를 입수할 것을 프랑스 방송사에 지시한다거나, 주일 프랑스 대사관에는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즉각 경기 결과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국무총리 재직 중이던 1986년과 대통령에 당선된 1995년에는 스모 선수들을 직접 프랑스 파리로 초청해 경기를 열기도 했다. 또 후임인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뚱뚱한 놈들끼리 싸움에 누가 매혹될 수 있겠는가? 스모는 지식인들에게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비하 발언을 쏟아내자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스모 뿐 아니라 일본의 고대·중세 문학이나 미술에도 박식해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일본에 방문해 모모야마시대(桃山時代, 16세기 후반)의 병풍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고, 가부끼에도 관심이 많아 가부끼 '천둥'의 배경이 된 교토 기타구 소재 사찰 지명원(志明院)을 직접 찾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에 대한 그의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취미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꾸밈없는 말씨로 서민들에게도 사랑받은 프랑스의 마지막 국부(國父)"라고 높이 평했다. 

이토록 일본을 사랑했던 시라크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일본인들은 깊은 애도를 표했다. 한 일본인 트위터 사용자는 "시라크는 스모를 사랑했고, 오늘날 일본과 프랑스 우정의 토대를 마련했다. 시라크 대통령께 감사드린다"며 고인을 추도했다. 

일본스모협회도 성명을 내고 "갑작스런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놀랐다"면서 "시라크 전 대통령의 친절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가 평안하기를 기도하겠다"고 애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시라크 전 대통령의 부인에게 보낸 서한에 "위대한 정치가, 둘도 없는 친구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세기가 바뀌는 격동의 시대에 리더십을 발휘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썼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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