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사회 > 사회일반

"언제 잘래" "아는 척하네"…청년사원들 '성희롱·폭언'에 떠난다

청년유니온 "인터뷰 대상자 10명 중 9명 직장 관둬"
"정규직 전환과 경력 문제 때문에 문제제기 어려워"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2019-09-05 11:47 송고 | 2019-09-05 13:03 최종수정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팀장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같이 1층에 내려가는데 '야 우리 언제 잘래?'라고 말했어요."(성희롱 사례)

"제가 열감기로 고생했는데 출근했어요. 그러던 중에 다른 팀에서 '애 잡겠다'고 조퇴를 권유했는데 상사가 '얘 꾀병'이라고 했어요. 그러다가 오후쯤 상태가 더 심해지니 '아프면 집에 가야지 왜 안가서 남 욕먹이냐'고 핀잔을 주더라고요"(말바꾸기의 사례)

"어떤 직원 분의 집에 갔었는데 아는 식물이 있어서 그 식물 맞냐고 물어봤더니 상사가 귓속말로 '재수없어, 아는 척하네'라고 했어요"(은밀한 폭언의 사례)

어렵게 직장에 들어간 청년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단체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유형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열에 아홉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이 개인적으로 괴롭히는 수준부터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까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유니온은 '신입사원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행해 "연령이 낮고, 지위가 낮을수록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5일 밝혔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7월 만 39세 이하의 청년 중 직장내괴롭힘과 성희롱 경험이 있는 10명을 대상으로 피해 양상과 사례를 조사했다. 조사대상 10명 중 9명은 퇴사했다.

높은 실업률을 뚫고 첫 직장에 들어가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실제로도 늘고 있다. 201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가 첫 일자리를 그만 둔 비중은 67%로 전년에 비해 4.2%p가 상승했다. 일터 문화 전반과 운영 전반에 대해 청년세대가 노동권을 침해받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생각해봐야한다고 청년유니온은 밝혔다.

청년유니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괴롭힘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석됐다. 먼저 개인적인 수준의 괴롭힘은 △트집·폭언 △말바꾸기 △사생활 침해 △사회적 고립 등이 발견됐다. 또 일과 관련된 괴롭힘 유형도 분석됐다. △업무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음 △지적 반복 △업무 배제 등의 사례가 나왔다. 또 △폭력적인 일터문화를 조성하고 △불합리한 업무환경을 만드는 조직적이고 환경적인 괴롭힘 유형도 있었다.

특히 조직적이고 환경적인 괴롭힘은 특정 상급자가 폭력적인 일터문화를 형성해 발생하기도 했다. 상급자는 신입사원에게 회식과 야근을 강요하고 점심시간에 팀원들끼리 무조건 같이 먹게 했다. 또 업무강도가 높아지는 늦은 시간에는 상급자가 폭언과 폭행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있었다.

구성원 대다수가 남성인 직장에서 일하는 신입사원의 경우에는 성차별적 문화가 적지 않았고, 신입사원들이 성희롱을 당하는 사례도 다수였다.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한 직장상사는 신입사원을 데리고 여성이 접대하는 주점을 가기도 했고 여성 신입사원에 대해 외모평가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직장내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7월16일부터 시행됐으나 청년유니온 실태 조사에서는 인터뷰이들이 직장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인터뷰이들은 △불만을 상사에게 이야기해도 아무 변화도 없었음 △문제제기를 해도 체념 종용하거나 개인이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치부 △정규직 전환과 경력 문제에서 신입사원이 자유롭지 못해 문제제기 어려움 등을 지적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거나 도움을 요청했을 때 역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A씨는 "현장소장에게 성희롱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사적인 자리에 나타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배제가 됐다"고 말했다.  

청년 유니온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취업을 한 신입사원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으로 고통 받으며 소진돼 퇴사를 하기도 했다"며 "조직의 구성원이기 이전에 개인으로서의 자존이 무너지는 과정을 겪고 있으며 이는 청년의 자존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신고를 당한) 사용자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외부에서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괴롭힘 방지법의) 한계"라며 "실태조사와 함께 법개정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suhhyerim777@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