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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스크러버 운용, '올바른 선택'이란 평가 받았으면"

[해운업계 '환경규제' 시대-③] ECA 확대 등 연안 규제 강화에도 효용성↑
부담감 공존 속…친환경 선박으로 '게임체인저' 기대감↑

(상하이(중국)=뉴스1) 조재현 기자 | 2019-07-02 07:00 송고
편집자주 글로벌 해운업계 패러다임이 '속도와 규모의 경쟁' 시대를 지나 '환경규제 대응'으로 접어들어 들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2020년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제1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이미 지난해 발주한 20대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에는 '스크러버(배출가스 황산화물 저감장치)' 설치를 결정했다. 1만TEU급 이상 대형 선박 중 전 세계 최초로 스크러버를 장착한 'HMM 프로미스'(PROMISE)호에 직접 올라 한국 해운업 재건의 총대를 멘 현대상선의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프로미스호에 설치된 '스크러버'. © 뉴스1 조재현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본격화한 후 현대상선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현대상선의 1만1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대형컨테이너선인 'HMM 프로미스호'의 김지수 1등기관사는 선제적으로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를 운영하는 자부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스크러버는 선박 배기가스에 포함된 대기 오염원인 황산화물(SOx)의 비중을 낮춰주는 설비다. 현대상선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IMO 환경규제 대응 전략으로 스크러버를 택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전 세계 해상을 지나는 모든 선박은 배기가스 중 황산화물 비율을 현행 3.5%에서 0.5%까지 낮춰야 한다.

1만TEU급 이상 대형 선박에 스크러버가 설치된 선박은 전 세계에서 프로미스호와 함께 건조된 쌍둥이 배 블레싱호(현대상선 소속)까지 단 2척뿐이다. 아직 스크러버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다른 나라 선원들도 있다고 한다. '뱃사람들도 잘 모른다'는 스크러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프로미스호 기관실로 향했다. 낯선 장비를 운용하는 만큼 현장에서는 기대감과 부담감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프로미스호는 광양을 출발해 부산, 중국, 싱가포르, 대만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등을 오가는 컨테이너선이다. <뉴스1>은 20일 부산항을 떠나 중국 상해 양산터미널로 향하는 구간에 승선했다.

◇ '웅장한' 스크러버, 본체 높이만 아파트 4층가량…총 길이만 51.4m 

"와, 이게 다 스크러버인가요?" 프로미스호에 설치된 스크러버는 본체 높이만 9.4m에 달한다. 이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직으로 된 철제계단 2~3개를 포함해 부지런히 기관실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스크러버를 마주하기도 전에 갈아입은 작업복엔 땀이 가득했다. 기관실 중상부쯤에 올라서야 스크러버의 전체적인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웅장한 크기에 기관실 내 귀를 때리는 기계음과 수많은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도 잠시 잊어버렸다. 

프로미스호에 탑재된 8기통 엔진. 원통형 파이프를 통해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가 스크러버로 모인다.  © 뉴스1 조재현 기자.

스크러버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기관실에는 엔진 외에도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연료유인 벙커C유를 데우는 보일러가 있다. 이들 장치는 가동 중 모두 배기가스를 내뿜는다. 스크러버는 여기서 발생한 배기가스를 한곳(본체)에 모아 알칼리성인 바닷물로 세척, 황산화물의 농도를 IMO 규정에 맞춘 후 연돌(굴뚝)로 내보내는 역할이 주된 임무다. 작동 시 시간당 2000톤의 바닷물이 투입된다. 프로미스호에는 총 2개의 스크러버가 장착됐는데 좀 더 큰 스크러버는 엔진을, 보조 스크러버는 발전기와 보일러를 담당한다. 

프로미스호에 탑재된 스크러버는 '개방형'이다. 쉽게 말해 배기가스를 씻어낸 바닷물을 그대로 바다로 흘려보낸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프로미스호 기관실 최하층에는 배기가스를 중화할 바닷물을 끌어 올려 주는 펌프와 세척수를 선박 밖으로 흘려보내는 배수관이 자리하고 있다. 프로미스호에 설치된 이 배수관의 길이만 42m에 달한다. 본체에서부터 여러 구조물을 피해 이어지는 배수관은 대형 워터파크의 미끄럼틀을 떠올리게 했다.  

프로미스호에 설치된 스크러버의 배수관. © 뉴스1 조재현 기자. 

배기가스를 중화한 세정수도 오염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선박 밖으로 배출할 때 산성 수치와 기름 성분, 혼탁도 등의 수치를 충족해야 한다. 이를 측정하는 자동 센서도 장착돼 있다.

김 1등기관사는 "스크러버의 크기는 선박 엔진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스크러버에서 모인 세정수를 배 밖으로 내보내는 배수관의 길이 역시 선박의 크기,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크러버는 개방형 외에도 '폐쇄형', 이 둘의 장점을 합한 '하이브리드형'이 있다. 폐쇄형은 세정수를 바로 배출하지 않고 선박 내 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형태다. 설치 비용은 개방형이 가장 저렴하고 폐쇄형, 하이브리드형으로 갈수록 비싸다.

프로미스호 김지수 1등기관사(왼쪽)가 스크러버 배수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현대상선 제공)© 뉴스1

◇ "중국 ECA 구간이다. 기름을 바꿔라"…스크러버 있는데 기름 교체, 왜?

내년 IMO 환경규제 본격 시행에 앞서 미국과 미국·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 국가는 자국 근해에서 배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영토 기준 12해리(약 22㎞) 연안에 설정한 배출통제구역(ECA·Emission Control Area)내에서 선박 배기가스 중 황산화물 비율을 0.1%까지로 강화했다.  

중국 ECA 구간(빨간색 점선)을 보여주는 프로미스호 항적도. © 뉴스1

6월20일 오전 9시 부산항을 출발한 프로미스호도 다음날인 21일 오후 4시쯤 ECA 구간에 근접했다. 프로미스호에 탑재된 스크러버는 황산화물 비중을 0.1%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그대로 ECA 구간을 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관실을 안내하던 김 1등기관사는 '중요한 작업'이 남았다고 귀띔했다.

중국은 ECA 구간 내에서 개방형 스크러버의 세정수 배출을 금지하고 있다. 프로미스호에 설치된 스크러버는 세정수 배출이 필수적이기에 상해항까지 스크러버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프로미스호는 ECA 구간 통과 전 사용 중이던 고유황유(HSFO·High Sulphur fuel oil)를 차단하고 0.1%의 황 함유량을 가진 저유황유(ULSFO·Ultra Low Sulphur Fuel Oil)로 연료유를 교체해야만 했다.

기존 공급된 고유황유가 다 소모되는 시간과 ECA 구간 진입이 맞아떨어져야 하므로 남은 거리와 선박의 속도 등을 계산해 평균 5~6시간 전 연료 교체 작업을 벌인 것이다.  

김 1등기관사는 "현재 중국 ECA 구간 내에서는 반드시 저유황유를 사용해야만 한다"며 "중국은 영토가 워낙 넓은 탓에 여려 수역이 있고, 수역별 ECA 범위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프로미스호 연돌. © 뉴스1 조재현 기자.

중국의 강화된 환경규제 정책에 따라 때론 해상에서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안진철 선장은 "중국은 접안을 위해 항만으로 접근할 때 황산화물 배출 규정을 잘 순수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돌 위로 드론을 띄우기도 한다"며 "만약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리기도 한다"고 했다.

추가적으로 중국은 이달부터 자국으로 들어보는 국제 선박의 배기가스 배출을 차단하기 위해 정박하는 선박에 항구 측 육상전력 사용도 강제한다.  

중국 외 세계 최대 벙커링 항인 싱가포르도 세정수 배출을 금지하고 있다. 갈수록 자국 내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결과에 따른 것이다. 세정수 자체에 대한 환경영향도 평가는 여전히 IMO 회의에서 논의 중이지만, 뚜렷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오전 중국 상해항 양산터미널로 접안 중인 프로미스호. 예인선(터그보트)이 프로미스호를 밀고 있다. © 뉴스1 조재현 기자. 

이에 따라 개방형 스크러버의 효용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저유황유의 공급안정 가능성도 제기한다. 스크러버를 운용하며 강화하는 각국의 환경규제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프로미스호 승선원들이 부담감을 갖는 배경이다.

김 1등기관사는 "스크러버는 회사에서도 주목하는 설비라 운용하는 데 부담도 있지만, 자부심도 있다"며 "나중에 스크러버를 선택한 것이 올바른 대응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함께 승선한 현대상선 관계자는 "(환경규제에 대해) 회사가 선제적으로 스크러버 쪽으로 결정을 했는데, 이에 대한 성적표는 내년 1월부터 규제가 본격화하면 어느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체적으로는 잘한 판단이라고 보고 있으나, 시장 평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각국의 ECA 설정 등은 각국의 연안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공해상에서 규정은 IMO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통제구역 확대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현대상선처럼 먼바다를 오가는 대형 원양 선박들은 공해상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해상에서 스크러버 세정수를 규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ECA 구간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스크러버의 장점이 가려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안 항해 비중이 높은 중소형 선박들엔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현대상선은 반대의 경우라 개방형 스크러버의 활용도가 높은 편"이라며 "선사들은 보유 선박의 운항노선을 고려해 스크러버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스크러버 달린 대형 선박=현대상선의 경쟁력"

안진철 프로미스호 선장. (현대상선 제공) © 뉴스1

현대상선은 선제적인 스크러버 설치를 통해 영업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형 스크러버가 설치된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이 내년 2분기 유럽 노선에 투입된다면 머스크, MSC, COSCO, CMA CGM 등의 글로벌 선사들과의 경쟁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현재 각국 선사들이 스크러버 설치에 나서면서 작업이 밀리고 있는데, 현대상선의 경우 일찌감치 대응에 나선 덕에 미운항 손실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타 선사의 선박이 스크러버 설치를 위해 운항을 멈춰야 하는 동안에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안 선장은 "스크러버 설치는 환경규제 시대의 경쟁력이다. 그동안 글로벌 선사는 큰 배가 있어 운임 절감 효과를 누렸는데 현대상선은 배도 작고, 노후 선박의 경우 연료소비량도 많아 경쟁력이 떨어졌었다"며 "하지만 친환경 대형 선박이 인도되면 우리의 경쟁력도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상선의 생존을 위해 스크러버 설치와 같이 큰 비용이 들어가는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어렵지만 2020년 이후에는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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